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가장 큰 인기를 자랑하는 가수 중 하나인 브루노 마스가 9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을 맞아 브루노 마스의 음악을 사용한 영화들과 그 순간들을 정리했다.
“Runaway Baby”
Bruno Mars
<프렌즈 위드 베네핏>
Friends with Benefits, 2011
<프렌즈 위드 베네핏>을 여는 목소리는 주연 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밀라 쿠니스도 아닌, 브루노 마스다. 제작사 '스크린 젬스' 로고가 마스의 'Runaway Baby'의 훵키한 리듬과 함께 떠오르고, 곧 주인공 딜런(저스틴 팀버레이크)이 터치 모니터 속 로고를 휙 치우면서 팀원들 앞에서 브리핑하고 딜런과 제이미(밀라 쿠니스)가 서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교차편집이 이어진다. 유쾌하고 발랄한 주인공을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에 적격인 오프닝. <프렌즈 위드 베네핏>이 개봉하기 한 해 전인 2010년 발매된 브루노 마스의 1집 <Doo-Wops & Hooligans> 수록곡 'Runaway'는 10개의 트랙 가운데 싱글컷 되지 않은 4개 트랙 중 하나다. 물론 싱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브루노 마스의 노래가 귀에 쉽게 안 꽂힐 리가.
“It Will Rain”
Bruno Mars
<브레이킹 던 part 1>
The Twilight Saga: Breaking Dawn - Part 1, 2011
'Grenade'가 떠오르는 팝 발라드 트랙 'It Will Rain'는 브루노 마스가 <트와일라잇> 시리즈 네 번째 편 <브레이킹 던 part 1> 사운드트랙에 실린 노래다. 2011년 5월부터 한 달가량 진행된 'The Doo-Wops & Hooligans Tour' 일정 중 틈틈이 썼지만 끝내지 못한 곡을 <브레이킹 던 part 1> 사운드트랙 참여 제안을 받아 영화를 보고 그 무드에 걸맞은 트랙으로 완성했다. 데뷔 앨범부터 함께 한 필립 로렌스, 아리 르바인과의 프로듀싱 팀 '스미징톤스'의 비트에 현악기 편곡을 더해 <트와일라잇> 시리즈 특유의 격렬(한 유치)함을 한껏 돋보이게 했다. 시리즈의 음악감독 알렉산드라 파사바스(Alexandra Patsavas)는 "시대를 뛰어넘는 웨딩송을 만드는 데에 브루노 마스만큼 적합한 이가 또 있을까" 하며 만족을 드러냈다고. 'It Will Rain'은 영화 엔딩크레딧 세 번째 곡으로 사용됐다.
“Just the Way You Are”
Bruno Mars
<피치 퍼펙트>
Pitch Perfect, 2012
음악영화 <피치 퍼펙트>는 대학교 여자 아카펠라 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1980년대부터 2010년대의 인기곡들의 아카펠라 커버를 만끽할 수 있다. 리아나, 켈리 클락슨, 아바, 마돈나, 마일리 사이러스 등과 더불어 등장하는 브루노 마스의 노래는 'Just the Way You Are'다. 아카펠라 팀 '바든 벨라스'가 서로에 대한 의심과 질투를 내려놓고 처음으로 마음을 모아 부르는 노래다. 학교 앞에서 즉흥적으로 ("오브리 선배 선곡해줄래요?") 부르지만 여자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노랫말도 적절하게 맞는 가운데 바든 벨라스 멤버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화음을 만드는 쾌감이 대단해 <피치 퍼펙트>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워낙 빼어난 멜로디라 수많은 가수들이 커버했는데, 그중엔 여든이 넘은 조니 마티스도 있다.
