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남녀노소 불문하고 빠져든다는 <테넷> 닐부터 올리고 시작한다.

이런 남자, 세상에 또 없다. 처음부터 꽃미남으로 뜨긴 했지만, 가면 갈수록 농후해지는 매력과 깊어지는 연기력으로 팬들이 점점 늘어나는 배우 로버트 패틴슨 얘기다. 5월 13일은 그의 생일로, 오늘은 로버트 패틴슨의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TMI를 풀어본다. 그의 '딥'한 팬들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씻지 않아도 멋진 남자

한때 이게 그의 '스타일'인 줄 알았다.

로버트 패틴슨의 팬이 되기 위한 진입 장벽. 패틴슨의 평소 사진을 보다 보면 그의 헤어스타일이 유독 자유분방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저렇게 삐죽빼죽 뻗친 머리는 얼굴이 로버트 패틴슨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알아서 피할 법한 느낌마저 준다. 그의 이런 머리는 사실 스타일이 아니고,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것. 로버트 패틴슨은 굉장히 귀티 나는 모습과 달리 씻는 것을 귀찮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촬영이 없는 기간에는 머리를 자주 감지 않고, 그런 떡진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심지어 공식 행사에도 참석하는 것. 기름졌으니 슥슥 넘기기만 해도 그게 스타일로 승화하고 마는 것이다. “깨끗하든 말든 신경 안 쓴다"라는 말을 하기는 하는데, 일각에선 냄새가 나서 같이 일하기 싫은 배우라는 말도 있으니 음… 마치 '패완얼'처럼 '위완얼'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행히 이제 본인도 나이가 들고, 보는 눈이 많아진 걸 알아서 자주 씻고 자기관리도 예전보다 많이 한다고 밝혔다.


출세작을 욕하고 다니던, 할 말은 다 하는 쿨가이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에드워드는 그를 유명하게 만들긴 했지만.

로버트 패틴슨의 대표작은 사람마다 다르게 뽑을 수 있지만, 그의 출세작은 누가 뭐래도 <트와일라잇>일 것이다.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의 창백한 피부와 날카로운 이미지의 외모는 로버트 패틴슨 특유의 퇴폐적인 느낌과 맞아떨어져 '소설 찢고 나온 남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3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에드워드로 낙점된 로버트 패틴슨은 <트와일라잇>의 대성공에 힘입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본인은 <트와일라잇>을 끔찍하게 여겼다. 소설(원작)이 출간되지 말았어야 했다, 시사회 때 못 버티고 극장을 나갔다, 에드워드는 108살이면서 꼬마(벨라는 고등학생이다)랑 뭐 하고 있는 거냐 등등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대한 불평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영화 다섯 편 모두 출연해 시리즈를 마무리 지은 것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던 로버트 패틴슨도 최근에는 “트와일라잇에 대해 불평하는 것도 더는 쿨하지 않다” “모든 게 강렬했던 그때만 그랬지, 지금은 따뜻한 기억들이 남아있다”고 말하곤 한다.

패틴슨의 얼굴에서 '진짜 싫어 짱싫어'가 느껴져서 유명한 인터뷰 모습.


배우를 고민하다가 스타가 되고 다시 배우가 된 남자

지금 보면 그의 필모그래피가 꽤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 같지만, 정작 로버트 패틴슨은 자신이 배우가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일단 그는 어릴 적에 연기자를 꿈꾼 적이 없었고, 데뷔작 <베니티 페어>에선 통편집된 것을 시사회장에서야 알았다(편집자가 미안한 마음에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오디션에 추천해줬다고).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세드릭 디고리로 출연한 후에도 차라리 대학을 진학하거나 음악 활동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꾸준히 고민했단다. 그러던 중 <트와일라잇>에 캐스팅됐고 그 덕분에 배우로 살아야겠다고 확실하게 마음먹은 듯하다.

(왼쪽부터) <코스모폴리스> <잃어버린 도시 Z> <퀸 오브 데저트> <하이 라이프> <라이트하우스>

로버트 패틴슨의 배우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들.

