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의 <다크타워: 희망의 탑>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감독이 각본을 맡았던 작품들과 <로얄 어페어>(2012)를 흥미진진하게 보았던 에디터는 몹시 유감스러웠는데요. 뭐라도 써보고자 고심하다 <다크타워: 희망의 탑>이 서부극과 SF를 매칭한 영화라는 데 착안해 서부극장르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대열차강도>
대열차 강도

감독 에드윈 포터

출연

개봉 190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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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은 서부 지역을 무대로 한 영화뿐만 아니라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혹은 그 무드를 잇고 있는 영화까지 총칭합니다. 영화사상 최초의 서부극은 E.S포터 감독의 <대열차강도>(1903)입니다. 열차 강도가 정면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이 잘 알려져 있지요. <대열차강도>는 이 무렵 나온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영화가 되었고, 이후 거칠고 의로운 주인공의 모험을 그린 단순호쾌한 활극이 성행합니다. 약간의 이야기만 바꾼 서부극이 어마어마하게 만들어졌고 게리 쿠퍼, 존 웨인, 헨리 폰다 등의 스타 배우들이 이때 활약했습니다. 차차 서부극은 진취적인 미국적 영웅 서사의 틀을 잡아갑니다. 대개는 황량하거나 광대한 서부의 자연을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과 악당의 용감무쌍한 총격 대결 장면이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하이 눈>의 게리 쿠퍼.

서부극의 단순한 플롯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세밀한 발전을 거듭합니다. 서부극이 미국의 초창기 역사, 서부 개척사를 옹호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품은 장르이기에 자연히 아메리카 원주민을 악당의 위치에 놓은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선 차츰 반영웅적인, 정의롭지 않은 주인공들을 내세우며 백인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논리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짓밟고 지어 올린 역사를 은근하게 비판하는 서부극들이 등장합니다. 존 포드의 <수색자>(1956)가 대표적입니다.

수색자

감독 존 포드

출연 존 웨인

개봉 195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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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자>

전직 보안관 이든 폴리(존 웨인)의 가족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했고 조카도 그들에게 유괴되었습니다. 이든은 복수를 결심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흔적을 수년간 뒤쫓지만 결국 이든이 마주한 진실은 그가 알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색자>정의로운 백인 아버지와 그 아버지들이 쌓아 올린 강건하고 근사한 세계=미국이라는 환상을 뒤흔든 작품이었죠. 이때의 서부극을 수정주의 웨스턴이라 부릅니다. 반영웅적인 주인공, 권력과 기존 질서에 비판적인 태도,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동정적 시선, 냉소적이고 사실주의적인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가깝게는 샘 페킨파의 <와일드 번치>(1969), 멀게는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1990),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1992) 등을 수정주의 웨스턴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황야의 무법자>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황야의 무법자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개봉 1964 스페인,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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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선 이른바 스파게티 웨스턴혹은 마카로니 웨스턴이 탄생합니다. 정작 유명한 서부극 감독 중 대부분이 유럽인인데 자기라고 못 만들 이유가 있겠냐 하던 세르지오 레오네가 연출한 <황야의 무법자>(1964)를 효시로 보고 있습니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초기 작품들은 대개 스페인을 배경으로 촬영됐으며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미국식 권선징악 스토리에 대한 비판, 미래에 대한 부정적 시각, 안티히어로에 가까운 주인공 캐릭터와 말초적이고 폭력적인 액션 장면이 특징입니다. 이때 부상한 스타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프랑코 네로 등입니다. ‘총잡이 조로 대표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캐릭터는 잔뜩 찌푸린 인상과 입에 문 시가, 삐딱한 태도로 기억됩니다. <석양의 건맨>(1965) <석양의 무법자>(1966)도 세르지오 레오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합작한 작품입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스파게티 웨스턴도 유행이 지나 서서히 쇠락하기 시작합니다.

<미스터 웨스트의 신나는 모험>
미스터 웨스트의 신나는 모험

감독

출연

개봉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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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꺼져갔지만 서부극의 포맷과 스타일은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었습니다. 서부극의 형식을 따르되 각 나라별로 성격과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른 서부극들이 나타납니다. 소련 시절부터 만들어진 레드 웨스턴의 대표작으로는 <미스터 웨스트의 신나는 모험>(1924)이 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에 대한 미국인의 무지를 풍자한 작품으로, 소련인들을 계몽하고자 소련으로 간 YMCA 회장 미스터 웨스트가 반혁명파 무리와 얽히는 과정을 그린 슬랩스틱 코미디입니다.

