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 재지 비츠, 로버트 드 니로

송경원 <씨네21> 기자
조커의 매력이 아닌 호아킨 피닉스의 위력
★★★☆
여러 의미에서 미친 영화가 나왔다. 어떤 식으로든 관객을 뒤흔든다. 토드 필립스와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라는 위험한 캐릭터의 기원을 매혹적이고 도전적인 방식으로 더듬어나간다. 기본적으론 자기애적 망상장애를 앓는 한 남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다 의도치 않게 상징이 되어버린 이야기. <택시 드라이버>, <코미디의 왕> 등 영화에 빚을 지고 있는 만큼 내러티브가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여기에 조커라는 캐릭터가 덧씌워지고, 그것이 호아킨 피닉스의 육체를 통해 구현될 때 상상 이상의 폭발력을 갖는다. 아쉬운 건 이게 굳이 조커였어야 할 필요가 그다지 설득되지 않는다는 것. 금방이라도 망가질 것 같은 불안감과 휘몰아치는 에너지는 부정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건 조커라는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호아킨 피닉스를 향해 수렴된다. ‘조커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매혹 대신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로만 기억될 영화.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너무나 매력적이라 오히려 위태로운
★★★★
조커라는 가장 어둡고 위험한 캐릭터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한 남자가 세상의 멸시와 소외의 터널을 지나며 악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은 호아킨 피닉스의 뒤틀려가는 표정으로 묘사되는데, 다양한 감정이 그의 육체를 통해 드러날 때마다 강렬한 감동에 휩싸인다.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히어로물의 탄생이 반가우면서도 불안한 것은 폭력을 사회의 모순에 정당한 대항으로 받아들일 위험 때문이다. 여러모로 이야깃 거리가 많은 문제작이자, 정체성을 잃고 오락가락하던 DC에 확신을 안겨준 완벽히 DC 다운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파괴적인, 혹은 가장 슬픈 조커 비긴즈
★★★★
조커라는 불가해한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이 접근은 타당하다.  영화에 처음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아서(호아킨 피닉스)는 세상이 원하는 질서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맞추려 노력한다. 통하지도 않을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 없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결국 그 역시 예의를 포기한다. 뚜렷한 목적성이 없음은 이 인물을 더욱 두려운 존재로 만든다.  그저 코미디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한 사람이 반(反) 영웅이 되는 역설. <조커>는 그 역설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피닉스의 연기는 삶의 무게가 매달린 발을 질질 끌며 살아가야 했던 외톨이의 폭주를 납득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야 만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어둠 말곤 보이지 않는, 다키스트 시티
★★★
무엇을 상상하든 <조커>는 상상 이상이다. DC 코믹스 원작을 바탕으로 수도 없이 변주되어온 조커에 토드 필립스 특유의 색깔을 입혔다. 차별과 편견으로 그늘진 도시의 구석, 조커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깨어날 존재의 형상일지 모른다. 숨결 하나까지 조커를 체화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역대급. 조커의 행위에 대한 이해와 설득의 범주를 떠나, 그 변화를 따라가게 만든다. 그동안 코미디 감독으로 재능을 뽐내온 토드 필립스도 다시 태어났고, 조커도 다시 태어났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멱살 잡고 놓아주지 않는 호아킨 피닉스
★★★★☆
<행오버> 시리즈를 연출한 토드 필립스 작품이라니, 소오름. 그러나 <조커>는 일말의 의심 없는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다. 호아킨 피닉스의 얼굴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삐쩍 마른 몸이 기이하게 뒤틀릴 때마다 보는 이의 마음 또한 격렬하게 진동한다. 사회 부적응자에서 조커로 안면을 바꾸는 피닉스의 압도적인 클로즈업은, 배우의 얼굴이 그 자체로 스펙터클이자 스릴이자 예술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단한 기록이다. 왜 아니겠는가. 될 수 있으면 큰 스크린으로 보시라. 트라우마 입은 <택시 드라이버>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자를 태워 <코미디의 왕>을 경유하는 듯한 <조커>는 종국엔 호아킨 피닉스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와도 조우하며 단순한 히어로물을 넘어 사회드라마로 영역을 확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쓸어 담는 호.아.킨.피.닉.스. 히스 레저가 남긴 조커 신화에 대적하는 조커가 이토록 빨리 등장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배우 연기가 개연성이고 드라마이고 심장인 작품. (덧. 마블은 ‘조크’에 능하고, DC는 ‘다크’에 강하다는 사실.)

