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헤어스타일이 눈에 띄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고 하던데. 이유가 있나요?
<지금 우리 학교는>을 촬영하면서 머리를 1년 이상 길러서 엉덩이까지 자랐었어요. 근데 청소기 돌리는데 머리카락이 자꾸 걸려서, 촬영 끝나자마자 잘라버리고! 일없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자는 마음에 바로 탈색도 했습니다. (웃음)
연기를 시작한 지 올해로 23년 차에요. 지금까지 많은 현장들을 경험하셨지만, 장르물은 처음이다 보니 새로움이 더 많은 촬영 현장이었을 것 같은데요. 촬영하면서 신기하거나 새로웠던 게 있었다면요?
학교 세트장이 4층 높이로 쫙 지어져 있는데, 거기에 잔디까지 깔려있어서 처음 세트장 들어갔을 땐 진짜 학교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부도 교실이면 교실, 미술실이면 미술실 너무 세팅을 잘해놓으셔서 일단 거기에 1차로 놀랐고요. 그리고 나선 좀비분들 분장하신 모습이 생각보다도 더 리얼해서 장르물은 이런 거구나 신세계를 경험했어요. (웃음) 아, 그리고 이건 비단 <지금 우리 학교는> 현장뿐만은 아닌 것 같은데. 당일 촬영한 부분을 그 자리에서 바로 편집해서 보여주시더라고요. 전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죠.
편집본을 보는 게 연기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죠, 맞아요. 눈앞에서 방금 했던 거를 타다다닥 바로 연결해서 볼 수 있으니까, 확실히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 그 제일 좋죠.
처음 <지금 우리 학교는> 대본을 받았을 땐 은지(오혜수) 역할을 제안받았다고 들었어요. 은지 역할은 고사를 하고 그 이후에 장하리를 만나면서 출연 확정을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과거 인터뷰들을 보면 센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을 여러 차례 드러냈었는데, 하리 역할을 선택하는데도 그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까요?
센 캐릭터를 하고 싶은 욕구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고요. 그냥 하리라는 역할을 받았을 때, 지금의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또 일단 양궁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배울 수 있다는 거에 되게 설렜고요. <괴물>의 배두나 선배님도 생각나면서 이 캐릭터는 정말 즐기면서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서 하게 됐습니다.
장하리라는 인물의 연기 톤을 잡아가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가 극한의 감정을 드러내는 상황 속에서도 적당한 건조함을 유지해야 했는데, 하리의 말투와 표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땠나요?
톤을 잡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지는 않았고요. 그냥 하리라는 역할을 처음 만나는 날, 오디션장에서 감독님이 "하리는 어떤 캐릭터인 것 같아?"라고 딱 물어보셨어요. 그때 제가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라면 일단 하리는 굉장히 책임감이 강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줄 것 같은 묵묵한 친구 같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전체 대본을 받아 보니까 하리는 진짜 그런 친구였던 거에요. 아, 그러면 오디션장에서 느낀 그 느낌 그대로 캐릭터의 틀을 잡으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고, 크게 표정이라든지 톤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는 대사 한 줄 한 줄에 마음을 담는 데 신경을 썼어요. 동생을 찾으러 가기 위해 하는 한 마디라던지, 하리 자체가 워낙 말이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대사 한 줄 한 줄에 마음을 담는 데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