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다는 날, 슈퍼볼 선데이.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미식축구 리그의 결승전 슈퍼볼은 전 세계 영화팬들도 집중하는 날이다. 왜? 미국 스포츠계 최대 행사로 미국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만큼 할리우드도 이때 거액을 들여 각 회사 기대작의 예고편이나 광고를 공개하니까. 올해도 마찬가지, 2023년 흥행을 노리는 기대작들이 슈퍼볼에서 새로운 영상을 줄줄이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슈퍼볼에 예고편을 공개한 기대작들을 소개한다.
<플래시>
2023년 슈퍼볼의 '예상치 못한 손님'을 지목한다면 <플래시>일 것이다. 상상초월의 속도로 움직이는 슈퍼 히어로 '플래시' 베리 앨런의 단독 영화 <플래시>는 한동안 향방이 묘연했다. 주연 배우 에즈라 밀러가 주거 침임, 약물 복용, 미성년자 성추행 등 대형 사고를 연이어 친 데다, 얼마 전 DC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 바뀌면서 실사 영화 유니버스를 리부트한다고 밝혀 <플래시>는 개봉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외로 워너브러더스는 다른 영화도 아닌 <플래시>를 들고 슈퍼볼을 찾았다. 그리고 <플래시>는 (논란과 별개로) DC확장유니버스 최고의 기대작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플래시가 시간을 역행해 발생한 평행우주를 그린 코믹스 '플래시포인트'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는 마이클 키튼 '배트맨', 벤 애플렉 '배트맨', 마이클 섀넌 '조드' 등이 총출동했다. 거기에 카라 조엘 '슈퍼걸'까지. 팬들이 즐거운 탄성을 지를 만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과연 에즈라 밀러가 새긴 주홍 글씨를 걷어내고 흥행할지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워너가 왜 슈퍼볼에서 <플래시>를 공개했는지 이번 예고편에서 그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플래시>가 예상 못 한 선물이었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는 모두가 기다린 주인공이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세 번째 작품이자 완결편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타노스와의 대결 이후 사라진 가모라(조 샐다나)를 찾아 나선 멤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제는 DC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 임명된 제임스 건 감독을 비롯, 출연진 대다수가 마지막 마블 영화라고 밝힌 것처럼 예고편 또한 작별의 감성이 물씬하다. 물론 제임스 건 특유의 끝내주는 선곡(레인보우의 Since You Been Gone)과 캐릭터들의 만담은 여전히 쾌활하지만. 이번 영화는 로켓 라쿤(브래들리 쿠퍼)의 과거 서사가 많이 드러날 예정이고 2편 쿠키에서 암시한 아담 워록(윌 폴터)이 등장한다. 우리 우주를 지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이 영화가 <앤트맨: 퀀텀매니아>와 함께 위기의 마블을 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차 가지고 어디까지 가려나 했더니 진짜 우주까지 가버린 <분노의 질주> 시리즈. 이번엔 다를까.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완결 지을 2부작 중 1편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초심으로 돌아간 듯하다. 도미닉(빈 디젤)은 이번에 5편의 빌런 에르난 레예즈의 아들 단테(제이슨 모모아)와 맞대결을 한다. 이번 작품도 '카 액션'을 내세웠지만, 1편처럼 스트리트 레이싱으로 승부를 보는 장면 또한 예고편에서 그려져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샤를리즈 테론, 존 시나에 이어 빌런을 맡은 제이슨 모모아가 어떤 아우라로 빈 디젤을 압박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 시리즈의 마무리를 함께 하기 위해 도미닉 패밀리뿐만 아니라 샤를리즈 테론, 존 시나, 제이슨 스타뎀, 스콧 이스트우드, 헬렌 미렌, (루머에 따르면) 갤 가돗 등 기존 출연진의 총집합도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하다.
<인디아나 존스 : 운명의 다이얼>
2022년 말, 티저 예고편을 공개한 <인디아나 존스 : 운명의 다이얼>도 슈퍼볼에서 30초 광고를 공개했다. 너무 짧아서 이전 티저 예고편에 비하면 아쉽지만, 그래도 그 짧은 영상에서 새로운 정보가 있긴 했다. 매즈 미켈슨이 연기한 위르겐 푈러는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오래전 만난 적이 있는 사이임이 암시됐고, (고전적인 액션을 강조한 티저 예고편과 대비되게) 스카이다이빙 같은 현대적인 액션도 겸비할 것임을 내비쳤다. <로건> <포드 V 페라리>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등 시리즈의 주역들도 제작에 참여했다. '해리슨 포드의 인디아나 존스'가 활약할 마지막 영화일 가능성이 높은데, 훌륭한 어드벤처 영화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
<크리드 3>
<록키> 시리즈의 스핀 오프로 시작해 이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질 <크리드> 시리즈의 신작 <크리드 3>. 한국 시장에선 관심 밖의 영화인데, 현지에선 꾸준히 인기 있어(제작비 대비 흥행도 좋고) 슈퍼볼 광고로 신규 영상을 공개했다. <크리드 3>는 아도니스 크리드(마이클 B. 조던)가 출소한 친구 데미안(조나단 메이저스)을 복싱 선수로 데뷔시켜주지만 둘의 갈등이 깊어져 끝내 복싱으로 승부를 본다는 내용을 그린다. '록키 발보아' 실베스타 스텔론은 2편을 마지막으로 하차하고 제작에만 참여한다. 그리고 크리드를 연기한 마이클 B. 조던이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즉 <크리드 3>는 '록키 스핀오프' 딱지를 떼고 독립적인 시리즈로 거듭나려는 큰 발걸음이다. 이번에 공개한 광고는 마이클 B. 조던과 조나단 메이저스의 미친 피지컬만으로도 심장 뛰게 한다. 과연 크리드가 21세기의 록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번 작품으로 결정 날 것이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영화 예고편? 광고?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이 슈퍼볼에서 공개한 영상은 영화 예고편이라기엔 심심하다. 새로운 주인공 노아(앤소니 라모스)와 오토봇 일원 미라지가 부각된 것 외엔 새로운 장면이 적기 때문. 그러나 광고의 마지막, 트랜스포머의 로고가 포르쉐 로고로 바뀔 때 '아, 이건 자동차 광고이기도 하구나' 감탄하게 한다. 극중 미라지가 위장한 차량 모델이 포르쉐 911 카레라이고, 그래서 이 짧은 예고편에 다른 캐릭터도 아닌 미라지 장면을 (밋밋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넣은 것. 포르쉐도, 영화도 모두 만족한 광고였을 듯싶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애니메이션 <비스트 워즈>를 기반으로 오토봇과 맥시멀, 테러콘 진영의 갈등을 그릴 예정이다.
이외에도 <스크림 6>,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65> 등이 슈퍼볼에서 광고·예고편을 공개했다. 제목이라도 좀 익숙한 다른 작품과 달리 <65>는 좀 낯선데 우주를 항해하던 중 6500만 년 전 지구에 불시착한 일행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스트페이스'로 유명한 공포 영화 시리즈 <스크림>의 신작 <스크림 6>, 닌텐도와 일루미네이션이 합심한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중세 판타지의 원전 '던전 앤 드래곤'을 기반으로 한 액션 판타지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등이 슈퍼볼을 채웠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