조커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 재지 비츠, 로버트 드 니로

개봉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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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연애
감독 김한결
출연 김래원, 공효진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아름답기만 한 사랑은 결국 판타지임을 고백하는 리얼 연애담
★★★☆
유효기간이 다가온 사랑은 처절하고 아프다가 마침내 덤덤해진다. 당신이 한 번쯤 겪었을, 그리고 경험할 보편적인 사랑의 한순간을 이 영화는 반드시 보여주고야 만다. 아름답기만 한 사랑은 판타지라고 고백하는 현실 연애담은 감추고 싶은 지질한 순간마저 사랑의 진심임을 고백한다. 여전히 환상을 가진 재훈(김래원)을 순수하게 묘사하는 시선보다, 세상의 편견에 일갈하는 선영(공효진)의 모습이 공감의 지점에 좀 더 닿아 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현실 공감 200% 로코
★★★☆
영화인가 아니면 내가 잃어버린 일기장인가. 물론 좋은 의미다. 이 영화는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혹은 다가올 ‘가장 보통의 연애’ 그대로를 담는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순간보다 폭로와 지질함과 후회로 얼룩지는,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가슴 뛰고 웃음 나는 연애의 모든 순간들. 현실감이 너무 뛰어나서 어떤 장면은 다큐처럼 보일 지경이다. 달콤함을 기대했다가 뼈를 맞고 극장 문을 나서게 되는, 평범해서 가장 특별한 로맨스 영화.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은 알코올을 타고
★★★
<가장 보통의 연애>는 서로 다른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며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헤어진 연인에게 지질하게 구는 재훈(김래원)과 연애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쿨한 선영(공효진)은 한 직장에서 만나 부딪치고 가까워지면서 연애의 마법에 걸린다. 이것저것 잴 것도 많고, 마음에 둘러진 담장도 높아진 30대의 연애가 술과 메신저, 게임의 힘을 빌려 진심으로 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려냈다.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직장 동료들의 오피스 드라마를 보는 재미도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보통 아닌 로맨틱 장인들
★★★
‘보통의 연애’로 공감하기엔 에피소드 디테일들이 떨어지고, 불편하진 않지만 낄낄거리기에도 애매한 유머와 대사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자칫 비호감으로 보일 위험천만한 캐릭터 조형술도 보인다. 영어 제목인 ‘Crazy Romance’로 바라본다고 해도 이 아쉬움은 같다. 그럼에도 끝까지 이 연애를 궁금해하며 바라보게 되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연기다. 언제 어떻게 액션과 리액션을 해야 ‘말맛’과 ‘분위기’가 리듬을 타는가를 아는 로맨틱 장인들답다. 공효진의 경우 영화가 그녀가 쌓아 온 이미지를 캐릭터에 적극적으로 차용한 까닭에, 누군가는 “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진다. 비슷한 캐릭터들을 매번 이렇게 식상하지 않게 표현하는 건 매우 진귀한 능력이니까.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보통의 연애사라고 보기엔 부족한
★★☆
직장에서 만난 남녀가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 앞뒤 가리지 않는 20대의 풋풋한 연애가 아니라 밀고 당기기조차 주저하면서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은 30대의 연애를 코믹한 상황극으로 끌고 간다. 오랜 연기 활동으로 관객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를 쌓아온 김래원과 공효진의 캐스팅은 적절해 보인다. 다만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라고 보기는 힘들다. SNS 대화창 등을 활용해 시류에 맞는 연애담을 보여주려 하지만 대부분 음주에서 비롯된 에피소드의 나열이고 전개 또한 200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한다. 되레 일과 연애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과 편견에 일침을 날리는 대사에 힘이 실린다.

