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유관순 이야기
감독 조민호
출연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류경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만세라는 외침의 가장 중요한 힘은 연대였음을
★★★
가려져있던 유관순 열사의 시간을 제대로 바라보고 전달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조금은 투박한 면들이 있지만, 함께 고초를 겪었던 '8호실' 여성들의 면면을 기억하고 건져올리는 진심 어린 태도가 우선 빛난다. 고아성을 비롯한 배우들의 얼굴에도 연기 이상의 결연함이 깃들어있다. 대한 독립 만세. 수없이 읽고 들었던 이 분연한 외침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연대'였음을 기억하게 하는 영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신념에 대한 이야기

유관순의 ‘업적’에 집중한 영화가 아니다. <항거>가 주목하고 있는 건 유관순의 ‘신념’이다. “자유란, 하나뿐인 목숨을 내가 바라는 것에 맘껏 쓰다 죽는 것”이라고 말하는 유관순에게 삶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방법의 문제다. 전형적으로 쓰인 캐릭터들이 있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장면들이 아쉬움을 남기긴 하지만, 꼼꼼한 고증을 통해 인물에 대한 예의를 마지막까지 지켜내며 무게감을 획득한다. 감상주의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을 막아내고 있는 건 유관순을 온몸으로 연기한 고아성이다. 엄혹한 상황에 놓은 인물의 심리를 꾹꾹 눌러 표현하는 그의 표정이 담백해서 오히려 더 먹먹함을 안긴다.

항거:유관순 이야기

감독 조민호

출연 고아성, 김새벽, 김예은, 정하담, 류경수

개봉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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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차왕 엄복동
감독 김유성
출연 비, 강소라, 이범수

송경원 <씨네21> 기자
116분의 맹렬한 헛바퀴질. 열심히 달릴수록 낯 뜨겁다
★★
일제 강점기의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했다곤 하지만 그런 건 애초에 의미 없어 보인다. 엄복동을 민족독립의 영웅으로 추대하기 위해 갖은 무리수를 투척하는데 대체로 효과가 없다. 예상을 한 치 벗어나지 않는 전개와 구성. 있을 건 다 있는데 대부분 따로 논다. 하나로 연결된 서사라기 보단 짧은 자료 영상의 무한 반복에 가깝다. 의미 없이 남발되는 액션과 평면적인 캐릭터. 아무리 뜨겁게 외쳐도 지루하고 공허하게 흩어질 따름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시대를 역행하는 질주
★★
시대를 잘못 만난 작품, 더 정확히 말하면 시대를 착각한 작품 같다. 에피소드는 식상하고, 캐릭터는 얄팍하고, 갈등을 짜나가는 방식은 너무 구태의연해서 찰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여러모로 70-80년대 방화(邦畵) 같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거의 모든 대사가 앙상하지만, 이범수가 연기한 엄복동 스승의 대사는 교과서에서 봄 직한 것들이라 졸음을 불러오기도 한다. 엄복동의 승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는 과한 해석에선, 지금의 관객을 저평가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자전차왕 엄복동

감독 김유성

출연 비, 강소라, 이범수

개봉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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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결혼
감독 박호찬, 박수진
출연 김동욱, 고성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어정쩡한 결혼 촌극
★★☆
서로 다른 목적으로 계약 결혼에 합의한 남녀가 결혼식을 앞두고 벌이는 소동극. 주인공들이 상황을 수습하면서 발생하는 웃음은 타율이 높은 편이다. 주연배우 김동욱과 고성희의 페이스 조절도 좋고, 황보라, 김의성, 김선영, 조우진의 코미디 연기가 도움닫기 역할을 확실히 한다. 다만 내용이 부실해 결혼 제도에 대한 고민이나 인물 공감대는 약한 편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벗어난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등장인물이 많고 굵직한 이름들까지 카메오로 참여해 릴레이 경기를 관전하는 재미를 주면서, 한편으로는 '그 좋은 배우들'을 전형적인 캐릭터로 소모하는 데 그치고 만다.

어쩌다, 결혼

감독 박호찬, 박수진

출연 김동욱, 고성희

개봉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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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와이프
감독 비욘 룬게
출연 글렌 클로즈, 조나단 프라이스

송경원 <씨네21> 기자
고요한 수면 아래 소리 없는 비명, 터트리지 않아 더 거대해지는 연기
★★★
노벨문학상 작가로 선정된 남편과 그를 보조하며 킹메이커로 살아온 아내. 마침내 꿈이 이뤄진 순가 아내 조안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2003년에 출간된 메그 울리처의 동명 소설 원작으로 여성작가, 여성 각본가의 손을 거친 이야기는 일과 사랑 사이의 고민을 다층적으로 담아낸다. 다소 평이해 보일 수도 있는 드라마에 부피를 불어넣는 건 결국 조안 역의 글렌 클로즈의 형용 불가능한 얼굴과 내지르지 않는 연기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불운의 시대에 대한 품격있는 반격
★★★
영화는 처음부터 감춰진 비밀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남편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얽힌 사연이 하나씩 들춰지는 익숙한 맥락이지만 장면마다 박힌 소소한 디테일과 상황을 환기시키는 쓴웃음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불꽃 같은 재능을 지니고도 스스로 그 빛을 감춰야 했던 불운의 시대에 대한 품격있는 반격. 폭풍 같은 감정의 고저를 미묘한 표정만으로도 완벽하게 전하는 글렌 클로즈의 연기가 압권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서릿발 같은 회한이 스칠 때
★★★☆
이야기는 단출한 편이다. 다만 영화가 남기는 인상은 정반대다. 비밀을 지켜온 노부부 사이 파고들며 서서히 커지는 균열의 파열음. 이는 실제 사운드로 들리지는 않지만, 심정적으로는 거의 굉음에 가깝게 느껴진다. 얼굴에 자부심과 수치심이라는 정반대의 감정을 동시에 띄우는 글렌 클로즈의 표정만으로, 드라마는 이미 절반 이상 완성된다.

