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을 찾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출처 OSEN, Dispatch)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맞아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늘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은 팬 서비스를 자랑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그! 초심을 잃지 않는 건 그의 패션 역시 마찬가지죠. 오랜 비행시간 동안 혈액 순환을 도와줄 신축성 높은 소재에 다리를 길어 보이게 만드는 밑단 디자인까지 겸비한 바지, 보기만 해도 상큼한 컬러의 티셔츠, 그와 대비되는 강렬한 빨간 알의 안경, 화룡점정을 찍는 아이언맨 목걸이까지! 로다주의 아이덴티티, 눈이 멀 것처럼 화려한 그의 옷들이 마치 “내가 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최근 개성 강한 패션 감각을 자랑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내 마음속의 베스트(라 쓰고 개성을 포기하지 않은 워스트라 읽는다)는 누군지 스크롤 내려 확인해보세요!


(왼쪽부터) 에즈라 밀러의 디멘터 룩, 헤드위그 룩

에즈라 밀러
에즈라 밀러의 패션 세계는 이미 유명합니다. 그가 평범한 옷을 입고 등장하면 “대체 왜? 이번엔 무슨 일로?”란 의문이 들 정도로(!) 매번 범상치 않은 패션을 소화해왔죠. 2018년 11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개봉을 맞아 파리와 런던을 방문한 에즈라 밀러의 패션은 단연 화제를 모았습니다. 얼굴만 드러내고 온몸을 검은 패딩으로 꽁꽁 감춘 파리에서의 패션은 ‘디멘터룩’이라 불렸고, 새하얀 털로 무장한 런던에서의 패션은 올빼미 ‘헤드위그룩’이라고 불렸습니다. 옷과 헤어, 메이크업이 시선을 강탈하지만 진정한 포인트는 손에 있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저주 주문 ‘아바다케다브라’를 빼곡히 적었죠. 땀난 손바닥으로 옷 한번 잘못 만졌다간 스타일리스트에게 혼날 스타일. 중력에 의해 떨어지고도 남을 것 같은 묵직한 헤드위그 골무 반지로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왼쪽부터) 2018년 센디에이고 코믹콘, 2019년 디올 컬렉션에서의 에즈라 밀러

그 이전엔 코믹콘이 있었습니다. 에즈라 밀러는 게임 <슈퍼마리오>에 등장하는 핑크 버섯의 코스튬을 장착하고 2018년 센디에이고 코믹콘에 참석했습니다. 어떤 소재로 만들었을지 궁금한 버섯 모자, 모자에 달린 방울, 아찔한 슬립, 그와 찰떡처럼 어울리는 스타킹까지. 준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을 것 같은 의상이죠. 올해 초 파리에서 열린 디올 컬렉션에서도 남다른 패션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의 다른 의상에 비하면 평범한 편이지만, 아이템들을 주목해주세요. 새끼손가락에 착용한 유니콘 모양의 반지, 와인잔의 능력을 갖춘 펜이 패션에 재미를 더합니다.

환경운동에 여러 번 참여한 에즈라 밀러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빈티지 의류를 즐겨 입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섬유 산업 시스템에 반기를 든 그만의 패션 철학인 셈이죠. 온갖 신비로운 문양과 원색 컬러로 뒤덮인 의상, 배꼽까지 내려오는 염주, 자칫 눈을 찌를 것 같은 깃털 같은 소품까지. 난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이유를 알고 보면 호감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패션입니다.


(왼쪽부터) 2018 베니스영화제, 2018 샹젤리제 영화제, 2018 토론토영화제에서의 클로이 모레츠

클로이 모레츠
2018년 클로이 모레츠는 여러 매체에서 꼽은 ‘올해의 워스트 드레서’에 여러 번 호명되었습니다. “그녀의 실제 나이보다 10살은 많아 보이게 만드는 노숙한 스타일”이라는 게 그 이유였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서스페리아>에 출연해 작년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찾은 클로이 모레츠. 수풀, 이끼 등을 연상시키는 바지 밑단의 프린지 장식이 눈길을 끕니다. 2018년 샹젤리제 영화제에선 립 컬러부터 화려한 프린트의 셔츠와 바지까지, 강렬함으로 무장한 클로이 모레츠를 만날 수 있었죠. 이자벨 위페르와 함께 출연한 영화 <그레타>로 찾은 작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선 도트 무늬의 시스루 셔츠에 핑크 벨벳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한 연애 매체는 “가벼운 소재의 셔츠와 무거운 소재의 드레스가 따로 논다”고 평하며 그녀를 작년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워스트 드레서 1위로 선정했습니다.


