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티저 예고편을 공개된 <블루 비틀>은 새롭게 시작하는 DC 유니버스(DCU)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다. 2018년 즈음 실사화 영화 제작을 위한 초기 단계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이미 있었는데 당초 계획과는 어느 정도 차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여기에는 콘텐츠 총괄 CEO로 새로 취임한 제임스 건의 원대한 계획이 포함되었을 것 같은데.

제임스 건이 피터 사프란과 함께 공동 대표로 초빙되면서 콘텐츠 총괄 담당으로 임명되었고, 이에 따라 DC 유니버스로 이름마저 새로 한 DC 코믹스 기반의 실사화 프로젝트는 새로운 길을 가게 됐다. 기존의 세계관을 토대로 한 DC 확장 유니버스는 플래시의 대표적인 이슈 중 하나인 「플래시포인트」를 기반으로 한 영화 <플래시>를 통해 재편성될 예정에 있다고 하며, 이에 따른 계획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재미있는 점은 DC의 공동 CEO 피터 사프란이 DC 유니버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 제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영화뿐만 아니라 TV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나아가 게임까지 통합한 세계관에서 전개하는 거대한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블루 비틀> 역시 그 계획에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직에 또 이직... 시작은 DC가 아니었던 '블루비틀'

1대 블루비틀 댄 개릿

<블루 비틀>의 주인공 블루비틀은 꽤 오래된 캐릭터로, 영화 <블루 비틀>의 주인공 하이메 레예스는 3대 블루비틀이다. '폭스 코믹스'에서 '찰튼 코믹스'로, 그리고 다시 'DC 코믹스'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기원과 설정이 여러 번 재창조되었으며 티저 예고편에서 확인한 바 영화 속 설정은 DC의 'NEW 52' 이후 재편한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대 블루비틀 '댄 개릿'의 등장은 무려 1939년이었다. 폭스 코믹스에서 발간한 '미스테리 맨'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4페이지 분량의 짧은 이야기로 댄 개릿이라는 인물이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자 낮에는 경찰관으로, 밤에는 자경단 히어로로 활약한다는 간단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어 미스테리 맨 코믹스의 주축으로 성장한다. 이렇게 한동안 폭스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폭스 코믹스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캐릭터 판권은 찰튼 코믹스로 이관된다.

2대 블루비틀 테드 코드

캐릭터를 소유하게 된 찰튼 코믹스는 블루비틀의 설정을 일부 수정하고 재정립해 1964년 다시금 등장시킨다. 폭스 버전의 댄 개릿을 테드 코드의 스승으로 설정해 1대와 2대 개념으로 정립한 것인데, 이때의 설정이 2대 블루비틀 테드 코드의 기반 설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83년 DC 코믹스가 찰튼 코믹스를 흡수하면서 블루비틀이 DC 세계관에 편입되자 이전의 설정들을 토대로 다시 한 번 재창조해 현재의 하이메 레예스가 탄생하게 됐다.

말하자면 폭스→찰튼→DC 코믹스를 거치는 동안 1대와 2대, 3대가 탄생한 셈이며 3대인 하이메 레예스는 DC코믹스의 대규모 리부트인 NEW 52 이후 세부 설정이 변경되어 현재에 이르렀고, 이 최종 설정이 영화의 기반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나름대로 유서 깊은 역사의 캐릭터로 거듭난 셈이지만, 뒷면에는 소위 어른의 사정이 꽤나 기여한 셈이다.


1대부터 3대까지, 블루비틀 히스토리

저작권 보유사가 바뀌면서 설정이 완전히 바뀌거나, 이전의 캐릭터들을 없던 인물 취급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블루비틀'은 1대와 2대가 사제 관계, 2대와 3대가 협력 관계로 그려져 전대 캐릭터들이 히스토리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 나름 독특하다면 독특하다. 설정에 다소 변경은 있었지만 근래 정립된 이야기에 기초해 설명한다.

댄 개릿과 테드 코드는 자비스 코드라는 빌런을 상대하기 위해 함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 중 1대 블루비틀인 댄 개릿이 죽게 되자 댄은 힘의 원천인 스캐럽을 테드 코드에게 물려주었고, 테드는 2대 블루비틀이 된다. 하지만 고대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던 스캐럽을 '비과학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한 테드 코드는 스캐럽을 이용하는 대신, 타고난 두뇌와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비를 직접 개발해 자경단 히어로로 활약한다.

<영 저스티스>에 등장하는 코드 인더스트리. 창립자는 2대 블루비틀인 테드 코드.

유능한 발명가이자 사업가 자질이 있는 테드 코드는 자신만의 회사를 세워 DC 세계관 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으로 성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저스티스 리그 인터내셔널에 합류했고, 부스터 골드라는 캐릭터를 만나 함께 듀오로 활약하기도 했다. 리버스 이후에는 설정이 다소 변경되었으나 3대 하이메 레예스가 등장하면서 자신과는 달리 스캐럽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하이메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도.