그래서 그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마무리한 시점에서 블록버스터가 아닌, 대중 취향에서 조금 엇나간 영화들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코스모폴리스>와 <맵 투 더 스타>, 베르너 헤어초크의 <퀸 오브 데저트>, 안톤 코르빈의 <라이프>, 제임스 그레이의 <잃어버린 도시 Z> 등등이 그가 스타가 아닌 배우임을 증명하기 위한 궤적이나 다름없다. 그중 가장 큰 변화를 안겨준 건 조쉬 사프디, 베니 사프디 형제의 <굿타임>이다. 로버트 패틴슨은 같이 은행털이를 하던 중 구속된 동생 닉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 코니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영화는 사실 로버튼 패틴슨에게서 시작된 영화인데, 로버트 패틴슨이 사프디 형제의 전작 <헤븐 노우즈 왓> 스틸컷을 보고 일면식도 없는 그들에게 “차기작을 같이 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기 때문. 메일을 받은 사프디 형제는 로버트 패틴슨과 만남을 가진 후 <굿타임>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어떤 감독은 캐스팅을 고민하다가 <굿타임>을 보고 패틴슨을 캐스팅하기로 결심했는데, 그 영화가 매트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이다.

<굿타임>은 로버트 패틴슨의 다른 얼굴을 만천하에 내보였다.


팬을 쫓아낸 그의 불평

오죽하면 명언처럼 이렇게 박제까지 됐을까.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로버트 패틴슨의 일화를 뽑자면 스토커를 쫓아낸 방법이 아닐까. 스페인에서 영화 촬영을 하던 2008년, 한 '사생팬'이 로버트 패틴슨이 묵는 아파트 근처를 서성이며 그를 24시간 관찰했다. 그런 팬의 모습에 짜증이 났겠지만, 외지에 있어서였는지 패틴슨은 심심하고 외롭던 차에 그 팬을 불러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식사를 하는 내내 지금 자신의 환경이나 생활, 기타 등등에 대해 모두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그 결과 그 팬은 그 저녁식사 이후 한 번도 패틴슨 앞에 나타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냥' 수위 높은 영화 찍고 싶어 하는 그런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장식한 잡지 표지들.

지난해 <더 배트맨> 개봉을 앞두고 이래저래 '뜨거웠던' 소식이 있다면, 로버트 패틴슨이 건 공약이었다. 그는 <더 배트맨>이 망한다면, 아트하우스 포르노 영화를 찍겠다고 선언했다. 단어가 좀 어렵긴 한데 <숏버스>나 <색, 계>, <님포매니악>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면 된다. 그의 이런 공약에 '<더 배트맨> 제발 망해라'를 외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는데, 아쉽게도(?) <더 배트맨>은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진 로버트 패틴슨의 반응은 “흥행 성공한 기념으로 (아트하우스 포르노 영화를) 찍으면 추억이 되고 더 좋지 않을까?”. 이쯤 되니 팬들 사이에서도 “차기작으로 이미 골라둔 건가” “그냥 찍고 싶은데 핑계 대는 걸까” 같은 말들이 나왔다. 어쨌든 <더 배트맨>도 성공했고, 로버트 패틴슨도 찍는다면 승자는 관객들인 것 같다.


'봉보로봉봉봉'의 선택받은 로버트

<미키 17>

현재 로버트 패틴슨의 차기작은 <미키 17>이다. <미키 17>은 에드워드 애슈턴 작가의 SF 소설 「미키7」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복제돼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미키 반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 영화에 미키 반스를 맡았다. 이번 영화가 특히 화제인 이유는 <기생충>으로 전 세계 영화제 상을 휩쓴 봉준호의 차기작이기 때문. 이미 <설국열차>, <옥자>로 할리우드 배우와 작업한 바 있는 봉준호는 이번 영화에서 로버트 패틴슨으로 캐스팅하며 “주인공 역에 완벽하다”고 말했단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비를 투입한 외국 영화이긴 하지만, 봉준호가 메가폰을 잡았으니… 혹여나 로버트 패틴슨도 내한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김칫국 마시는 팬들도 적지 않다. <미키 17>은 2024년 3월 중 개봉하니 패틴슨의 팬이라면 그즈음에 뉴스를 열심히 살펴보게 될 것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