제일 오른쪽이 털모자+목도리+반팔의 조합으로 겨울과 여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겨름 패션

베네딕트 컴버배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함께 할리우드 패션 요정으로 손꼽혔던 배우입니다. 그를 상징하는 몇 가지 패션 아이템과 키워드가 있었죠. 실로 꿰매놓은 듯 여러 사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던 페도라, 바람이 잘 통할 것 같은 펄럭 바지, 여름인지 겨울인지 구분할 수 없던 겨름 패션까지. 182cm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상체와 하체가 1:1 비율로 담기던 전신샷 역시 미스터리였습니다. 입금 후 공식 석상에선 늘 멀쩡한 슈트를 입고 등장해 훤칠한 핏을 드러내며, 일상짤에 놀라 탈덕 위기에 처한 팬들을 조련하곤 했죠.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최근 여러 해외 매체의 베스트 드레서로 손꼽힐 만큼 눈부신 스타일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전직 패션 요정이었단 사실을 잊을 만큼 평범한(!) 패션도 많았지만, 글의 요지에 맞게 패션 요정의 티를 벗지 못한 그의 최근 사진들을 모아봤습니다. 깔맞춤에 푹 빠진 것으로 보이는 최근 패션. ‘옷은 클수록 좋다’는 그의 패션 철학이 여전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라 제시카 파커
매년 할리우드 스타들의 가장 화려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멧 갈라 현장. 2018년 멧 갈라 행사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배우 중 하나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였습니다. ‘천체: 패션과 가톨릭의 상상력’이란 주제로 만든 돌체앤가바나의 골드 가운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그녀. 한 연애 매체는 그녀의 패션을 두고 “커튼으로 만든 드레스 같다. <바람과 사라지다>가 떠오른다”고 평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무거워 목이 뻐근해지는 헤어피스 역시 과하다는 평을 받았죠.

(왼쪽부터) 2015년 멧 갈라, 2013년 멧 갈라 현장의 사라 제시카 파커

알고 보면 사라 제시카 파커는 머리에 포인트를 둔 룩을 선호해왔습니다. 주로 멧 갈라 현장에서 그녀의 파격적인 패션이 돋보였죠. 2015년 멧 갈라 현장에선 깃털이 달린 헤어피스를 착용해 북아프리카 동부에 거주하던 모호크족을 연상시켰고, 중국과 관련한 주제를 내세웠던 2013년 멧 갈라 현장에선 불꽃 형상의 모자를 써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외 여러 공식 석상에서도 대형 헤어피스를 장착하고 등장해 타고난 정수리 균형감각을 뽐내곤 했죠!  


엠버 허드
엠버 허드 역시 머리에 포인트를 줬습니다. <아쿠아맨> 프리미어 행사가 열린 지난 2018년 11월, 해외 매체는 엠버 허드의 이름과 ‘Swim Cap(수영모)’이란 단어를 나란히 붙인 기사를 줄줄이 보도했습니다. 이날 엠버 허드는 메라와 아쿠아맨의 슈트를 연상시키는 녹색과 금색 조합의 드레스를 입고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단정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죠. 수영 모자를 연상시키는 모자가 영화의 테마를 그대로 담아냅니다. 엠버 허드만이 소화해낼 수 있는 패션임은 분명해 보이네요.


(왼쪽부터)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엠마 스톤

엠마 스톤
할리우드의 패션 아이콘 엠마 스톤. 그녀 역시 최근 ‘워스트 드레서’에 여러 번 호명되는 굴욕을 안았습니다. 트로피와 너무 잘 어울리는 황금빛 드레스를 입고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엠마 스톤. 이듬해 엠마 스톤은 와인빛 재킷에 핑크색 리본을 두르고, 검은 슬렉스를 입은 다소 단출한 차림으로 아카데미 레드 카펫을 밟았습니다. 여러 매체의 호불호가 갈렸던 의상. 누군가는 “전형적인 규칙을 깬 그녀의 패션이 신선하다”고 평했고, 누군가는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편한 차림”이라고 평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엠마 스톤의 루이비통 드레스 역시 도마 위에 올랐죠. 한 연애 매체는 그녀의 드레스 패턴이 “와플 같다”는 코멘트를 남겼고, “<스타워즈>의 코스튬 드레스”란 평을 남긴 기자도 있었습니다. 흠, 판단은 각자의 몫!


(왼쪽부터) 2018년 토론토영화제, 2018년 뉴욕 영화제, 2019년 디올 패션쇼에서의 로버트 패틴슨

로버트 패틴슨
로버트 패틴슨이 패션 피플에 가까운지, 패션 요정에 가까운지 선뜻 판단을 내리긴 어렵지만 그가 남다른 디자인의 하의에 끌리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클레어 드니 감독의 신작 <하이 라이프>에 출연해 작년 토론토국제영화제를 찾은 로버트 패틴슨의 모습부터 살펴보죠. 대부분의 해외 매체가 심하게 반짝거리는 그의 하의 재질에 의아함을 표했습니다. 이건 로버트 패틴슨의 잘못이라기보다 팡팡 터진 플래시의 잘못이 큰 부분 같네요. 같은 영화로 찾은 작년 뉴욕 영화제에선 갑분 반바지 패션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농구를 할 때 입을 것 같은 반바지처럼 헐렁하고 엉성해 보인다"라는 평을 받았죠. 올해 디올 패션쇼에선 심한 오버핏의 코트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많은 외신이 그를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다이(...)와 비교했습니다.


2019년 한국을 찾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출처 OSEN, Dispatch)


주인공은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옷장은 그의 눈동자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날 것 같습니다. 그의 옷장에서 옷을 고르는 일이란 포토샵의 컬러 피커 창에서 색을 고르는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내한 패션과 같이 철저한 깔맞춤은 기본 중의 기본! 원색 컬러, 파스텔 톤 컬러, 번쩍이는 골드/실버 컬러의 의상까지, 그의 일상 사진에선 온갖 색의 옷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팬이라면 마르고 닳도록 봤을 그의 레전드 패션 사진들, 언제 봐도 놀랍고 새롭네요!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