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출연한 권소현, <막다른 골목의 추억>에 출연한 최수영, <배심원들>로 관객을 찾을 박형식, <크게 될 놈>으로 스크린을 찾은 손호준에겐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다. 손호준의 이름에서 물음표를 떠올린 이들이 많을 터. 모태 배우인 줄 알았으나, 한때 가요 프로그램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적 있었던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빛처럼 빠르게 사라진 그룹에서 활동했던 터라 기억할 수 없었던(...) 이들의 과거를 소개한다.


손호준 그룹 타키온 출신
손호준은 2005년 연예 프로그램의 MC를 맡으며 연예계에 발을 들었다. 2006년 출연한 역사 드라마 <점프2>가 그의 데뷔작. 그의 다재다능함을 살리고 싶었던 소속사는 그에게 가수 활동을 겸할 것을 권했고, 2007년 손호준은 ‘빛보다 빠른 입자’란 뜻을 지닌 타키온의 리더로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2007년은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 등 온갖 대형 아이돌이 쏟아졌던 해. 타키온은 그들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배우로 유명해진 이후 손호준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빛보다 빠르게 가요계를 접수하고 싶었지만 빛보다 빠르게 사라졌다”며 아이돌 그룹 시절을 회상했다.


서현진 그룹 밀크 출신
고등학생 시절 길거리 캐스팅으로 SM 엔터테인먼트의 식구가 된 서현진. 1년 동안의 연습생 생활을 거친 그녀는 2001년 아이돌 그룹 밀크의 멤버로 데뷔했다. ‘SES를 잇는 차세대 여성 걸그룹’으로 지목된 밀크는 1집 활동 중 몇몇의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성공 가도를 걸었다. 문제는 2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한 멤버가 독단적으로 그룹을 탈퇴했고, 회사의 사정이 복잡해지면서 밀크는 해체 수순을 밟았다. 평범한 대학 생활을 이어가던 서현진은 2005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진 매니지먼트 숲

주원 그룹 프리즈 출신
뮤지컬 무대 위에서 가창력을 뽐냈던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주원은 배우로 데뷔하기 전 어린이를 겨냥한 키즈팝 혼성 그룹 프리즈에서 활동했다. 음반을 내면서 어린이들과 춤과 노래를 함께하는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 <비바! 프리즈>를 진행하기도 했다. 프리즈는 5개월가량 활동한 후 해체되었는데, 소속사가 멤버들에게 월급을 제때 지불하지 않는 등의 불공정 계약을 이었기 때문. 이후 주원은 2007년 <알타보이즈>를 통해 뮤지컬 무대 위에 서며 배우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연서 그룹 Luv 출신
오연서는 알고 보면 연기돌 1세 배우다. 10대 시절 오연서는 걸그룹 Luv의 멤버로 합류하며 가수로 활동했다. ‘오렌지걸’이라는 상큼한 타이틀곡으로 무대 위에 올랐으나,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데뷔 시기가 겹친 바람에 제대로 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결국 Luv는 6개월 만에 해체됐고, 이후 오연서는 드라마 <반올림>에 출연했다. 당시 그녀와 그룹 활동을 함께했던 멤버 중 한 명이 전혜빈. 두 사람은 추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무것도 몰라서 베테랑 연습생 전혜빈에게 많이 혼났다(오연서)”“연서는 9시간 동안 연습해도 간단한 동작을 소화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울컥했다(전혜빈)”고 밝히며 각자의 추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지석 그룹 리오 출신
김지석은 래퍼 출신이다. 댄스그룹 리오의 멤버로 활동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리오는 “R&B를 기본 바탕으로 힙합 리듬을 도입한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인 <그대 천천히>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우고 당시 유행하던 립싱크 대신 라이브를 추구하는 그룹”이었다고.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지석은 리오에 대한 질문에 “급부상한 g.o.d에 맞서기 위해 탄생한 유럽 풍의 5인조 댄스 그룹이었다. 난 빨간색과 열정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유튜브에서 리오를 검색하면 그 시절로선 센세이션한 CG 기술이 반영된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 리오는 8개월 정도 활동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해체 수순을 밟았다.

사진 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김강우, 조현재 그룹 가디언 출신
아이돌의 역사로 남은 HOT, g.o.d를 라이벌로 삼았던 배우도 있다. 김강우와 조현재는 1세대 아이돌 그룹 가디언에서 활동했다. 김강우는 랩을 담당했고, 조현재는 보컬을 담당했다. 저화질이긴 하지만 이들의 과거 역시 유튜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타이틀곡 ‘슬픈 인연’으로 1998년 데뷔한 가디언은 음악 프로그램에 몇 회 출연한 후 자취를 감췄다. 음악과는 영 슬픈 인연(...)이었던 두 사람은 배우로 전향한 이후에도 간간이 출연한 작품의 OST 작업에 참여하며 못다 한 재능을 발휘했다.


진세연 쥬얼리 S 댄서로 활동
아이돌 멤버로 데뷔를 하진 않았으나 무대에 오른 배우는 있다. 2009년 진세연은 걸그룹 쥬얼리 S의 댄서로 활동했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며 연습생으로 지내던 시절, 소속사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쥬얼리 S의 무대에 서게 됐다고. 가요 프로그램 무대 위에서 빛을 보지 못한 그녀의 춤과 노래 실력이 궁금하다면 진세연의 출연작을 되돌아보자. 아이돌을 소재로 삼은 공포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에선 함께 출연한 실제 아이돌 출신 배우 함은정, 메이다니에 밀리지 않는 진세연의 춤, 노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에서 역시 가수 옥련을 연기하며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뽐냈다.

사진 얼리버드 엔터테인먼트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