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장편, 단편, 다큐멘터리 가리지 않고 연출 경험을 쌓아온 하마구치 류스케는 2015년, 5시간 17분의 초장편 <해피 아워>를 발표했다. 2013년 하마구치가 일본 고베에서 진행한 즉흥연기 워크숍에 참가한 비전문 배우들과 함께 만든 <해피 아워>는 30대 후반 여성 네 친구들이 각자 가정과 연애에 관련한 문제에 직면하고 대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은 비단 인물들이 통과하는 시간 자체가 길다기보다, 신체 워크숍과 뒷풀이 두 시퀀스에서 서로 오가는 몸과 말의 반응에 집중하는 과정을 1시간 넘게 이어가는 등 섬세한 결단들이 쌓인 결과다.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네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들이 다함께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하마구치에 대한 국제적인 주목도가 확 올라, 처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아사코>가 한국에도 개봉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각본을 쓴 <스파이의 아내>가 베니스 그리고 새 연출작 <우연과 상상>(2021)과 <드라이브 마이 카>(2021, 이 작품 또한 러닝타임이 3시간에 육박한다)가 각각 베를린, 칸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지당한 탄탄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