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씨네21> 기자
패가 다 읽히는 도박판
★★☆
허영만 작가 원작의 <타짜> 세 번째 이야기. <타짜> 시리즈는 성공한 1편의 영광을 답습하기보다는 원작에 맞춰 각자 다른 색깔로 접근해왔다. 이번엔 화투에서 포커로 바뀌면서 게임의 룰까지 바뀌었는데, 아마 <타짜> 시리즈 중에 가장 클래식하고 정직한 버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평범한 고시생이 도박꾼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엔 별다른 절박함이나 사연이 없다. 그저 멋지게 도박 한 판을 벌이는 게 목표지만 문제는 그 도박판 자체가 오래되고 낡아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상투성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이렇게 정직하고 수위 낮고 착한 연출은 도박이란 소재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흙수저 타짜의 개과천선
★★★
공시생인 도일출이 도박 세계에 발을 디디며 타짜로 거듭나는 이야기. 금수저나 흙수저나 같은 수의 카드를 가지고 겨루는 포커판이야말로 평등한 경쟁의 장이라 외치지만 현실에 디딘 것은 이 한마디뿐이다. <타짜> 시리즈의 주인공 중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세대의 절박함을 말하진 않는다. 포커의 룰을 잘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만큼 친절한 구성은 좋으나, 예상한 지점으로 여지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필요 이상의 폭력적인 장면과 단선적인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아쉽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노련하고 날카롭진 않아도 신선하긴 하다
★★★
룰을 몰라도 보는 내내 은근히 쫄깃하다. 이것으로 이미 절반의 성공이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또 이야기를 꿰어가며 전체 판을 완성한 감독의 솜씨 또한 나쁘지 않다. 1편의 아성에 눌리는 대신 산뜻한 방식으로 활용한 데에서는 배짱마저 느껴진다. 도일출 역의 박정민을 비롯해 젊은 배우들의 신선한 매력이 돋보이며, 물영감을 연기한 우현의 존재감이 뜻밖에도 극 전체를 장악한다. 캐릭터가 워낙 많다 보니 모든 인물의 등장과 퇴장을 아주 인상적으로 챙기기에는 힘에 부쳐 보인다. 능구렁이 같은 노련함이나 날카로운 한 방의 힘은 약해도, 신선한 기운으로 밀고 나가는 새로운 타짜.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최동훈
★★☆
‘후광’과 ‘부담’ 사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의 속편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다. 강형철 감독이 패를 쥐었던 2편 <타짜-신의 손> 때도 그랬지만, 권오광 감독이 판을 짠 <타짜: 원 아이드 잭>의 가장 큰 라이벌도 전국 팔도 ‘타짜’들이 아니라, 최동훈 감독의 1편이다. 강형철 감독이 자기만의 전매특허인 ‘웃음’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면, 권오광 감독은 고시생 도일출(박정민)을 통해 청년 세대의 울분을 녹여낸다. 화투 대신 카드로 종목이 바뀌면서 팀플레이, 즉 ‘케이퍼 무비’ 느낌을 부각시킨 것도 차별점이다. 하지만 1편과 같은 건곤일척 한판이 아쉽다. 기대했던 타자들의 ‘기술’이 미약하고, 쫀쫀해야 할 ‘심리전’은 흐릿한 가운데, 운에 기댄 ‘사기’가 잦은 탓이다. 박정민이 해석해 낸 도일출은 매력적이다. 이전에 보여주지 않은 얼굴을 베탕하며 충무로 에이스로 뻗어 나갈 재목임을 다시금 증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원 아이드 잭’은 류승범. 등장하는 장면마다 ‘간지’를 흩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