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들은 모두 초특급 인싸라 항상 파티로 시간을 보낼까? NOPE. 할리우드 배우 중에도 쉴 때는 집돌이, 집순이가 돼 ‘덕질’로 힐링하는 이들이 있다. 여기, 의외의 덕질로 시간을 보내는 스타들 10명을 소개한다.
패트릭 스튜어트 = 비비스와 버트헤드 마니아
<엑스맨> 시리즈의 재비어 교수, <스타트렉> 시리즈의 피카드 선장로 덕후들의 우상인 패트릭 스튜어트. 기사 작위를 받은 명배우란 이미지와 다르게 무척 거칠고 걸걸한 유머를 자랑하는 <비비스와 버트헤드> 시리즈를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비디오는 물론이고, 넥타이와 티셔츠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이런 유머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픽 노블 <트랜스메트로폴리탄>의 주인공, 약쟁이이자 전직 기자 제임스 예루살렘 역을 꼭 맡고 싶다고 밝혔다.
주디 덴치 = 던전 앤 드래곤 마스터
TRPG, 그러니까 테이블에 앉아 주사위를 던져 플레이하는 롤플레잉 게임 ‘던전 앤 드래곤’의 마니아로 유명한 건 빈 디젤이다. 그런데 그 빈 디젤마저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 촬영장에선 주디 덴치에게 마스터 자리를 내줘야 했다. 빈 디젤은 주디 덴치에게 TRPG를 가르치려다가, 주디 덴치가 이미 수준급의 플레이어여서 포기했다고 밝혔다. TRPG의 마스터는 게임의 룰에 능통한 것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짜고, 플레이어 외 등장인물 묘사까지 해야 한다. 세상에, 그 주디 덴치가 RPG의 몬스터부터 끝판왕까지 연기했다고 생각해보자. 상상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서사시가 그려진다.
다니엘 크레이그 = SF 덕후
고전적인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다니엘 크레이그는 사실 SF를 무척 좋아한다. 그는 <스펙터>를 촬영하던 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촬영장이 근처라는 소식에 후다닥 달려가 얼굴도 나오지 않는 스톰 트루퍼로 카메오 출연했다. 또 여러 매체에서 트레키(<스타트렉> 팬덤 이름)임을 밝히면서 “스타트렉에는 꼭 출연하고 싶다”로 의지를 내비쳤다.
또 스스로 ‘중독’이라 할 만큼 게임을 즐기는 크레이그는 좋아하는 게임으로 SF 게임 <헤일로> 시리즈를 소개했다. <헤일로>는 한때 실사 영화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엎어졌는데, 크레이그가 더 늙기 전에 실사화를 해 마스터 치프를 맡겨보면 어떨까.
다니엘 레드클리프 = 코믹콘 덕후
‘해리 포터’ 다니엘 레드클리프는 많은 관객을 덕후로 만든 장본인이지만, 본인도 덕후이길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슈퍼스타로서 ‘코믹콘’ 같은 컨벤션을 즐기기 어려워지자, 코스튬 플레이를 하고 행사를 구경 다니기 시작했다. 공식 석상에 참여하는 배우들이 팬 서비스 차원에서 코스프레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니엘 레드클리프는 온전히 행사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얼굴을 가리는 코스프레만을 한다고. 2014년에야 처음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본 그는 TV 쇼에 보바 펫 코스프레를 하고 출연해 애정을 드러냈다.
존 시나 = 재패니메이션, 나스카 마니아
이 쿨해 보이는 사나이 마음에 ‘열혈’이 잠들어 있을 줄이야. 레슬러 겸 배우 존 시나는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마니아라고 밝혔다. 특히 그중에서도 “넌 이미 죽어있다”란 명대사로 유명한 <북두의 권>이 최애 작품이란다. <북두의 권>은 핵전쟁 이후 황폐한 세계 속에서 북두신권 계승자 켄시로의 유랑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선 굵은 작화와 근육근육한 남자들의 대결 덕분에 북미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의 또 다른 덕질은 나스카. 나스카는 일반 차량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레이싱 전용 차량으로 진행하는 레이싱 경기다. 존 시나는 경기를 관람하거나 행사에 참석하는 등 나스카에 흠뻑 빠져있다. 한 번은 나스카 경기장의 리포터가 그를 못 알아보고 지나간 굴욕샷이 연출돼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됐다. 존 시나의 얼떨떨한 표정이 압권이다.
나탈리 포트만 = 공부 덕후
나탈리 포트만이 엘리트급 학위를 가진 건 다들 알 것이다. 실제로 그는 엄청난 학구열로 유명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프리미어(최초 공개 시사회)에 불참했는데, 그 이유가 “고등학교 졸업 시험공부를 해야 해서”였다. 포트만은 인터뷰에서도 “난 스타이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언급했고, 이후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해 명실공히 엄친딸 배우로 등극했다.
밀라 쿠니스 = 겜덕
밀라 쿠니스는 코어 게이머로 유명하다. 그가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흠뻑 빠져서 지인들에게 같이 하자고 권했다는 일화도 있다. 2012년, 쿠니스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관뒀는데, 게임만 하다간 배우 활동을 안 하게 될 것 같아서였다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제작진은 2014년에 밀라 쿠니스를 본뜬 ‘미나 쿠니스’(Mina Kunis)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관두고 대신 플레이 시간이 짧은 <콜 오브 듀티>로 갈아탔다고 밝힌 걸 보니 게임과 연을 끊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보드게임 <카탄의 개척자>도 그가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다.
메간 폭스 = 톨키니스트
차세대 섹시 스타로 떠오르다 온갖 논란을 만들며 가라앉은 메간 폭스는 <반지의 제왕> 덕후다. 그는 톨키니스트(<반지의 제왕> 원작자 J.R.R.톨킨의 팬덤)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포럼을 자주 들린다고 밝혔다. 그는 팬덤이 프로도가 모리아 광산이 아닌 모르도르 광산에서 램바드를 먹은 것에 피터 잭슨 감독의 시나리오를 비난하는 걸 목격했다며, 당혹스러웠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메간 폭스는 <엑스맨> 코믹스와 게임 <모탈 컴뱃>의 팬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자신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으로 <닌자 거북이>와 <세일러문>을 뽑았는데, 훗날 실사 영화 <닌자터틀>에 출연하며 소원 성취했다.
로자리오 도슨 = 덕후 끝판왕
로자리오 도슨은 종목을 가리지 않는 너드로 알려졌다. 스스로 게임 인증샷도 올리고, ’트레키’(<스타트렉>의 팬덤)라서 <스타트렉>에 나오는 ‘클링온어’를 어느 정도 구사한다고 밝혔다. 덕후의 끝은 역시 자신의 덕질길을 개척하는 법. 로자리오 도슨은 코믹스 작가 데이비드 애치슨과 <오컬트 크라임 태스크포스>(Occult Crimes Taskforce)를 집필해 작가 자격으로 코믹콘에 참석했다. 그런 덕질 끝에 마블 드라마 <루크 케이지>의 클레어 템플 역도 맡았으니, 성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트 베킨세일 = 언어·문학덕후
우리가 기억하는 케이트 베킨세일은 늑대 인간과 싸우는 뱀파이어 전사지만, 현실의 그는 각종 언어를 잘 다루는 능력자다.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독일어까지 4개 국어를 구사하며, 프랑스어 공부를 위해 1년간 파리에서 살기도 했다. 알고 보니 10대 시절에 이미 단편 소설과 시로 W.H. 스미스 문학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실력 있는 작가다. 덕후라는 별명으로 포장하긴 했지만, 천재란 단어가 더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