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씨네21> 기자
재난에 집중하지 못한 재난(같은) 영화
★★☆
백두산 폭발을 막아내기 위해 한국의 특수요원과 북한의 스파이가 고군분투한다. 한반도를 뒤집어 놓는 초반 재난의 스펙터클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흩어지는 건 물론 볼거리마저 빈약하고 조악해진다. 남북의 정치적 문제, 추격액션, 총격신, 신파적 요소, 심지어 개그까지 수많은 재료들을 한꺼번에 때려 넣는데 연결이 허술하다. 무엇보다 결에 맞지 않게 불쑥 튀어나오는 개그가 아쉽다. 개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훌륭한 편인데 문제는 타이밍. 개그가 인상적인만큼 서스펜스와 드라마를 깎아먹어 버린다. 재난영화의 클리셰를 반복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여러 레퍼런스를 활용해놓고도 정작 재난에 집중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게 진짜 문제. 클리셰 범벅 비빔밥의 애매한 맛. 그럼에도 지루하진 않다는 게 미덕이라면 미덕. 기대를 내려놓고 봐야 볼만한 팝콘무비.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눈으로 보이는 스펙터클과 머리로 읽히는 단조로움
★★★
백두산 화산 폭발로 발생한 지진이 도시를 덮치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다. 실제 일어날지도 모를 재난이라는 점과 주변 익숙한 것들의 파괴라는 점이 관객의 감정이입을 돕는다. 할리우드 영화의 엄청난 CG 공세에 익숙한 관객이라도 <백두산>이 구현한 기술력에 아쉬움을 표하기는 어려울 만큼 진보된 영상을 선보인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것은 이야기의 단단함이다. 이상하게 잘 풀리는 상황들과 몇몇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익숙함이 쉽게 눈에 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재난영화의 공식이 답은 아니네
★★☆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상상력의 방향은 좋다. 그러나 이 상상력을 구현해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아쉬움들이 발견된다. 이는 재난영화의 키워드들을 변경 불가능한 하나의 공식처럼 생각해 접근하고 있기에 발생하는 문제들로 보이기도 한다. 인물들의 아킬레스건이자 동시에 희망의 이름이 되는 가족, 공조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이들의 우정, 재난 상황을 둘러싼 정치 역학. 예상을 조금도 비껴가지 않는 접근법이며, 촘촘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난감한 전개다. 어느 시점이 되면 유머는 일종의 강박처럼 보일 정도다. 기대감을 높이는 소재와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력, 재능 남다른 이들을 모아둔 결과물로서는 아쉬울 뿐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공식은 읽히지만, 볼거리는 풍족한 재난 오락물
★★★
본론 진입이 빠르다. 필요한 정보를 간략하게 브리핑한 후, 바로 관객을 재난의 한 가운데로 뚝 떨어뜨린다. <신과 함께>로 한국 CG 기술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덱스터 스튜디오의 자신감이 읽히는 부분으로, 재난영화에서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볼거리를 풍족하게 충족시킨다. 도심 붕괴 CG도 볼만하지만, 평양을 사실감 있게 재현해 낸 스펙터클의 위용이 상당하다. ‘발전’한 기술력에 비해 이야기는 ‘답보’ 쪽이다. 재난영화의 관습을 관객은 그리 빡빡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아닌데, <백두산>은 그 클리셰의 개수가 너무 많다는 게 조금 걸린다. 예상 가능한 전개를 무엇하나 이탈하지 않은 탓에, 재난 공식 모음집 같은 인상이 있다. 이 와중에 이병헌-하정우의 남북 공조 ‘케미’는 빤하되 식상하지 않다. 배우의 매력과 연기력이 진부해 보일 법한 관계 설정의 위험을 폭발시켜버린 케이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장단점이 명확하다
★★★
백두산 화산 폭발 시나리오를 재난 블록버스터로 구현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그럴듯한 설정을 그럴싸하게 보여준다. 지진으로 아비규환이 되는 강남역, 한강 다리를 덮치는 해일 장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부럽지 않은 기술력의 발전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안내자 역할을 맡은 하정우의 능수능란한 연기와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는 이병헌의 캐릭터 소화력은 기대 이상으로 불꽃 튄다. 한반도 정세를 담아 현실감을 부여한 점과 단숨에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카메오 기용도 눈길을 끈다. 반면에 개연성이 부족한 시나리오와 스테레오타입 캐릭터 구성, 과시적인 설정은 큰 폭발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만다. 앞으로 만들어질 한국 재난 블록버스터는 과감한 캐릭터와 볼거리를 납득시킬 이야기가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