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얼마 전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이라는 이름의 짤방이 인터넷에서 돌아다닌 적이 있다. <술 한잔 인생 한입>이라는 만화의 19권에서 발췌된 짤방이었는데 대충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술 한잔 인생 한입> 19권 중. AK 출판사

짤방을 봐도 알겠지만 만화의 내용은 이 나오는 고독한 미식가에 가깝다. 중소규모 회사의 영업사원인 주인공 소다츠가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을 안주 삼아 여러 가지 술을 즐기는 내용이 다인데 꼭 나 같은,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 같은 소박한 모습들이 좋아 번역되어 발행된 전권을 갖고 있고 가끔은 만화에 소개된 간단한 안주들을 따라 만들어보기도 한다.

술 한잔 인생 한입 전권. 포스트잇들은 레시피 부분의 책갈피

생각해보면 영화 속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도 드물지 않은 편인데 -그러니까 이런 글도 쓰지요- 의외로 술을 그 자체로 맛있게 마시는 장면이 흔치는 않은 편이다. 한국영화를 떠올려 봐도 예를 들어 양주는 태반이 상류층의 일탈과 함께 나오고 소주는 소시민의 괴로움과 함께 나온다. 어느 쪽이든 보는 사람도 , 한잔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은 영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 외국 영화 중엔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바로 한 영화가 떠올랐다. 바로 <쇼생크 탈출>. 

<쇼생크 탈출>은 1994년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다.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5128일에 개봉되었다.

소설 제목의 리타 헤이워드는 주인공인 앤디가 탈옥을 위해 감옥 벽에 구멍을 내고 이를 가리기 위해 여배우인 리타 헤이워드의 포스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언급되었다. 영화 사이트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IMDB의 종합 평점에서 1위를 지키고 있고 국내 사이트인 네이버 영화, 다음 영화에서도 1위에 올라와 있다.

다들 아시겠지만 줄거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누명을 쓰고 쇼생크 주립 교도소에 갇힌 앤디 듀플레인( 로빈스)이 교도소에서 같은 죄수인 레드(모건 프리먼)와 우정을 나누며 감옥 생활을 견디다가 죄수들을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간수들과 교도소장을 역으로 이용해 탈옥한 후 가석방된 레드와 다시 만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원작인 소설과는 비슷하면서도 여기저기 다른 점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소설 속에서 아일랜드계 백인으로 묘사된 레드를 영화 속에서는 흑인인 모건 프리맨이 연기했다. 무엇보다 이름이 레드인 이유는 아일랜드계 사람들의 특징인 붉은 머리털 때문이었는데도 감독이 모건 프리먼을 강력하게 원해서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소설이 단편~중편 정도의 분량이라 전체적으로 소설보다 영화의 내용이나 묘사가 훨씬 더 풍부한 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기억나는 장면이 꽤 여러 곳 있었다. 누구나 인정하듯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인 앤디가 탈옥한 후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는 장면이 그랬고, 영화 마지막의 환상적인 해변가도 그랬지만 또 한 군데, 앤디의 활약으로 같이 일하는 죄수들이 레드의 말처럼 '마치 자유인처럼 앉아 햇빛을 받으며 맥주를 마셨던' 장면이 있었다.

맥주를 마시는 죄수들. 저 표정이 참 보기 좋죠?

이쯤 읽은 분들은 필자가 무슨 이야기를 할 건지 눈치채셨을 것 같다. 바로 죄수들이 마시는 맥주를 이야기하려 한다.

영화 속 맥주

쇼생크 탈출 속 죄수들이 마시는 맥주는 'Stroh’s Bohemian'이라는 맥주다.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되며 더운 여름날 햇빛을 받으며 차갑게 마시기 딱 알맞은 체코 필스너 스타일의 맥주인데 맥주 전문 사이트인 'Beer Advocate'에서도 평점 83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참고로 필스너 우르켈은 82, 하이네켄은 65점이다- 그 밖의 다른 맥주 전문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 맥주이다.

독일에서 1848년 미국으로 이주한 Bernhard Stroh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만든 맥주 제조 레시피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디트로이트에서 처음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맥주이며 30년이 넘게 제조되다가 아쉽게 1984년에 맥주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생산이 중지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당시 시대를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영화 촬영 당시 이미 문을 닫은 공장의 맥주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이후 공장과 브랜드가 이곳 저곳으로 팔리며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6년 8월부터 디트로이트에서 1850년대 Stroh’s의 레시피를 사용해 다시 생산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날씨가 덥다. 온도도 습도도 너무 덥다. 8월 초가 되면 더할 것이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 우리는 모두 마치 감옥에 갇힌 것처럼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일터에서 노동을 하고, 군대에서 나라를 지키고, 가정에서 육아와 살림을 한다. 가끔은 지치고 가끔은 도망가고 싶어진다. 당연하다. 그래도 언젠가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사람은 어찌 되었든 맥주 한잔 마실 여유는 가질 수 있다.

가끔 힘들어질 때면, 혹은 너무 많이 즐거워질 때면 나도 모르게 속으로 되뇌곤 하는 말이 있다. ‘남들도 다 그래.’ 하늘 아래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고, 나도 그렇고, 남들도 다 그렇고, 그렇게 소다츠처럼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소망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올해도 아무쪼록 맛있는 맥주 한잔을. ^^

쇼생크 탈출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출연 팀 로빈스, 모건 프리먼

개봉 199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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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렉 / 술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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