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언제 리메이크나 속편 제작을 멈춘 적이 있냐마는, 마치 작전이라도 짠 듯 갑자기 고전 호러의 리메이크나 속편 소식이 들려오는 건 신기하다. 그동안 대중적으로 유명한 호러 영화, 아니면 마니아들에게 추앙받는 작품들을 꺼내든 진풍경이 한편으론 기대가 되고, 한편으론 패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작 소식을 전한 <에이리언>부터 오랜만에 리메이크 선언한 <폴터가이스트>까지. 신작 소식으로 찾아온 고전 호러들을 정리했다.
이번엔 다르다, <에이리언> 신작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20세기 폭스를 인수했을 때, 많은 팬들은 20세기 폭스의 '명품 19금 라인업'이 어떻게 될까 가장 걱정했다. 그중 <데드풀> 시리즈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편입되며 제작에 돌입했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끌던 <에이리언> 프리퀄 시리즈는 그대로 중단됐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상징성을 디즈니가 모를 리는 없지만, 당장 제작을 진행하기엔 19금 호러가 본사의 방향과 맞지 않았고 리들리 스콧 감독이 세운 시리즈 로드맵은 좀 과할 정도로 거창했다. 그러니 디즈니는 <에이리언> 신작 개발을 잠시 미뤄뒀었고, 2022년 3월에야 비로소 신작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작이 나온다고 하지만, 팬들은 마냥 반갑지가 않을 것이다. 디즈니가 발표한 <에이리언> 신작은 영화의 특징과 단점이 너무나도 명확하기 대문. 일단 첫 번째. 영화는 기존 시리즈와 연계되지 않는다. 즉, 에이리언이 나오는 영화이긴 한데 이전 영화들처럼 우주가 배경인 SF 영화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젊은이들이다. 기존 <에이리언> 시리즈는 과학자나 군인, 심지어 범죄자 등이 주역으로 등장했다. 호러 영화이지만 특유의 묵직한 긴장감은 이런 캐릭터들이 호러 영화치고 행동이나 선택에서 고심하는 것에서 기인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전문성이 없는 10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전작들보다 좀 더 '호러'에 방점을 찍을 듯하다. 마지막. 이 영화는 훌루(디즈니의 자회사 OTT 플랫폼) 전용 콘텐츠이다. 아직 구체적인 제작비가 제시된 건 아니지만. 아마도 극장용 영화만큼의 스케일은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최근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로 준비한 <프레데터> 시리즈의 신작 <프레이>는 그런 플랫폼의 단점을 상회하는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그래도 좋은 소식이라면 리들리 스콧이 제작으로 참여하는 것, 그리고 페데 알바레즈가 연출을 맡는다는 것이다. 리들리 스콧은 <에이리언>(1978)을 연출하고 <프로메테우스>,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연출해 지금까지도 에일리언에 대한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페데 알바레즈는 <이블 데드>(2013) <맨 인 더 다크>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연출한, 호러와 스릴러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거기에 이번 작품에선 페이스 허거, 제노모프가 등장한다고 알려졌다. <프로메테우스>부터 시작한 프리퀄 시리즈는 '에이리언'하면 떠오르는 제노모프의 분량이 적어 팬들에게 불만을 사었으니, '근본' 제노모프가 등장한다는 소식은 적어도 팬들에겐 중요한 포인트일 터.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사벨라 모너, 케일리 스패니, 아치 레녹스(Archie Renaux), 스파이크 펀(Spike Fearn), 데이비드 존슨, 에일린 우(Aileen Wu)가 출연을 확정 지었다. 이중 케일리 스패니의 배역이 가장 비중이 크다고 한다.
이정도면 배우 어벤져스, <노스페라투> 미친 캐스팅
고전 걸작 <노스페라투>가 리메이크된다. 1922년 제작된 <노스페라투>는 F.W.무르나우 감독이 연출한 흡혈귀 영화로,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로 칭송받는다. 흡혈귀이자 백작 올록이 부동산 중개인 후터의 부인 엘렌을 노리는 과정에 일어나는 사건을 담았는데,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불법 표절한 것이 밝혀져 원본이 파기되는 등 금기로 취급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이미지 표현을 앞세운 독일 표현주의와 흡혈귀 올록 백작의 소름끼치는 비주얼 등이 이 영화를 표절작이 아닌 걸작 반열에 올라가게 했다. 1979년에 베르너 헤어조크가 클라우드 킨스키를 주연으로 리메이크한 바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흡혈귀 영화가 쏟아졌는데, 최초의 흡혈귀 영화를 다시 꺼내든 감독은 로버트 에거스. <더 위치> <라이트하우스>로 고전적인 이미지와 정적인 분위기에서 심리적인 공포를 자아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감독이기에 <노스페라투> 리메이크에 누구보다도 적역이다. 이런 명작 리메이크라면 누가 맡아도 불안해 보이는데, 로버트 에거스라면 오히려 그가 보여줄 탁월한 비주얼과 심리 묘사가 기대될 정도.
<노스페라투>는 '명작 리메이크'라는 타이틀만큼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출연진이다. 현재 공개된 출연진만 해도 니콜라스 홀트, 엠마 코린, 릴리 로즈 뎁, 랄프 이네슨, 애런 존슨 등 할리우드에서 맹활약 중인 배우들이 뭉쳤다. 니콜라스 홀트와 릴리 로즈 뎁이 올록 백작의 표적이 된 후터 부부를 연기한다. 위의 출연진 외에 <라이트하우스>부터 로버트 에거스 작품에 매번 모습을 보인 윌렘 대포, <그것>의 페니와이즈로 호러 영화에 눈도장을 찍은 빌 스카스가드도 출연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만일 윌렘 대포가 <노스페라투>에 출연한다면, 2000년에 E. 일라이어스 메리지 감독의 <뱀파이어의 그림자>에 이어 '노스페라투' 관련 영화에 이어 두 번째로 출연하는 것이다. <뱀파이어의 그림자>는 '무르나우 감독이 진짜 흡혈귀를 데리고 영화를 찍었다면?'이란 상상력을 옮긴 영화로, 윌렘 대포가 올록을 연기하는 흡혈귀를 맡았다. <노스페라투>는 현재 촬영 중이다.
프라임 비디오, <데드 링거> 이후 <폴터가이스트>?
얼마 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 <대드링거> 리메이크 드라마를 예고한 프라임 비디오. 제레미 아이언스의 1인 2역 명연기와 크로넨버그의 기괴하고도 고풍스러운 비주얼이 빛난 영화는 레이첼 와이즈가 주연을 맡아 드라마로 4월 21일 돌아올 예정. 이 <데드 링거>의 대중 반응이나 내부 평가가 좋았는지 프라임 비디오는 고전 호러 한 편을 더 리메이크하려고 준비 중인데, 목표는 토브 후퍼의 대표작 <폴터가이스트>다. 1982년 영화 <폴터가이스트>는 문이 마음대로 열리고 전등이 점멸하는 등 물리적으로 일어나는 이상 현상 '폴터가이스트'가 수시로 일어나는 한 가정집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가 성공해 속편이 만들어지고 2015년에 리메이크되는 등 꽤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다. 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프라임 비디오는 <폴터가이스트>의 리부트를 최우선 순위에 올려놨다고 한다. 다만 하나 걸림돌이 되는 건 스티븐 스필버그가 <폴터가이스트>의 각본 겸 제작이기 때문에 그와 접촉해서 리부트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 만일 스필버그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곧바로 리부트에 전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