<전사 위대한 뱀>
전사 위대한 뱀

감독 리차드 그로스코프

출연

개봉 1967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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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극에 맞서 동유럽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시선으로 만들어졌거나 그 대결의 정서를 잇는 영화도 레드 웨스턴으로 분류됩니다. <라스트 모히칸> 원작소설의 작가인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또 다른 소설에 기반해 제작된 <전사 위대한 뱀>(1967)과 볼셰비키 혁명 직후의 카자흐스탄을 배경으로 혁명군 리더와 반란군의 담판을 그린 <일곱 번째 총탄>(1973)도 레드 웨스턴으로 불립니다.

<스노위 맨>
스노위 맨

감독 조지 밀러

출연 커크 더글라스, 잭 톰슨

개봉 1982 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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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선 미트파이 웨스턴이라 부릅니다. 워낙 들판이 많은 덕에 미국의 서부극만큼이나 호주의 미트파이 웨스턴도 광대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스노위 맨>(1982)1880년대, 광활한 호주 원시림에 살던 벌목꾼 청년이 탐욕스러운 목장주의 하인으로 들어가며 겪는 일들을 그립니다. 한 때 미국 서부극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커크 더글러스가 <스노위 맨>에선 탐욕스러운 목장주 해리슨을 연기했습니다.

<드레스메이커>

최근 영화로는 1922 호주 원주민이 백인 여성을 살해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호주로 간 백인들과 그들의 안내를 맡은 또 다른 호주 원주민의 관계를 그린 <더 트래커>(2002), 1880년대 호주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서구식 윤리를 강제하는 영국인 보안관들과 원주민 가족의 갈등을 묘사한 <프로퍼지션>(2005) 등이 있습니다.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 <드레스메이커>(2015)는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변종 미트파이 웨스턴으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드레스메이커

감독 조셀린 무어하우스

출연 케이트 윈슬렛, 주디 데이비스, 리암 헴스워스

개봉 2015 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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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을 끊어라>

한국의 만주 웨스턴은 일제강점기 만주를 배경으로 독립군들의 저항사를 주로 다룹니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영향으로 1960년대 초반부터 성행했으며, 정창화 감독의 <지평선>(1961)을 그 효시로 보고 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 <황야의 독수리>(1969), 정창화 감독의 <대평원>(1963), 신상옥 감독의 <무숙자>(1968),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1971) 등이 대표작입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로부터 영향 받은 <쇠사슬을 끊어라>는 훗날 만들어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모티프가 됩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제목은 <석양의 무법자>의 원제에서 가져왔다고 알려져 있죠. 해외 언론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두고 김치 웨스턴이라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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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한국에서 김치 웨스턴이 만들어지던 즈음 일본에선 스키야키 웨스턴이 나옵니다. 미이케 다카시의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2007)인데요. 여러 장르적 요소를 다 때려부은 스키야키같은 영화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까지 카메오로 출연하니 웨스턴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네요.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

감독 미이케 다카시

출연 이토 히데아키, 안도 마사노부, 사토 코이치, 모모이 가오리, 이세야 유스케, 이시바시 렌지, 기무라 요시노

개봉 200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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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야키 웨스턴 장고>
<대초원의 철새>

정작 일본식 웨스턴은 훨씬 일찍부터 만들어진 역사가 있습니다. 사이토 부이치 감독의철새시리즈는 <셰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이 자명하고, 역으로 <황야의 무법자>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1961)를 오마주했다고 알려져 있죠. 인도에선커리 웨스턴’, 필리핀에선타갈로그 웨스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장르 혼종이 또 다른 하나의 장르로 부각되면서 SF 웨스턴, 스페이스 웨스턴, 호러 웨스턴 등 서부극을 다른 장르와 뒤섞은 제3의 장르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로스트 인 더스트>

오래된 이름 같지만 현재까지도 꾸준하게 서부극의 정신과 무드를 잇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현대식 서부극을 네오 웨스턴이라 부릅니다. <결단의 3:10>(1957)을 현대식으로 리메이크한 <3:10 투 유마>(2007), 돈가방을 둘러싼 음울하고 피로한 추격을 다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자본주의와 토지, 가족 등 미국인의 오래된 이슈를 그대로 현대화한 <로스트 인 더스트>(2016), 경계인의 고독과 폭력의 쾌감, 흐르다 못해 넘치는 자본의 악영향을 슈퍼히어로 영화의 주물로 녹여버린 <로건> 등이 쉽게 떠오릅니다.

3:10 투 유마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크리스찬 베일, 러셀 크로우

개봉 200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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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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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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