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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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상현
출연 신혜선, 배종옥, 허준호
개봉 2020.06.10.
법정 영화는 하나의 장르다. 그 시작은 아마도 시드니 루멧 감독의 <12명의 성난 사람들>(1957)일 것이다. 그레고리 펙 주연의 <앵무새 죽이기>(1962)가 뒤를 이었다. 1990년대 개봉한 <어 퓨 굿 맨>, <필라델피아>, <JFK> 같은 영화도 법정 영화의 수작으로 손꼽힌다. 2000년 이후에도 법정 영화는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매튜 맥커너히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가 떠오른다. 할리우드는 물론 국내에서도 법정 영화는 꽤 많이 제작됐다.
변호사와 검사, 피고와 원고가 법정에서 벌이는 설전(舌戰), ‘혀의 다툼’은 법정 영화의 정수(精髓)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사회적 윤리(倫理)에 따르다보면 이런 법정 영화는 대개 정의로운 변호사가 승리하는 구조가 많다. 서론이 길었다. 법정 영화에 대해 쓰려다 보니 쓸데없이 한자도 넣어봤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시골에 사는 어머니(배종옥)의 누명을 벗기기 과정을 담은 <결백>이 개봉했다. 2009년 일어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라고 한다. <결백>과 함께 보면 좋을 만한 국내 법정 영화 5편을 소개한다.
<의뢰인>(2011)

- 의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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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손영성
출연 하정우, 박희순, 장혁
개봉 2011.09.29.
변호사 하정우, 검사 박희순, 용의자 장혁의 앙상블. <의뢰인>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봤다. 포스터 속에도 3명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하정우의 얼굴이 포스터에서 가장 큰 거로도 알 수 있듯이 <의뢰인>의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은 하정우가 연기한 변호사 강성희다. 그는 시체가 없는 살인 사건이 무죄일 수 있다고 믿는다. 박희순이 연기하는 검사 안민호는 정황상 유력한 범인 안철민(장혁)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두 사람의 공방 속에 장혁이 연기한 안철민은 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의뢰인>의 3명의 배우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로 관객을 안내한다. 특히 강성희가 법정에서 보여주는 이른바 ‘재치 있는 실험’은 이 법정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소수의견>(2015)

- 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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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성제
출연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
개봉 2015.06.24.
법정 영화의 제작 동기는 많은 경우 감춰진 진실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소수의견> 역시 마찬가지다. 원작은 손아람의 동명 장편 소설이다. 윤계상이 국선변호사 윤진원을 연기했다. 강제 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은 뒤 경찰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는다. <소수의견>의 포스터는 변호사 윤진원를 비롯한 기자(김옥빈), 판사(권해효), 피고인 박재호, 검사(김의성), 큰 손(김종수), 피해자의 부(장광), 윤진원의 동료 변호인(유해진)까지 모두 8명의 얼굴을 같은 크기로 배치했다. 등장하는 인물이 많은 만큼 진실은 꽤나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것 같다. 아닐 수도 있다. 진실은 단순할지도 모른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 저 중에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2013년 개봉 예정이던 <소수의견>은 어떤 이유에서 2015년이 돼서야 개봉할 수 있었다.
<재심>(2017)

-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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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태윤
출연 정우, 강하늘, 김해숙
개봉 2017.02.15.
<재심>의 제목은 법률용어다. 확정판결을 취소하기 위한 비상구제수단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재심이유가 나온다. <재심>이 다룬 실제 사건은 2000년 일어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다. 어떤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누명이다. 강하늘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조현우를 연기했다. 정우는 재심을 진행한 변호사 이준영 역을 맡았다. 포스터에는 피해자와 변호사 두 사람이 서로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각 인물을 거의 비슷한 크기로 담았다. 각 인물을 담은 카메라의 위치는 다르다. 억울함을 밝혀낸 변호사와 그 억울함을 이겨낸 피해자의 감정이 담겨 있는 듯하다. <재심>이 다룬 사건은 2013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룬 적이 있다. <재심>의 이준영 변호사는 실제 재심을 진행한 박준영 변호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부러진 화살>(2012)

- 부러진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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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지영
출연 안성기, 박원상, 나영희, 김지호
개봉 2012.01.18.
한 수학 교수가 자신의 재판을 맡았던 판사를 찾아갔다. 그는 석궁을 들고 있었다. 그는 화살을 날렸을까.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분노했다는 것이다. 그의 분노는 정당한 것일까. 그는 정말 화살을 쏘지 않았을까. 수많은 물음이 남았다. 수학 교수는 다시 법정에 섰다. 스스로 자신을 변호했다. 안성기가 수학 교수 김경호를 연기했다. 흑백으로 처리된 포스터 속 인물은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손에는 서류 가방, 한 손에는 석궁을 들고 있다.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부러진 화살>을 이끄는 인물은 김경호 혼자다. 관객은 배심원이 된다. 그의 가방 속 서류가 펼쳐보이는 논리가 부러진 화살보다 진실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부러진 화살>은 정지영 감독의 복귀작이다. 이후 그는 사회적 짙은 작품을 연거푸 연출하고 있다. <남영동 1985> <블랙머니> 등이 그 작품이다.
<변호인>(2013)
정의로운 변호사는 법정 영화가 사랑하는 캐릭터다. <변호인>의 송우석(송강호) 변호사는 그 인물의 전형이다. 물론 그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내세울 학벌이 없었다. 변호사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남들이 하지 않던 부동산, 세금 문제 등 소소한 사건을 수임했다. 의외로 이런 분야에 수요가 많았고 그는 승승장구했다. 그렇게 잘나가는 변호가가 된 어느 날 달라졌다. 무엇이 그를 정의로운 변호사로 바뀌게 만들었을까. 포스터 속에서 웃고 있는 저 인물들,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아들 진우(임시완)는 국가 폭력에 희생된 인물이다. 1980년대 엄혹한 시대를 담은 <변호인>은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봤겠지만 송강호의 연기는 국내 법정 영화를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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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양우석
출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
개봉 2013.12.18.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