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걸스>

누군가는 배우 정웅인을 코미디 배우로, 다른 누군가는 악역 전문 배우로 기억할 것이다. 1996년 데뷔해 어느새 25년 차 배우로 접어든 그는 시트콤 <세 친구>부터 영화 <두사부일체>, 드라마 <99억의 여자>에 이르기까지 60여 편의 출연작을 자랑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가 마구잡이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것이 아니라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장르를 불문하고 코미디 연기와 악역 연기를 자유자재로 줄타기해왔다는 것이다. 그가 이번엔 삼례여중 축구부의 실화를 다룬 영화 <슈팅걸스>에서 故 김수철 감독 역할을 맡으며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이 배우의 데뷔부터 현재까지 연기 인생을 훑어보았다.

슈팅걸스

감독 배효민

출연 정웅인, 이비안, 정예진, 정지혜, 윤주희

개봉 202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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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무명시절을 겪다
(왼쪽부터) <조용한 가족>, <북경반점>, <반칙왕>

학창시절 우연히 연극반에 들어가며 연기를 처음 접하게 된 정웅인은 1989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한다. 대학 졸업 후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방송 활동을 결심하지만, 탤런트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다. 그러던 1996년 장항준 감독의 추천으로 김병욱 PD의 옴니버스 드라마 <천일야화>를 통해 정식 데뷔를 하게 된다. 이렇게 무명시절을 끝내고 드라마 <은실이>, <국희>, 영화 <미지왕>, <조용한 가족>, <북경반점>, <반칙왕>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자연스럽게 활동 영역을 넓혀간다.

조용한 가족

감독 김지운

출연 박인환, 나문희

개봉 199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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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반점

감독 김의석

출연 김석훈, 명세빈, 신구, 정준

개봉 199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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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장진영

개봉 200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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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배우로 각인되다
(왼쪽) 시트콤 <세 친구>
<두사부일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자유롭게 오가던 그의 스타성이 발휘된 작품은 시트콤이었다. 이전에 예능 프로그램 <좋은 친구들>에 출연해 유행어(“그래! 감 잡았어!”)를 만들어내며 코믹 이미지와 함께 인기를 얻은 그의 커리어를 보면 예견된 것이었다고 봐야 할까. 2000년 시트콤 <세 친구>를 만나며 그는 진정한 코미디 배우로 거듭난다. 방영 기간은 1년 남짓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워낙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였고, 이어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김상두 역할을 맡으며 코믹스러운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 대중들에게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들이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극복해야 할 산이 되기도 했는데, 케이블 드라마를 통해 반복해서 노출되며 이미지 변신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친구

연출 송창의

출연 정웅인, 박상면, 윤다훈, 이의정, 최종원, 안문숙, 안연홍

방송 2000,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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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부일체

감독 윤제균

출연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오승은, 송선미, 박준규

개봉 200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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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다양성을 추구하다
(왼쪽부터) <써클>, <돈 텔 파파>
(왼쪽부터) <마법사들>, <유감스러운 도시>

정웅인을 웃기는 배우로 만들어준 영화 <두사부일체> 이후 그는 색다른 차기작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범죄 스릴러 영화 <써클>에서는 연쇄 살인범을 연기했고, <돈 텔 파파>에서는 철없는 싱글대디로 분해 많은 이들을 웃기고 울렸다.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투사부일체> 다음엔 원 테이크 원 컷’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영화 <마법사들>에 출연하였고 영화는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와 로카르노 영화제 등에 초청되기도 했다. <두사부일체>의 배우들이 다시 한 번 뭉친 코미디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 이후에는 <선덕여왕><근초고왕>으로 사극에 도전해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연기했으며, 연극 <민들레 바람 되어>를 통해 무대에도 올랐다. 코미디 영화들 사이 전혀 다른 결의 작품들을 선택한 이유는 코믹 캐릭터를 벗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스스로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그는 한 캐릭터에 고착되지 않고 여러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로 거듭났다.

써클

감독 박승배

출연 강수연, 정웅인

개봉 200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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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텔 파파

감독 이상훈

출연 정웅인, 유승호, 채민서

개봉 200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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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감독 송일곤

출연 정웅인, 장현성, 이승비, 강경헌, 김학선

개봉 200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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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러운 도시

감독 김동원

출연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박상민, 김상중

개봉 2009.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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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로 이미지 변신 후 악역 전문 배우 그 너머로
(왼쪽부터) <너의 목소리가 들려>, <99억의 여자>
(왼쪽부터) <선덕여왕>, <전설의 주먹>
(왼쪽부터) <베테랑>, <가장 보통의 연애>

그리고 2013년 그의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캐릭터를 만난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속 민준국이 바로 그것. 그는 드라마 속 사이코패스 살인마 민준국을 연기하며 “말하면 죽일 거다. 너희들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 거야.” 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그는 차기작들에서 악역을 주로 맡게 된다. 드라마 <기황후>에서는 원나라의 앞잡이로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염병수를, 드라마 <99억의 여자>에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엘리트 소시오패스 홍인표를 연기하며 한 층 더 악랄해진 모습으로 대중들을 찾아왔다. 하지만 그가 또 악역 캐릭터에만 안주한 것은 아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영화 <전설의 주먹><베테랑>, <가장 보통의 연애> 등 선과 악, 또 크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연출 조수원

출연 이보영, 윤상현, 이종석, 이다희, 김소현, 김해숙, 정웅인, 김광규, 김가은, 최성준

방송 2013,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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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억의 여자

연출 김영조, 유관모

출연 조여정, 김강우, 오나라, 서현철, 영재, 신수현, 이지훈, 정웅인, 구성환, 김도현

방송 2019,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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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

감독 강우석

출연 황정민, 유준상, 이요원, 윤제문, 정웅인, 성지루

개봉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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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연애

감독 김한결

출연 김래원, 공효진

개봉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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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딸바보 아빠
<아빠! 어디 가?> 시즌 2

2006년 결혼한 정웅인은 현재 세윤, 소윤, 다윤, 세 딸의 아빠다. 특히 첫째 딸 세윤은 어린 시절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를 닮은 모습으로 유명했는데, 덕분에 2014년 세윤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 가?> 시즌 2에 출연하게 된다. 그는 그간 출연해온 작품들에서와는 180도 다른 딸바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며 또 한 번 인기를 누리게 된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그는 "아이들 교육에 특히 관심이 많고, 인문학과 인성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또한 배우가 되길 꿈꾸는 셋째 딸 다윤에 대해, "예전에는 연기를 반대했으나 지금은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이야기하기도. 앞으로 이 부녀가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한 화면에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