*주의!! 9번 항목에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모가디슈>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을 피해 극적인 탈출에 성공한 남·북한 대사관 관계자 일행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실화 바탕 영화다. 김윤석이 연기한 한신성 대사와 허준호가 연기한 림용수 대사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은 누구일까? 영화 속 장면처럼 실제로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탈출에 임했을까? 1991년 모가디슈 탈출극의 주인공, 강신성 대사가 여러 매체와 나눈 인터뷰와 당시 보도된 기사들을 종합해 <모가디슈>와 실화의 차이점을 정리해봤다.


1. 한국과 북한은 외교 경쟁 상대였을까?

⇢ YES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국제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간 한국. 영화의 시대 배경이 되는 1991년은 한국이 UN 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던 시기다. UN 회원국 투표로 가입 여부가 결정됐기 때문에 아프리카에 속한 국가들의 표가 어느 나라를 향할지 매우 중요했던 상황. 한국과 북한은 각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펼쳤고,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2. 한국 대사와 북한 대사, 실존 인물이었을까?

⇢ YES

<모가디슈>는 남북한 대사와 공관원들이 서로를 도와 내전이 벌어진 소말리아를 극적으로 탈출한 실화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실명을 그대로 쓰진 않았지만 극 중 등장한 외교관인 대사들 역시 실존 인물이다. 한신성이라고 바꾼 소말리아 한국 대사의 이름은 강신성, 림용수라는 이름의 소말리아 북한 대사의 실제 이름은 김용수였다. 당시 강신성 대사와 함께했던 참사관의 성은 계씨, 김용수 대사와 함께했던 통신 기사의 이름은 한상렬이다. 이를 미뤄봤을 때 대사 외 참사관, 사무원 등의 캐릭터들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지 않은 가상의 인물인 것으로 추측된다.

3. 소말리아에선 내전이 일어났을까?

⇢ YES

1990년 12월 30일. 오랜 기간 독재를 유지해온 바레 정권에 반기를 든 세력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도달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곳곳에서 약탈과 살상이 끊이지 않았다.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장군을 앞세운 USC(통일소말리아회의)는 바레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외교 공관들을 습격했다. 한국, 북한 대사관 역시 이들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모가디슈>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1991년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한 소말리아 내전은 약 3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말리아는 여행 금지 국가로, <모가디슈>의 촬영은 모로코의 서부 도시 에사우이라에서 진행됐다.

4.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당시 한국 대사관 소속 인물들이 일치할까?

⇢ NO

반군이 모가디슈에 도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대사관 차량을 무장괴한들에게 탈취 당한 강 대사. 그는 대사관 사무실을 닫고 군인, 경찰들이 지키는 관저로 직원들을 모두 피신시켰다. 영화엔 한신성 대사와 그의 아내 김명희(김소진), 서기관 공수철(정만식)과 그의 아내이자 사무원인 조수진(김재화), 사무원 박지은(박경혜), 모가디슈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참사관 강대진까지 총 6명의 한국 대사관 식구들이 등장한다. 실제 당시 모가디슈에 있었던 한국 대사관 식구들은 7명이었다. 강 대사와 계모 참사관, 김 사무원 부부, 현지 교포 이 모 씨의 가족 세 명이 모가디슈 탈출을 함께했다.

5. 북한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을까?

⇢ NO

극 중 림용수 대사는 한신성 대사의 관저 앞으로 찾아가 식구들을 받아들여달라고 부탁한다. 한신성 대사와 강대진 참사관은 짧은 순간 여러 고민을 거치다 결국 그들에게 문을 열어준다. 실제로는 한국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한국 대사관 일행과 북한 대사관 일행이 처음 마주한 건 모가디슈 공항 대합실에서였다.

