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윈슬렛은 이제 막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배우'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을 만한 명연들을 보여줬다. 10월 5일, 그녀의 마흔두 번째 생일을 기념하며, 윈슬렛 최고의 캐릭터들을 7명으로 추려봤다.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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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피조물>
(1994)

<고무 인간의 최후>, <데드 얼라이브> 등 코미디와 공포가 정신없이 뒤섞인 영화세계를 구축하던 피터 잭슨은 1954년 실화 '파커 흄 사건'을 영화화한 <천상의 피조물>을 내놓았다. 케이트 윈슬렛은 두 주인공 중 하나 줄리아 흄으로 분해 "어마어마한 신인이 나타났다"는 평을 받으며 화려한 영화 신고식을 치렀다. 서로 다른 이미지의 두 친구는 우정 그 이상의 감정을 키워가고, 넘치는 상상력으로 동화를 만들고 그 안에서 둘만의 세계를 발견한다. 또박또박 짜랑짜랑한 말투의 줄리아는 폴린과 함께 미친 듯이 웃고 뛰어다니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지만, 어른들은 그들의 관계를 방해한다. 살인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지만, 그 과정 중에 펼쳐지는'환각적인' 기쁨의 순간들은 뚜렷이 남는다.

천상의 피조물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케이트 윈슬렛, 멜라니 린스키

개봉 1994 뉴질랜드,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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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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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1997)

로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영화의 히로인이다. 1912년 차디찬 물속으로 가라앉은 '타이타닉'호 사건을 로맨스에 초점을 맞춰 그린 <타이타닉>은 발표되자마자 온갖 흥행 기록들을 집어삼키면서 20세기의 제일 거대한 영화로 우뚝 섰다. 엄격한 사회 질서에 염증이 난 상류층 로즈는 바다로 목숨을 던지려 하지만, 가난한 화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다. 그리고 로즈와 잭은 천국 같은 사랑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노을빛 망망대해 앞에서 두 팔을 서서히 벌릴 때, 로즈의 얼굴에 천천히 피어나는 희열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타이타닉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개봉 199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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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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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2004)

<이터널 선샤인>의 클레멘타인은 언뜻 <천상의 피조물>의 줄리엣을 떠올리게 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그걸 지키려는 자유분방한 여자의 얼굴을 오랜만에 윈슬렛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클레멘타인은 지워져야 하는 사랑이다.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은 오랫동안 사랑하고 결국 헤어졌고,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 하지만 조엘은 지워지는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감당하기 힘든 실연의 고통을 감당하고서라도 잊고 싶지 않은 사랑이라니, 그만큼 찬란한 존재가 또 있을까. 순간순간의 감정에 이성을 내맡기는 파랑/빨강 머리의 클레멘타인은 이미 내 곁에 없는 연인을 떠올리게 한다.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개봉 200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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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슈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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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2008)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로맨스와 역사의 앙상블이 뛰어난 작품이다. 문맹인 한나는 고등학생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들을 '들으면서' 마음을 키우지만 돌연 자취를 감춘다. 당연한 것처럼 나치에 부역했던 한나는 전범으로 옥고를 치르고, 오랜 세월이 지나 마이클과 한나는 재회한다. 영화는 마이클의 시선을 통해 역사와 국가 권력에 속아 범죄에 가담한 한나라는 여성을 그린다. 케이트 윈슬렛은 각 시기마다의 한나의 표정 하나하나를 세세히 구현하는 경지를 보여주면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감독 스티븐 달드리

출연 케이트 윈슬렛, 랄프 파인즈, 데이빗 크로스

개봉 2008 미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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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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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2008)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결혼에 관한 가장 끔찍한 드라마다. 첫눈에 반해 결혼하고 교외의 평화로운 마을에 사는 부부 에이프릴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오히려 그 단조로운 삶으로 인해 파멸로 향해간다. 영화는 서서히 끓는점을 향해 가는데, 터지지 않은 채 그 미칠 듯한 감정의 지옥도를 드넓게 펼쳐 보인다. <타이타닉>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준 윈슬렛과 디카프리오는 그 정반대 편에서 건조하게 식어가는 사랑을,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아 보여준다. 메소드 연기에 능한 두 배우의 능력, 그리고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온 친밀함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싶은 경지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개봉 2008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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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드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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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드레드 피어스>
(2011)

영화 데뷔 이후 TV 시리즈 작업은 하지 않았던 케이트 윈슬렛은 <파 프롬 헤븐>, <캐롤>의 토드 헤인즈와 손잡고 HBO 드라마 <밀드레드 피어스>에 참여했다. 두 딸을 부양하며 식당 종업원으로 어렵게 살아가던 밀드레드는 자신을 흠모하는 몬테의 도움을 받아 레스토랑을 열고 큰 성공을 거둔다. 유복한 환경을 갖췄지만 그녀의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미국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1930~40년대 시기의 클래식 패션을 선보이는 케이트 윈슬렛의 눈부신 자태를 보는 것만으로 호사로운데, 그녀는 질곡의 삶을 통과하는 여인의 초상마저 완벽하게 구현한다.

밀드레드 피어스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윈슬렛, 브라이언 F. 오바이런, 멜리사 레오, 제임스 르그로스, 머피 가이어, 메어 위닝햄, 마린 아일랜드, 가이 피어스

개봉 201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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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호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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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2015)

마이클 패스벤더가 21세기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손꼽히는 스티브 잡스를 연기하는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패스벤더가 독차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케이트 윈슬렛의 조안나 호프만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애플의 마케팅 담당자 조안나로 분한 윈슬렛은 패스벤더의 잡스와 영화 속에서 내내 살벌한 설전을 벌이며 그가 좀 더 앞으로 나아가도록 채찍으로써 밀어준다. 그리고 좌절 속에서도 그를 떠나지 않는다. 안경으로도 누그러지지 않는 날카로움과 상황에 치우치지 않고 동료를 믿는 온정을 동시에 품은 조안나는, 윈슬렛의 '다음'을 기다리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스티브 잡스

감독 대니 보일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케이트 윈슬렛, 세스 로건

개봉 201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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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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