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거리 두기 기간을 끝내고 시작한 2023년, 희망찬 한 해가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올 6월까지 꽤 많은 영화들이 개봉하며 극장가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꽤 많은 속편들이 연이어 개봉했는데, 최후 승자는 누구였을까. 2023년 6월까지 개봉한 영화들의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를 정리했다.

※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성적은 2023년 7월 2일을 기준으로 하며, 손익분기점 돌파 및 수익 발생은 별도로 표기하지 않는다.


10위

<플래시>

약 2억 2천만 달러

(최소 2억 달러 손실 예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플래시>가 개봉했다. 주연 배우 에즈라 밀러가 구설수에 오르면서 그동안 개봉하네마네 했었지만 워너브러더스는 개봉을 선택했다. DCEU를 마무리하는 작품이기도 했고, 사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논란을 돌파하려고 했던 듯하다. 하지만 개봉 후 성적은 사실 처참하기 그지없는데, 길어졌던 제작 기간 대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1억 달러도 넘지 못한 채 전 세계 2억 달러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듯.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먼저 개봉한 탓에 비교 대상이 된 것도 크지 않았겠냐는 분석도 있다.


9위

<크리드 3>

약 2억 7천만 달러

<록키> 시리즈의 스핀오프에서 이제는 단일 시리즈로 나아가고 있는 <크리드> 시리즈의 신작, <크리드 3>. 이번 작품은 크리드로 활약한 마이클 B. 조던이 메가폰까지 잡았다. 또 최초로 록키 역의 실베스터 스텔론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 이번 작품은 <크리드>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할 분수령으로 보였는데, 결과는 성공적. 전 세계에서 2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편의 1억 7천만 달러, 2편은 2억 1천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제작비가 1억 달러 미만인 작품으로 이 정도면 새로운 스포츠 영화 명가로 인정해도 좋을 듯하다. 실제로 개봉 첫 주말에 1억 달러를 돌파해 역대 스포츠 영화 사상 최고의 오프닝 수입을 기록했다.


8위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약 3억 5천만 달러

(손익분기점 돌파 실패)

역대 최고의 블록버스터라 해도 손색없는 1편 <트랜스포머> 이후 꾸준히 작품 하락세를 보인 <트랜스포머> 시리즈. 물론 꾸준히 흥행은 했지만, 점점 산으로 가는 스토리와 눈이 아플 정도로 난잡한 연출에 관객 반응은 점점 식어갔다. 그래서 시리즈는 <범블비>를 기점으로 소프트 리부트를 선택했고, 그 첫 주자 이번 <트랜스포머: 라이즈 오브 더 비스트>다. 원작 시리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비스트 워즈>를 도입하며 흥행을 노렸는데, 아쉽게도 4억 달러조차 넘지 못하고 시리즈 꼴찌가 되고 말았다. 이도 저도 아닌 리부트라서 도리어 헷갈린다는 반응이 많았고, 그동안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던 것이 마침내 표면 위로 드러난 모습이다.


7위

<존 윅 4>

약 4억 3천만 달러

고군분투의 대명사 존 윅이 4년 만에 돌아온 신작 <존 윅 4>. 3편 이후 체력을 회복한 존 윅은 다시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최고 의회를 몰아내보고자 한다. 키아누 리브스의 대표 시리즈, 대표 캐릭터가 된 존 윅은 이번 작품에서 4억 달러를 돌파하며 시리즈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제작비가 1억 달러로 역대 최고였다는데, 그것보다 수익이 훨씬 더 잘 나왔으니 그야말로 박수칠 때 떠난 시리즈가 됐다(물론 제작 중인 외전도 있고 속편의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6위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약 4억 7천만 달러

(손익분기점 돌파 실패)

