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수많은 네임드 스파이들을 알고 있지요. 당장 생각나는 사람을 읊어볼까요? 이단 헌트, 제임스 본드, 제이슨 본…. 여성 스파이들도 못지 않아요. <색, 계>(2007)의 왕치아즈, <스파이>(2015)의 수잔 쿠퍼까지. 그리고 또 한 명의 스파이가 도착했습니다. <트리플 엑스>(2002)의 샌더 케이지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귀요미 그루트로 요즘 더 잘 알려진 빈 디젤이 연기했죠.
전편에서 얼떨결에 비밀요원이 되어 콜롬비아 마약 밀매단의 아지트를 조져놓은 바 있는 샌더 케이지가 2월8일 개봉한 신작 <트리플 엑스 리턴즈>에선 비밀요원들을 추가 모집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세계 곳곳에 숨은 능력자들을 찾아 스파이로 만드는 일은 프로 스파이에게도 녹록지 않은 모양입니다. (네이버 영화에서 <트리플 엑스 리턴즈>를 검색하면 성인 인증을 한 뒤에야 대부분의 스틸컷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후덜덜!)
그래서 오늘은 스파이들의 그간의 고생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들이 수행한 고난이도 미션 톱5 순위를 매겨봤습니다. ㅇㅏ…. 그런데 미션 수행의 난이도 자체만 따지자니 이단 헌트가 순위를 모두 평정하는 바람에… (눈물). 어딘가에선 톰 크루즈가 공중 액션 연기에 집착하는 병에 걸린 게 아니냔 소리도 나왔죠. <미션 임파서블 2>(2000)에서 앰브로즈(더그레이 스캇)도 증언한 바 있지요. “(이단 헌트는) 병적으로 공중곡예에 집착하니까 분명 다른 곳으로 들어올 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단 헌트는 정말 굴뚝으로 잠입…) 아무튼 그래서 형평성을 고려해 난이도와 마음고생을 두루 체크해 보았습니다. 함께 보시죠!
5위
<007 카지노 로얄>(2006)
제임스 본드의 영 좋지 못했던 그 순간
<007 카지노 로얄>은 대니얼 크레이그가 출연하는 첫 007 시리즈이기도 했죠. <007 카지노 로얄>은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가 넘버를 받고 막 일을 시작할 무렵의 초기를 다룹니다. 이전의 노련한 007들이 첨단무기로 간편하게 싸워왔음을 떠올리면, 신참 007은 온갖 육탄전을 감내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는데요. 특히 르 쉬프(매즈 미켈슨)가 본드의 영 좋지 않은 부위를 무차별 가격하는 후덜덜한 폭행 장면은 수많은 관객에게 트라우마(!)를 안기기도 했죠. 내가 이러려고 스파이가 됐나, 몹시 자괴감을 느꼈을 제임스 본드에게 애도를…(눈물). 명성에 비하면 굴욕적이기까지 했던 상황이지만, ‘미션’이라기엔 조금 이상하지만, 어쨌든 남자의 자존심(!)과 인생이 달린 문제였잖아욧!
4위
인기 많아도 힘들어 ╮(╯︵╰)╭
<스파이>의 수잔 쿠퍼
CIA 내근 직원 수잔은 현장직 브래들리(주드 로)의 백업 파트너입니다. 현장에 나가 싸우는 브래들리를 모니터링하며 여러 현장 정보를 제공하고 탈출로를 확보해주는 등 수잔도 몹시 바쁜데요. 어느 날, 현장직 요원들의 신분이 모두 노출되면서 급히 투입할 ‘뉴페이스’가 필요해집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현장직 요원이 된 수잔은 의외로 재능을 발휘하며 씩씩하고 영리하게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데요. 마타 하리나 왕치아즈 등 대개의 여성 스파이들이 미인계를 요긴하게 써먹은 것을 떠올리면 아이러니하게도, <스파이>에서 수잔의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인기’입니다. 수잔을 신뢰할 수 없다며 발벗고 나선 자칭 최고의 요원 릭 포드(제이슨 스타뎀)나 이탈리아 출신의 스파이 알도(피터 세라피노윅), 심지어는 (수잔이 조금 좋아하기도 했던) 브래들리까지 수잔의 관심을 구걸하게 되죠. 하지만 영화 보신 분들은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으실 겁니다. 과연 이렇게 매력적인 여성 스파이가 또 있을까요?!
3위
영.고.직(영원히 고통받는 직장인).
<국제 첩보국>(1965)의 해리 파머
해리 파머(마이클 케인)는 생계형 스파이입니다. 옆 동네 스파이 제임스 본드와는 판이하게 다른 타입의 요원이죠. 본인이 대단히 잘나서가 아니라 국방성 말단 직원이라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스파이 노릇을 합니다. 안경 필수인 고도 근시, 요리가 취미인 초식남인데 직장인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회사에서 하라면 하는 거죠. ㅠㅠ 정보원은 자꾸 죽어나가지, 육탄전은 쥐약이지, 심지어 악당들에게 잡혀 감금되는 상황에까지 놓입니다. 누구보다 퇴근이 간절했을 그의 심적 고통은 그 어떤 스파이들의 험난한 미션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네요!
2위
이름은 기억하게 해줘야 할 거 아니에욧!
<본 아이덴티티>(2002)의 제이슨 본
스파이 중의 불쌍甲,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자기 이름도 모릅니다. 지중해 한복판에서 어부들에게 발견돼 간신히 목숨을 건진 제이슨 본은 영문 모를 기억상실증으로 자신에 관한 모든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린 남자입니다. 이름은 기억 안 나지, 집도 모르지, 난데없이 자기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막 나타나서 막 이케이케 ㅠㅠ 불땅해…. 수시로 마주치는 사람들이 자길 해하려는 사람인지, 도우려는 사람인지 매번 촉을 곤두세워야 하고, 적에 관한 정보는커녕 자기 이름부터 일단 찾아나서야 하는 비운의 스파이죠. 잠 한숨 편히 못 드는 세상 피곤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제이슨 본은 머리 좋고, 싸움도 잘하고, 돈도 많아서 이름도, 할 일도 금방 깨닫고 다 먹고 살 길을 찾더라고요. 비슷한 케이스로 <럭키>(2016)의 암살자 형욱(유해진)도 있죠. (그런데 둘이 좀 달라.. 많이 달라..)
1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공중곡예 집착남 이단 헌트
누구겠습니까. 결국 이단 헌트입니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에디터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극장에서 관람할 때도 매번 속으로 비명을 삼키며 봅니다. (…제발 그만해!) 이단 헌트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서 두바이 고층빌딩을 맨손으로 오르던 장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에서 날아오르는 비행기 동체에 맨손으로 매달려있던 장면. 모두 잘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둘 중에선 도저히 순위를 매길 수가 없었습니다. 이 포스트를 보시는 분들은 어떤 미션(?)이 가장 쫄리셨나요? 2018년엔 이단 헌트가 다시 돌아온다고 하는데, 또 뭘 준비해 올지 벌써부터 두려워지네요!
ಢ_ಢ 고마해라.. 마이 힘들었다 아이가...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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