3대 블루비틀 하이메 레예스

3대 블루비틀이자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하이메 레예스는 텍사스 엘 파소에 살고 있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테드 코드가 사용하지 않고 마법사 샤잠에게 부탁해 봉인했던 스캐럽이 모종의 사건을 통해 풀려나고, 레예스가 이 스캐럽을 우연히 얻게 되면서 블루비틀로 거듭났다. 이때 스캐럽이 리치라는 외계 종족이 만든 물건이며 그들의 침략을 위한 도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스캐럽은 숙주를 필요로 하며 생명체로 자아도 갖고 있다(이런 면은 마블의 베놈이 연상된다) . 덕분에 하이메 레예스는 스캐럽의 숙주가 된 이후 스캐럽과 계속해서 몸의 주도권을 경쟁해야 하는 상태다. 이런 설정이 영화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예고편에 등장한 스캐럽에 대한 묘사, 숙주의 말을 듣기도 하고, 안 듣기도 하는 부분 때문이다.


티저 예고편으로 보는 영화 속 '블루비틀'

블루비틀은 DC 소재의 애니메이션 등에서 등장한 적도 있고, 원작 코믹스 팬들에겐 나름 익숙하더라도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캐릭터이기에 솔로무비를 통해 '블루비틀' 하이메 레예스에 대한 소개를 다루는 기원 서사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공개된 <블루 비틀>의 티저 예고편에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꽤 있었다. 마법의 힘이 집약된 물건이자, 하이메 레예스라는 평범한 고등학생을 히어로로 변신할 수 있게 해 주는 매개체이기도 한 스캐럽을 얻게 된 전말이 등장하는 데다가 수트를 처음 착용한 어리바리한 모습도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각해낸 무기를 실체화할 수 있는 능력(대부분의 것들이 가능하다는 언급까지 하며)이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캐럽은 숙주를 필요로 하는 지능적인 물건이지만, 숙주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는 언급이 등장한다. 즉 숙주인 하이메 레예스가 위기에 처하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신체를 강화하거나 대피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는 듯. 여기에 숙주의 말을 '듣기도 하고', '듣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모든 게 하이메 레예스의 뜻대로 될 리가 없다는 위기감도 잠재되어 있다.

이런 이중적인 힘의 원천인 스캐럽을 노리는 듯한 세력도 등장하는데, <록키 호러 픽쳐 쇼>와 <델마와 루이스>, <데드 맨 워킹> 등 다수의 명작에 출연해 명연기를 펼쳤던 수잔 서랜든이 스캐럽을 탐내는 인물로 등장해 예고편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원작 코믹스에서 스캐럽을 지구에 뿌린 장본인이자 우주정복의 야욕을 가진 '리치'와도 관련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

즉석에서 무기를 창조해 내는 능력, 스캐럽과의 주도권 경쟁, 그리고 스캐럽을 노리는 다수의 세력과의 충돌 등이 영화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더불어 10대 소년 히어로라는 점은, 10대 특유의 폭넓은 상상력에 힘입은 재기 넘치는 액션, 그리고 서툰 듯 솔직한(마치, MCU의 스파이더맨이 그랬듯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DC의 재부흥이 이루어지길…

코믹스에선 부스터 골드(왼쪽)와 듀오로 활동한 바 있다.

사실 블루비틀의 실사화는 좀 더 이전에 계획된 바 있었다. 원작 코믹스에서 듀오로 활약했던 부스터 골드와 함께 팀업 영화 제작 계획이 2015년에 발표되었지만, DC 확장 유니버스의 흥행 성적이 계속해서 부진했던 탓에 안타깝게도 취소되었고, 2018년에 솔로 무비로 방향을 바꿔 제작에 들어갔다. 최근 워너브러더스가 <배트걸> 등 취소 수순을 밟고 피터 사프란과 제임스 건을 새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블루비틀>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새롭게 단장을 한 DCU에서 <블루 비틀>이 <플래시> 이후 개편될 새로운 세계관의 시작점을 열게 될 영화로 확정되었고, 이에 따라 당초 계획과는 꽤나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임스 건이 펼쳐 나갈 DCU의 세계관을 보여주게 됐다.

스파이더맨이 '마블스 스파이더맨'이라는 게임으로 콘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것처럼, <블루 비틀>이 영화적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이에 힘입어 게임으로 제작될 수도 있다. 피터 사프란은 게임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멀티 콘텐츠로서의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이전에 게임에 등장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그림을 위해서는 8월 개봉 예정인 이 영화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주어야 할 것이다. <플래시>는 이전에도 다수 보도된 적 있듯이 주연 에즈라 밀러의 파행(물론, 자숙하고 반성한다고는 했다) 때문에 이래저래 악조건을 달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보다는 <블루비틀>에 더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다. 제임스 건이 새로운 콘텐츠 총괄직을 맡았고 그가 이전까지 관여한 영화들이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다시 한번 해낼 수 있을지, 그것도 이래저래 패착이 많았던 DC 스튜디오에서 그게 가능할지에 대한 대답 혹은 힌트는 아마도 <블루비틀>의 개봉 후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모든 불안한 예상을 뒤엎고 성공적인 영화가 되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MCU가 난관을 겪고 있는 지금이 아마도 DCU에게는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