“Welcome Back”
Bruno Mars
<리오 2>
Rio 2, 2014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블루 스카이'의 또 다른 대표작 <리오>의 두 번째 편은 제이미 폭스, 윌 아이 엠에 이어 브루노 마스가 목소리를 보태 음악에도 공들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비단 노래를 수록한 것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소화했다. 주인공 쥬엘(앤 해서웨이)의 소꿉친구 로베르토 역. 브루노 마스의 로베트로가 영화 속에서 부르는 곡 딱 하나 'Welcome Back'이다. 로베르토가 쥬얼이 아마존의 스픽스 마코 부족으로 돌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다. 마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캐치한 멜로디는 여전한데, 그의 음악 파트너 스미징톤스가 아닌 <리오> 시리즈의 음악감독 존 파웰이 프로듀서를 맡아 확연히 색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Marry You”
Bruno Mars
<매직 마이크 XXL>
Magic Mike XXL, 2015
<매직 마이크> 시리즈는 실제 배우 데뷔 전 스트리퍼였던 채닝 테이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무대 바깥 스트리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간간이 등장하는 무대 위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그와 함께 하는 다양한 음악들은 <매직 마이크>의 분명한 매력 중 하나다. 속편 <매직 마이크 XXL>에도, 지누와인의 'Pony'를 비롯한 명곡들이 즐비하다. 이 기획에서 소개하는 브루노 마스의 노래들이 대부분 그가 직접 부르는 음원을 사용했다면, <매직 마이크 XXL> 속 'Marry You'는 도널드 글로버가 연기한 클럽 가수 안드레가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만한 쇼에서 부르는 식으로 사용됐다. 배우와 더불어 '차일디시 감비노'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도 병행하는 글로버의 노래 솜씨가 빛을 발했다.
“24K Magic”
Bruno Mars
<몬스터 호텔 3>
Hotel Transylvania 3: A Monster Vacation, 2018
소니 픽처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 시리즈의 3편 역시 브루노 마스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드락이 몬스터 호텔을 벗어나 호화 크루즈 여객선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드락이 하와이안 룩으로 차려입고 크루즈 곳곳을 누비는 대목에서 '24K Magic'이 쓰였다. 음악에 맞춰 맘껏 몸을 튕기는 모습뿐만 아니라, 드락을 공격하려는 크루즈 선장 에리카가 번번이 실패하는 과정까지 아우르는 2분 남짓한 부분 전체에 깔린다. 1집 <Doo-Wops & Hooligans>와 2집 <Unorthodox Jukebox>를 거쳐 2016년 발매한 세 번째 앨범 <24K Magic>은 기존의 산뜻함을 넘어 훵크와 디스코의 리듬을 적극 수용해 변신을 꾀한 브루노 마스에게 어김없는 성공을 안겨주면서 그를 2010년대 최고의 가수로 발돋움하게 했다.
“Fire in the Sky”
Anderson. Paak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2021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의 아시아 히어로 샹치의 솔로 무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한바탕 소동을 마무리 한 샹치(시무 리우)와 케이티(아콰피나)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웡(베네딕트 웡)을 따라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바로 그 신에서 흐르는 음악이 앤더슨 팩의 'Fire in the Sky'다. 2021년 초 앤더슨 팩과 '실크 소닉'을 결성한다고 발표하고 하나둘 싱글을 내놓고 있던 브루노 마스는 'Fire in the Sky'의 작곡가로 참여했다. 실크 소닉의 연장선이라기보다, 본격적으로 시공간을 넘어 새로운 세계에 입성하는 샹치의 모습에 걸맞게 몽롱한 분위기가 더 짙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개봉 두 달 후 실크 소닉은 데뷔 앨범 <An Evening With Silk Sonic>를 발표하면서 브루노 마스의 음악 세계는 한층 더 넓어졌다.
“Uptown Funk”
Mark Ronson & Bruno Mars
<수퍼 소닉 2>
Sonic the Hedgehog 2, 2022
워낙 차트 성적이 좋긴 하지만,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가 담긴 트랙 가운데 차트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건 마스의 2집 <Unorthodox Jukebox>의 세 곡을 프로듀싱한 마크 론슨과 협업한 'Uptown Funk'다. 80년대 훵크 사운드를 전면에 휘감은 'Uptown Funk'은 발표 직후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의 차트를 휩쓸기 시작했고,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무려 14주간 차지하고 이전의 스트리밍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는 등 어마어마한 성공을 기록했다. 'Uptown Funk'와 함께 소개할 영화는 <수퍼 소닉 2>다. 소닉과 테일스는 폭설을 뚫고 들어간 시베리아 술집에서 번역기 고장으로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급기야 댄스 배틀을 벌이게 된다. 'Uptown Funk'에 맞춰 쭈뼛쭈뼛 합을 맞추다가 금세 팀워크를 맞춰 장내를 뒤집어버린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