이미지 준비중
더 와이프

감독 비욘 룬게

출연 글렌 클로즈, 조나단 프라이스

개봉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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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가시나들
감독 김재환
출연 박금분, 곽두조, 강금연, 안윤선, 박월선, 김두선, 이원순, 박복형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
처음 ‘글’을 배운 80대 노인들의 이야기. 글을 배우면서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맞춤법과 무관하게 지은, 담담한 시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인다. ‘언어’라는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 한 할머니가 아들에게 생애 첫 편지를 쓰는 장면은 깊은 울림을 준다.

칠곡 가시나들

감독 김재환

출연 박금분, 곽두조, 강금연, 안윤선, 박월선, 김두선, 이원순, 박복형, 주석희

개봉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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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감독 코사카 키타로
목소리 출연 코바야시 세이란, 미즈키 나나, 마츠다 사츠미, 엔도 리나

송경원 <씨네21> 기자
아이들'도' 좋아할 위로와 성장의 동화
★★★☆
일본 코단샤의 아동문학 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동명의 만화책과 TV 시리즈로 이미 제작된 바 있는데 지브리 스튜디오 작화감독으로 오랫동안 명성을 떨친 코사카 키타로 감독이 극장판의 연출을 맡았다. 부모님을 잃은 소녀 옷코가 시골의 온천여관 '봄의 집' 여주인이 되어 손님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TV판보다 옷코의 성장에 좀 더 방점을 찍어서 이야기가 한결 단단해졌다. 아이와 어른,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성숙하고도 친절한 동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치유가 필요한 모든 사람 관람가
★★★☆
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가 가업을 이어 온천여관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탄탄한 작화가 뒷받침한다. TV애니메이션과 비교할 때 소녀 옷코와 주요 캐릭터인 유령, 도깨비는 개성이 뚜렷해지고 귀여움도 배가됐다. 잘 짜인 장면 구성에서도 30년 이상 지브리스튜디오의 작화 감독으로 활동한 코사카 키타로 감독의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공들인 배경 작화와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온천욕을 하는 기분이 든다. 전통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 연령대에 맞게 골고루 녹여낸 전략도 적중한다.

옷코는 초등학생 사장님!

감독 코사카 키타로

출연 코바야시 세이란, 미즈키 나나, 마츠다 사츠미, 엔도 리나

개봉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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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미니 2
감독 토마스 자보, 헬레네 지라드
목소리 출연 브루노 살로몬, 티에리 프레몽

송경원 <씨네21> 기자
말하지 않아서 알아요
★★★★
자연과의 공생, 생명의 경이로움을 보여줬던 무성애니메이션 <슈퍼미니>의 속편. 실사배경과 3D 곤충 캐릭터는 움직임의 마술을 선사한다. 택배상자에 떨어져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열대우림에 떨어진 무당벌레와 일개미는 각양각색의 곤충을 만나고 교감하며 새로운 세계를 모험한다. 언어를 초월한 무성영화의 마술적 매혹을 되살린 상상력은 여전하고 전작보다 잘 가공된 캐릭터와 세련된 화술이 한층 돋보인다. 곤충의 시점을 상상하고 재현된, 바람직한 의인화는 인간중심의 갇힌 시야를 벗어나 감성을 넓힌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캐리비안의 곤충기
★★★☆
말이 필요 없는 애니메이션. 대사나 군더더기 설명 없이 실사 자연 배경에 3D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결합한 곤충들의 모험기가 프랑스 숲속에서 카리브해 섬으로 옮겨지면서 폭넓은 주제와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1편이 어린 무당벌레의 성장담과 숲속 개미들의 설탕 쟁탈전을 확대경으로 보여주면서 환경오염을 빗댔다면, 2편은 인간의 영역과 미지의 세계, 육해공을 아우르면서 관광 개발에 따른 자연파괴를 풍자한다. 무당벌레와 흑개미의 달달한 우정뿐 아니라 기존 영화를 패러디한 설정, 재치 있는 음악, 기상천외한 유머도 여전하다. 3편에 대한 예고까지 놓치지 않고 틈새를 공략하는 '잔재미'야말로 <슈퍼미니>의 가장 큰 미덕이다.

슈퍼미니 2

감독 토마스 자보, 헬레네 지라드

출연 브루노 살로몬, 티에리 프레몽

개봉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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