강 대사는 모가디슈 공항에서 케냐 나이로비 관제탑에 연락해 구조 요청을 전했다. 그 결과 한국 정부가 구조기를 보냈다는 희소식이 전달됐다. 구조기를 타러 공항에 왔던 한국 일행은 대합실에서 북한 일행을 만났다. 무려 여덟 차례나 무장 강도의 습격을 받은 북한 대사관 일행은 빈손으로 무작정 구조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태. 강 대사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구조기를 함께 타자는 뜻을 전했고, 북한 측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문제가 있었다면 관제탑의 교신 오류로 한국 구조기가 이들을 태우지 않고 10분 만에 떠나버린 것. 절망도 잠시, 이대로 공항에 머물 수 없다고 판단한 강 대사는 관저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당시 한국 관저는 현지 경찰에게 경비를 부탁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했던 상황. 강 대사는 북한 대사관 일행들을 설득해 함께 한국 관저로 거처를 옮겼다.

6. 그들의 첫 저녁 식사는 영화 내용과 같았을까?

⇢ NO

림용수 대사와 북한 대사관 일행들은 한신성 대사가 밥을 먹는 걸 확인한 후에야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넘기기 시작한다. 경계 가득한 저녁 식사.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영화 개봉 후 ‘중앙일보’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강신성 대사는 “북한 사람들이 우리 관저로 오며 자기들 공관에 묻어놓았던 쌀, 채소 같은 부식을 다 들고 왔다. 그걸로 같이 저녁밥을 지어 먹었다”고 밝혔다.

7. 한국 대사는 북한 대사관 일행의 전향을 추진했을까?

⇢ NO

영화 속에서 강대진 참사관은 북한 사람들의 전향서를 쓰다 태준기에게 발각돼 갈등을 빚는다. 한 대사는 북한 대사관 일행이 모두 전향자라는 말로 이탈리아 대사를 설득해 구조기의 자리를 얻어낸다. 이는 영화적 각색이 더해진 부분이다. 실제로 강 대사는 북한 대사관 일행에게 전향을 권한 적이 없다. 이탈리아 대사를 설득할 때 역시 ‘한 민족을 두고 갈 순 없다’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주장을 덧붙였다고.

8. 한국은 이탈리아에, 북한은 이집트에 도움을 요청했을까?

⇢ YES

관저로 돌아와 수교를 맺은 한국 대사와 북한 대사. 영화 속 내용처럼 한국은 이탈리아 대사관에, 북한은 이집트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은 이탈리아 대사를 오래 설득한 끝에 구조기와 일행 21명 모두의 자리를 얻어냈다. 이집트 대사관은 북한의 부탁으로 카이로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과 한국 총영사관에 이들의 생존을 확인하는 전문을 보냈다.

9. 극 중 캐릭터처럼 탈출 중 숨진 사람이 있었을까?

⇢ YES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구조기를 타기 위해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가야 했던 한국, 북한 대사관 일행들. 자동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으나, 이탈리아 대사관이 대통령궁 인근에 위치해 있어 정부군과 반군의 격전장을 뚫고 가야 하는 게 최고의 난제였다. 이들은 여섯 대의 차에 나눠 타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출발했다. 탈출 과정은 영화 속 장면과 같았다. 정부군이 이들의 차량을 반군의 것이라 착각했고, 한국, 북한 대사관 일행들은 쏟아지는 총알을 그대로 맞았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한상렬 통신 기사가 총상을 입었다. 총알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 극 중 내용처럼 대사관 앞에 도착한 후에야 쓰러졌고,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구교환이 연기한 태준기는 고인이 된 한상렬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10. 케냐 몸바사 공항에서 남북 공관원은 인사 없이 헤어졌을까?

⇢ NO

1991년 1월 12일, 12일 동안의 사투를 마치고 지옥의 모가디슈를 탈출해 케냐 몸바사 공항에 도착한 이들. 영화 속 한국 대사관 일행과 북한 대사관 일행은 구조기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공항에 내려선 서로를 모른 척한다. 실제 상황은 이와 정 반대였다고. 당시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케냐 몸바사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극한의 상황에서 이념을 초월해 한마음이 된 한국 대사, 북한 대사의 극적인 탈출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강신성 대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탈출>을 펴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