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천하에서 잠시나마 1위를 탈환한 장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아케인>)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기반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 팬은 물론이고 롤을 잘 모르는 시청자도 한 번 틀었다가 3화까지 쭉 달렸다는 후기가 나오며 '꿀잼인증'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게임 원작'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아케인>, 어떤 작품인지 간단한 소개와 핵심 포인트를 짚었다.


<아케인>은 어떤 작품?

바이(왼쪽)-징크스 자매

마법 공학 개발을 위해 힘을 합친 과학자 빅토르(왼쪽)-제이스

<아케인>은 3회씩 3막, 총 9화로 구성한 애니메이션이다. 바이-징크스(파우더) 자매가 있는 지하도시 자운의 이야기와 빅토르-제이스가 마법 공학을 발견한 필트오버의 이야기,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1막(1~3화), 2막(4~6화)까지 긴 시간이 흘렀듯 3막(7~9화) 또한 2막에서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를 그릴 듯하다. 서로에게 의지하던 바이와 징크스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그리고 제이스와 빅토르의 마법 공학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가 중심 스토리.


롤덕의 시각 "8년 전 떡밥을 드디어?"

롤의 징크스(왼쪽)가 '미치광이 테러리스트' 캐릭터성을 극한으로 표현했다면, <아케인>의 징크스는 그가 겪은 변화를 조망한다.

<아케인>이 여러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으나 핵심이라면 바이와 징크스일 것이다. 특히 징크스는 2013년 출시한 직후 곧바로 롤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인기 캐릭터다. 뭐든 폭발시키려는 폭파광, 위험을 모르고 적과 싸워대는 사이코패스적 성격, 총과 로켓을 사용하며 도시 이곳저곳을 테러하는 행적 등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게임 내외로 '롤의 조커'처럼 각광받는다. 개발사는 이 징크스가 이전에 출시한 경찰 듀오 케이틀린-바이와 악연이라고 설정하면서, 여러 이스터에그로 바이와 징크스가 '자매일수도 있다'는 떡밥을 던져왔다. 하지만 롤이 스토리 중심으로 전개하는 장르가 아니니 이 떡밥은 몇 년이 지나도록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는데, 그걸 <아케인>이 비로소 뚜렷하고 보여주고 있는 것. 그러다 보니 <아케인>은 롤의 골수팬부터 게임보다 캐릭터에 더 관심이 많았던 캐주얼팬까지 모두 어필할 수 있었다.

징크스와 바이의 악연을 담은 롤 공식 일러스트


SF덕의 시각 "스팀펑크 시대의 부촌과 빈민촌"

필트오버(위)와 자운

보통 게임 하나를 얘기할 때 ○○풍이라고 말하지만, 롤은 조금 다르다. 롤의 배경 룬테라가 전체적으로 중세풍이나 마법과 과학, 심지어는 우주와 사후세계까지 품고 있는 세계이기 때문. <아케인>은 그런 룬테라의 지역 중 과학이 발달한 도시 필트오버와 자운을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아케인>은 전체적으로 SF풍을 취하는데, 두 도시의 판이한 분위기가 작품을 다양하게 채워준다. 필트오버는 과학을 연구하고 질서를 중시하는 중세풍 분위기, 그 지하에 있는 자운은 폭력과 오염 물질로 가득한 산업지구 분위기라서 시청하는 입장에서 보는 재미가 두 배인 셈. 두 도시의 관계도 흥미로운데 독립적인 도시 국가 두 곳이 한 곳에 위치했기에 서로 원치 않더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 필트오버는 일종의 귀족 구역이고 자운은 빈민촌에 가까워서 필트오버는 자운을 억누르며 착취하려 하고 자운은 그런 필트오버의 횡포에 이를 갈고 있다. <아케인>은 롤의 실질적인 설정을 잘 몰라도 이를 이야기 속에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고, SF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필트오버와 자운, 이 상반된 도시의 풍경과 사회상만 봐도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성우덕의 시각 "이 많은 성우들이 이곳에"

롤은 2011년 한국에 정식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전면 로컬라이징을 거쳤다. 론칭 당시 고작 40명이었던 챔피언이 157명이 된 지금도 모든 음성과 스킬명을 한국어로 번안해 서비스하고 있어 한국 팬들에겐 한국 더빙이 훨씬 익숙한 상황. 라이엇게임즈는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듯 <아케인> 또한 초호화 더빙을 실시했다. 물론 모든 캐릭터가 게임 성우를 그대로 사용하진 않았다. 성격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인게임 캐릭터, <아케인>만의 오리지널 캐릭터일 경우를 고려해 좀 더 폭넓게 기용한 것. 그럼에도 게임에서 이미 한국어에 익숙해진 팬들은 <아케인>의 더빙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고, 처음 보는 시청자들 또한 수준 높은 더빙에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인게임 성우를 그대로 기용한 징크스(한채언), 에코(심규혁), 신지드(서원석), 제이스(남도형), 하이머딩거(김광국)는 기본이고 정미숙, 정성훈, 최한, 이슬, 장민혁, 사문영, 이선주 등등 성우들의 열연이 곳곳에서 빛난다. 지난 10년간 로컬라이징 경험을 잔뜩 쌓은 라이엇게임즈의 섬세함이 빛난 부분이다.


애니덕의 시각 "2D의 손때가 느껴지는 고퀄리티 3D"

<아케인>은 3D 특유의 매끈함 대신 아날로그 감성을 부각했다.

셀 애니메이션스러운 효과를 더해 리듬감과 타격감 등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취했다.

앞선 요소들을 빼더라도 <아케인>이 시청자들을 붙들어놓을 수 있는 이유는 결국 '보는 맛'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케인>은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는데, 그렇다고 원작 게임의 느낌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았다. 실사 같은 디테일도 몰두하지 않았다. 작풍은 이야기 담을 그릇임을 정확하게 파악해 필트오버와 자운의 과학적 분위기, 각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표정과 움직임, 극단적이되 기괴해선 안되는 연출 모두를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스타일을 찾았다. 3D 애니메이션이지만 사실적인 묘사가 아닌 2D 애니메이션의 리듬감이나 독창적인 이미지 표현에 탁월한 카툰 렌더링 스타일을 사용해 작품의 속도감과 분위기 표현에 힘을 실었다. 각종 효과 역시 현실적인 파티클 대신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표현법을 차용, 작풍의 통일감을 부각했다. 그래서 여타 미국산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비주얼로 눈에 확 띄었고, 작품에 걸맞은 분위기와 액션에 탁월한 속도감을 모두 취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