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이 100주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3.1 운동을 주도했던 유관순을 비롯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드라마 속에서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드라마에서 독립운동가 캐릭터를 연기한 여성 배우들을 모았다.

* 해당 영화·드라마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고아성, 김새벽, 정하담, 김예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여성 독립운동가 여럿을 주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3.1 운동 이후 충청남도 병천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 형무소에 갇힌 후 1년의 시간을 담았다. 영화는 유관순과 서대문 감옥 8호실에서 함께한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다. 열일곱 소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유관순(고아성), 수원에서 기생 30여 명을 데리고 만세운동을 주도한 기생 김향화(김새벽),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김예은), 다방 직원이었던 이옥이(정하담) 등 여러 사연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등장한다.

항거:유관순 이야기

감독 조민호

출연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류경수

개봉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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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스캔들>, <밀정>
한지민

한지민은 두 번이나 독립운동가를 연기했다. 첫 번째는 2007년 KBS2에서 방영한 드라마 <경성스캔들>이다. 모던 걸, 모던 보이가 활보하던 1930년대 경성, 나여경(한지민)은 하얀 저고리, 검정 치마를 고집해 '조마자'(조선의 마지막 여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낮에는 서점을 운영하고 밤에는 야학당을 여는 나여경은 여느 영화 속 드라마틱한 독립투사에 비하면 평범한 인물이다.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 점차 독립운동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성장형 캐릭터였다.

나여경이 성장하면 이런 모습일까. <밀정>의 연계순(한지민)은 훨씬 노련하다. 연계순은 역사 속 실존 인물인 의열단원 현계옥을 모델로 한 캐릭터다. 활동 무대도 국제적이다. 경성과 상하이를 오가는 것은 물론 폭탄 제조를 위해 헝가리 출신 외국인 아나키스트와 위장 부부로 지낸다. 약 10여 년 만에 다시 맡은 독립운동가지만 신념으로 가득 찬 눈빛, 수수하고 단정한 느낌은 여전하다. 한지민은 작품 밖에서도 지속적으로 역사에 관심을 갖고 행동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알리는 행사, 기부에 참여했으며 최근엔 관련 소재를 다룬 영화 <허스토리>에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밀정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공유

개봉 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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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스캔들>
한고은

<경성스캔들>에는 매력 있는 여성독립운동가 캐릭터가 한 명 더 등장한다. 차송주는 어린 시절 기생으로 팔려와 경성 최고의 기생이 되었으나 밤에는 악질 친일파와 일본 경찰을 쏴 죽이는 저격수다. 한고은은 특유의 나른한 중저음 목소리로 시대의 아픔과 사랑에 대한 명대사들을 쏟아냈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남자가 변절자가 된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자신에게 친일파 암살 지령을 내렸던 애물단 수장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비극적 인물이기도 하다. 한고은은 지금 봐도 여전히 화려하고 멋스러운 모던 걸 패션을 찰떡으로 소화했다.

경성스캔들

연출 한준서

출연 한지민, 강지환, 고명환, 안용준, 한고은, 이보라, 윤기원, 류진

방송 2007,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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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전지현, 진경, 김해숙

<암살>은 의열단원들의 활동 기록을 바탕으로 가상의 암살 사건을 그려낸 영화다. 전지현은 친일파와 조선에 주둔한 일본인 사령관 암살작전에 투입된 저격수 안옥윤과 친일파 아버지 밑에서 곱게 자란 쌍둥이 언니 미츠코를 맡아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안옥윤은 3.1 운동에 참여하고 조선 총독의 암살을 기도하는 등 독립운동 활동을 펼친 남자현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암살>에는 적은 분량이지만 독립운동에 가담한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특별출연으로 합류한 김해숙은 임시정부의 연락책과 공작원 역할을 하는 아네모네 마담을 맡았다. 그녀는 자신이 연락책이라는 것이 탄로날 위기에 처하자 권총 자살한다. 진경은 안옥윤의 어머니로 출연했다. 남편이 친일에 가담했음에도 염석진(이정재)을 남몰래 후원하며 돕다가 사살당한다.

암살

감독 최동훈

출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개봉 20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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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최희서

<박열>은 조선의 독립운동에 관여한 일본인 여성 가네코 후미코를 알려지게 한 작품이다. 가네코 후미코는 간토 대학살 사건이 벌어졌던 1923년,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고자 투쟁했던 아나키스트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였다.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녀를 연기한 배우는 신예 최희서였다. 수준급 일본어 실력으로 연기에 몰입감을 높였으며, 가네코 후미코를 씩씩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로 표현했다.

박열

감독 이준익

출연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개봉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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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보이>
김혜수

김혜수는 <모던보이>에서 1937년 일제강점기 비밀 구락부의 댄서로 위장한 비밀 결사 단원 조난실을 연기했다. 그녀는 연인인 조선총독부 1급 서기관 이해명(박해일)을 이용해 총독부를 폭발시키고 해명의 집을 털고 사라진다. 그러나 화려한 모던 걸로 위장했을 때 보여주는 카리스마, 노래, 춤에 비해 독립운동가로서의 비밀 결사 활동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점이 아쉽다.

모던 보이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일, 김혜수, 김남길

개봉 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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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김태리, 김민정

독립운동가들의 시초가 된 의병들의 항일 활동을 그린 <미스터 션샤인도>도 있다. 1900년대 한일 병합 이전이 배경이라 이들을 독립운동가로 지칭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함께 소개한다. 김태리가 연기한 고애신은 평소에는 단아한 한복을 입고 댕기 머리를 한 사대부 영애였다가 밤에는 남장을 하고 복면을 쓴 채 총을 잡고 의병 활동을 펼치는 캐릭터다. 픽션이니까 가능했을법한 설정이지만 이런 반전적인 캐릭터는 쾌감을 선사했다. 애신은 후반부엔 만주에서 의병들을 조직해 가르치며 의병 활동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글로리 호텔을 운영하는 쿠도 히나(김민정)는 애국심보다는 나라와 딸을 팔아먹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독기가 가득한 인물이다. 어찌 보면 고애신보다 복합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이어서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쿠도 히나는 호텔 사장으로 모은 재물과 사업 능력을 활용해 의병 활동을 도왔다.

미스터 션샤인

연출 이응복

출연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변요한, 조우진, 김병철, 배정남, 최진호, 최무성, 박아인, 김용지, 윤경호, 오아연, 지승현, 김시은, 윤병희, 이승준, 김민정

방송 2018,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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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