승승장구하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근래 '위기론'을 극복하고자 꾸준히 노력했다. 하지만 페이즈 5의 시작을 알리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부터 씁쓸한 성적만 남기며 진심으로 위기를 타개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2억 달러 가량의 제작비를 부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하며 끝내 손익분기점은 넘지 못했다고 분석됐다. <앤트맨> 시리즈는 가족적인 분위기, 다른 작품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스케일로 수익을 남겨왔는데 부쩍 커진 스케일에 관객 동원력도 대폭 줄어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5위

<인어공주>

약 5억 1천만 달러

(손익분기점 돌파 실패)

화제성 한정 "올해의 영화"인 <인어공주>.캐스팅부터 이어진 논란은 영화 완성도로 극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악영향만 미친 채 사그라지지 않았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사랑한 팬들은 여전히 주연 배우 선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고, 사실 이번 영화를 본 관객들도 입을 모아 연기력 부족을 언급했다. 그래도 전 세계에서 5억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성공했으나, 문제는 제작비만 2억 5천만 달러 든 대작이란 점(손익분기점이 7억 달러라는 분석이 있다). 입소문이 안 좋게 난 만큼 극장에서 상영을 종료하면 별다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거란 부정적인 분석까지 따라붙었다. 실사판 <라이온 킹>도 호평을 받진 못했어도 16억 달러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는데, <인어공주>라는 역대급 원작으로 이 같은 손해를 냈으니 더욱 처참한 결과 같기도.


4위

<스파이더맨: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약 5억 7천만 달러

올해, 오버를 좀 하면 역대급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2부작 중 1편이라는 장벽도 넘었다. 5억 달러를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은 확실히 넘었고 북미에서는 개봉 한 달이 됐음에도 열기가 여전하다. 북미 수익 기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다만 다른 작품에 비해 북미 수익 비중이 크다는 건 그만큼 다른 국가에선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 듯하다. 이런 흥행 기록과 별개로 현재는 악재가 발생했는데, 작품 제작 과정에서 애니메이터들의 노동 착취가 상당했다는 폭로가 터졌기 때문. 원래 내년에 속편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를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불가능하다'는 뉴스까지 나왔을 정도. 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작품 속편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위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약 6억 9천만 달러

(손익분기점 실패)

'믿고 보는 시리즈'의 신작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지금까지 흥행 3위에 올랐다. 이렇게만 들으면 '괜찮은데?' 싶을 수 있지만,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위기가 닥친 셈이다.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제작비만 약 3억 달러가 들었는데, 그럼 적어도 7억 달러는 벌어야 본전인 것이라 지금 성적으로는 사실상 손해에 가깝다. 최악인 건 이번 영화가 다음 편과 이어지는 '1부'였다는 것. 다음 작품이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로 기획된 만큼, 무조건 찍기는 찍어야 하는데 이렇게 관심이 식어버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위기를 타개할지. 일단 루크 홉스 역을 맡은 드웨인 존슨을 포함해 시리즈의 올스타 출연진을 구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약 8억 4천만 달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우주 수호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의 마지막 인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는 오랜만에 마블 스튜디오의 숨통을 트였다. 제임스 건 감독,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 폼 클리멘티에프, 카렌 길런 등은 이번 작품에서도 훌륭한 캐릭터 소화력과 감성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8억 4천만 달러라는 성적을 거둬 2편(8억 6천만 달러) 못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3위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와 거의 1억 5천만 달러 차이가 났다.


1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약 13억 4천만 달러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유일한 올해의 승자.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빌리언 클럽'에 가입한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관객이 원하는 것, 팬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줬다. 현재로서는 상반기를 넘어 2023년 전체 1위로 등극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원작의 재미와 매력 포인트를 그대로 살린 부분들이 극찬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꾸준히 의견을 교류한 원작 게임사 닌텐도와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의 완벽한 합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원작'을 두고도 재해석을 시도하다 오히려 비판 받은 많은 영화들에게 보여줄 만한 모범 사례. 영화계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전반에 '오랫동안 인기를 얻은 IP의 힘'을 보여주며 사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닌텐도와 일루미네이션이 <젤다의 전설>도 제작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