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칸토: 마법의 세계>

디즈니가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이하 <엔칸토>)를 내놓는다. 오는 11월 개봉할 <엔칸토>는 콜롬비아의 작은 오색 빛 마법 마을 엔칸토에 사는 마드리갈 가족, 그중 유일하게 마법을 쓰지 못하는 미라벨 마드리갈의 이야기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또 하나의 디즈니 영화가 탄생했음을 알렸던 예고편에 이어, 제작 비하인드, 캐스트 등 새로운 소식이 꾸준히 공개되고 있다. <엔칸토>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몇몇 사실을 정리한다.


<엔칸토>는 어떤 이야기?

마법 마을의 유일한 ‘머글', 미라벨

스페인어로 매력, 기쁨, 마법을 뜻하는 엔칸토 마을에는 마법의 집이 있다. 이곳에 사는 마드리갈 가족은 모두 특별한 주력 마법을 부릴 수 있다. 단, 미라벨만 빼고. 미라벨의 언니 이사벨라는 어디에든 꽃을 마음껏 피울 수 있고, 또 따른 언니 루이사에게는 초인적인 힘이 있다. 사촌 동생 안토니오는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다. 안토니오의 형 카밀로는 누구로든 변신할 수 있다. 미라벨이 가진 능력은… 활기가 넘친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엔칸토의 마법 세계가 위험에 처하자, 평범했던 미라벨은 가족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른다.

티저 예고편에서 웃는 얼굴을 하고 “넌 재능이 없으니까”라며 깎아내리는 이웃의 말에, 미라벨은 굴하지 않고 “재능이 있든 없든 난 다른 가족들만큼이나 특별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디즈니는 이번에도 자신 찾기 여정에 관한 간결하고도 강한 메시지를 감동을 담아 전하는 한편, 가족들 사이에서 제 가치를 스스로 밝히고 알리는 미라벨을 통해 “내가 가족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지, 가족이 나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을 예고했다.

<엔칸토>에서 인물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게 바로 마드리갈 가족의 집이다. 티저 예고편의 첫 장면을 장식한 것도, 티저 포스터를 대문짝만하게 차지하던 것도 집이다. 예고편 속 집은 음악과 인물의 감정과 함께 춤추는 듯한데. 생명력을 가진 이 집이 어떻게 활약할지, 그리고 구석구석 보이는 카피바라를 비롯한 신비한 동물들이 어떻게 장면을 훔쳐낼지 기대해봐도 좋겠다.


이번엔 남미다!

원색으로 가득한 비주얼 맛집

지난해 동남아시아 문화를 반영한 첫 애니메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를 내놓은 디즈니가, 이번에는 콜롬비아의 산골 마을로 관객을 초대했다. 원래대로라면 브라질을 배경으로 하려 했으나, 리서치 여행차 콜롬비아를 방문한 제작진은 그 문화에 매료되어 배경을 바꿨다. 집, 뒷산, 코스튬, 영화를 둘러싼 곳곳을 주로 쨍한 원색을 띤 것들로 장식하는 등 콜롬비아만의 경쾌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득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비주얼 요소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면에서도 문화를 반영하려 애썼는데. 콜롬비아인들이 잘 쓰는 애칭을 대사에 녹였다고.

디즈니가 다양성을 보다 지향하게 됨에 따라 자연히 주인공의 외양에도 변화가 있었다. 디즈니 역사 100년에 가까운 시간 끝에서 ‘디즈니 프린세스’는 디즈니 영화의 여성 캐릭터를 이르는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그것이 담는 의미는 이제 처음의 것과 사뭇 다르다. <모아나>와 <겨울왕국>이 그랬듯 ‘공주 같은’ 전형적인 외양과, 남성 캐릭터의 결정적 한 방을 필요로 한다는 전통적인 특징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이 점에 있어 <엔칸토>도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콜롬비아인 미라벨은 안경을 쓰고 있다. 디즈니 프린세스로는 처음이다.


'엔~~깐토~♬' 신명나는 뮤지컬

디즈니 단골 파트너와 함께

<해밀턴>

음악을 디즈니 영화 최고의 매력 포인트로 꼽는 팬들에게, 올봄 5년 만에 찾아온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 뮤지컬 영화가 아니었다는 데 조금은 아쉬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끝내주는 뮤지컬 넘버로 귀와 뇌와 입까지 사로잡던 뮤지컬 명가 디즈니가 이번엔 뮤지컬 영화를 가져왔다. 신명나는 음악이 감싼 <엔칸토>는 뮤지컬 영화다. 디즈니와는 이미 인연이 깊은 린-마누엘 미란다가 음악에 참여했다. 그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삽입곡을 쓴 것을 시작으로, 이후 <모아나>의 음악을 담당하고 <메리 포핀즈 리턴즈>에 출연하는 등 디즈니와의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지난해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브로드웨이 공연 <해밀턴>에는 제작, 각본, 음악, 연기로 참여했는데. 그는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이 작품으로 토니상, 에미상, 그래미어워즈를 휩쓸며 극찬을 누리기도 했다. 음악 작업 차기작 역시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영화, 가장 최근작은 음악, 연기로 참여한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 곡만 썼다하면 내리 인기를 끌어 오던 그이기에, <엔칸토>의 음악 역시 믿고 기다리게 될 뿐이다.


<주토피아> 감독 듀오

다시 뭉치다

자레드 부시, 바이론 하워드

<주토피아>와 <라푼젤>을 연출한 오스카 위너 바이론 하워드와, <주토피아>에 공동 연출, 공동 각본으로 참여한 자레드 부시가 다시 뭉쳤다. 디즈니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하워드는 그동안 <볼트>와 <라푼젤>을 연출하고 <겨울왕국 2>을 제작하는 등 스튜디오의 대표 작품들에 손을 뻗쳐왔다. 부시 역시 <모아나>의 각본을 쓰고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을 제작하며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남미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공동 연출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제작 이베트 메리노를 포함한 남미 출신 제작진을 적극 기용한 점도 눈에 띈다.


미라벨 목소리의 주인공

‘브나나’ 로사라고?

<브루클린 나인 나인>

국내에는 미국 시트콤 <브루클린 나인 나인>의 로사 디아즈로 더 알려진 아르헨티나 출신 배우 스테파니 비트리즈가 주인공 미라벨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혹 <브루클린 나인 나인>의 큰 팬일지라도, <엔칸토> 미라벨 목소리의 주인공이 비트리즈임을 쉽게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시리즈에서 그는 거칠고 강한 로사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여덟 시즌 내내 다소 걸걸한 목소리로 변조해 연기했왔기 때문인데. 로사 패치를 떼어낸 평소 비트리즈의 목소리를 <엔칸토>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제작진 구성이 그랬듯, 비트리즈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출신 마리아 세실리아 보테로, 엔지 세페타 등 이외의 목소리 출연진 역시 라틴계 배우들로 채워졌다.


그래서 개봉은 언제?

선 극장 개봉, 후 디즈니+

아쉽게도 북미에서 <소울>과 <루카>는 스크린을 거치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해야 했지만, 다행히 <엔칸토>는 극장에서 먼저 볼 수 있다. 디즈니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이터널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 개봉을 앞둔 영화들에 극장 개봉 45일 후 디즈니+에서 공개하는 일명 45일 법칙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엔칸토>도 그 라인업에 포함된 것이다. 단, <엔칸토>의 경우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30일로 예외적용했다. 북미 기준으로 <엔칸토>는 11월 24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후 12월 24일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