가장 보통의 연애

감독 김한결

출연 김래원, 공효진

개봉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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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맨
감독 용수
출연 설경구, 조진웅, 허준호

송경원 <씨네21> 기자
설사 안 먹힐지라도 먹힐 때까지 시도해 기어이 끝을 보고야 마는 직구 승부
★★☆
가진 건 건강한 몸 하나뿐인 허세 가득한 건달 영기(조진웅)와 모든 걸 가졌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신마비의 변호사 장수(설경구), <퍼펙트맨> 전혀 다른 두 남자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 <언터처블: 1%의 우정>(2011) 등 유사한 소재의 영화들이 연상되지만 두 남자의 버디무비라기보다는 조진웅 배우의 원맨쇼에 가깝다. 사투리와 건달 개그를 끝까지 밀어붙이는데 대체로 낡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종종 터지는 포인트도 있다. 전형적이고 과장된 캐릭터에 피와 살이 돌게 하는 조진웅, 설경구의 연기 덕분에 어떻게든 결말까지 끌고 간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무게 중심은 도리어 설경구와 허준호 배우의 묵직한 연기에 쏠려 있다.

퍼펙트맨

감독 용수

출연 설경구, 조진웅, 허준호, 진선규, 지승현, 김사랑

개봉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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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감독 현진식
출연 김지희, 이순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지희의 리듬
★★★
지적 장애를 지닌 기타리스트 김지희에 대한 다큐멘터리. 기타를 통해 자신을 조금씩 표현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은, 용기 내어 대회에 나가고, 엄마에 대한 음악을 작곡하고, 자신의 공연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극적인 요소 전혀 없이, 느릿느릿 진행되지만 그 변화를 바라보는 건 절대로 지루하지 않다. ‘사람을 담기 위해 노력한 다큐멘터리. 소박한 울림이 있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 보면 아련히 들려오는 진심
★★★
지적장애가 있는 김지희 씨는 어엿한 기타리스트다. 굳이 밝히지 않으면 그저 내성적일 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악보를 파악하고 곡을 만드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다큐멘터리는 기타리스트 김지희가 음악을 연주하고 엄마를 위한 곡을 쓰는 과정을 따라간다. 카메라는 과장하거나 보태는 것 없이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인데 그거면 족하다. 김지희 씨의 착한 심성과 그를 돕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자연스레 배어 나와 영화, 그리고 음악까지 맑고 순수하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그 미소를 절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이는 착한 영화다.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감독 현진식

출연 김지희, 이순도

개봉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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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시크릿
감독 사피 네부
출연 줄리엣 비노쉬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줄리엣 비노쉬의 새로운 대표작
★★★
중년 여성의 복잡다단한 내면 심리를 다룬 프랑스 영화. 로맨스와 스릴러를 정교하게 배치한 구조가 돋보인다. 주인공에 집중하는 심리극인 만큼 배우의 역량이 크게 작용하는데 줄리엣 비노쉬는 좋아요를 누를 수밖에 없는 존재다. 사랑에 대한 욕망, 젊음에 대한 갈망, 버려짐에 대한 공포가 소용돌이치는 줄리엣 비노쉬의 얼굴은 성별과 나이를 초월하며 보편적 감정을 표현한다. 연기 경력 40년이 되어 가는 배우가 여전히 자유분방한 연기를 펼치고 있음을 지쳐보는 자체가 진귀한 경험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브라힘 말루프의 음악이 애틋함과 격정을 오가며 감정의 파고를 일으킨다.

트루 시크릿

감독 사피 네부

출연 줄리엣 비노쉬

개봉 20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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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와 드래곤: 마법책의 비밀
감독 마리나 네페도바
(목소리) 출연 정유정, 김명준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옛날 옛적 공주 이야기 
★★☆
어린 공주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뮤지컬 애니메이션. 책 읽기를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의 공주가 우연히 발견한 마법책 속으로 들어가 환상 세계를 경험하는 내용을 옛날이야기 형식에 담았다. 영화의 규모가 크지 않아 등장하는 캐릭터의 수가 적고 전개가 단선적이다. 캐릭터 구현에 비해 이야기는 헐거운 편. 새로운 공주의 색다른 모험극을 기대하기보다 저연령층 관객이 이해하기 쉽고 호감을 느낄 정도의 공주 이야기라고 보면 적당하다.

소피와 드래곤: 마법책의 비밀

감독 마리나 네페도바

출연 정유정, 김명준

개봉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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