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을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나 장면이 있다면.
인질범을 연기한 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 이 친구들과 연습하던 게 제일 많이 기억에 남는다.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모여서 연극하듯 연습을 했었다. 서로 감정과 호흡을 미리 맞춰 봤던 게 촬영하면서도 좋은 에너지로 온 것 같다. 그리고, 맨발로 격투하는 신이 생각난다. 발을 다칠까봐 분장팀에서 바닥에 뭔가를 대 줬는데 물이 흥건한 바닥이라 다 떨어져 나갔다. 찍다 보면 발도 카메라에 담길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래서 아예 맨발로 연기했다. 그게 더 리얼하니까. 찢어지면 찢어지는 대로 하자 했다.
납치범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관객들에겐 낯설 수 있지만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 등에서 많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들이다. <지하철 1호선> 뮤지컬로 데뷔해 노래와 연기 모두 재능을 가진 김재범 배우부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주목받은 류경수 배우, 모델 출신 이호정 배우, 연극 무대에서 인정받는 정재원, 이규원까지. 이들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처음엔 이 친구들이 나를 어려워했다. 선배고 또 얼굴도 이렇게 생겨서 무서웠겠지. (일동 웃음) 나는 인질이고 이들은 인질범이니 나를 막 대해야 하는 거잖나. 내 뺨을 때리던가 뒤통수를 치던가 이런 장면도 쉽게 해낼 수 있으려면 이 친구들하고 나와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자주 술 한 잔씩 하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금 촬영을 했으면 회식도 못 했을 것 아닌가. (일동 웃음) (<인질>은 2019년 코로나 사태 이전에 촬영됐다 -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