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 뉴저지로 온 형제가 있습니다. 이들은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안고 ‘파라다이스’라는 레스토랑을 열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손님들이 원하는 건 미트볼 스파게티처럼 미국인의 입맛에 맞고 이미 현지화된 이탈리아 요리였으니까요. 하지만 주방장인 형 프리모(토니 샬호브 분)는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보다는 진짜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며 전통을 지키고 싶어 합니다. 반면 동생 세콘도(스탠리 투치 분)는 현실적이고 계산이 빠른 터라 그런 형을 답답하게 여기죠. 당연히 둘의 사이는 자꾸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손님이 없어서 기가 죽어 있는 형제를 더 속이 타게 만드는 건 맞은편 경쟁 식당입니다. 같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긴 하지만 그곳은 손님 구미에 맞는 메뉴만 만드는 터라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리죠. 형은 그 레스토랑이 형편없는 레시피로 손님이나 모으는 인기영합주의 식당이라며 비난하지만 동생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식당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쯤은 감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던 중 형제는 식당을 살리기 위해 유명한 재즈 음악가 프리마를 초청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그 밤을 계기로 전화위복을 꿈꾸며 만찬을 준비합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배경이니 영화를 채우는 건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들입니다. 이탈리아 음식은 우리에게도 아주 친숙하죠. 피자나 리소토, 파스타 등을 물론이고 파마산 치즈, 발사믹 비네거, 올리브오일 등 식재료들도 우리 식탁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들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음식문화가 왜 발달했는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들이 있는데 종교적인 배경이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플로랑 켈리에는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종교가 유럽 식탁에 끼친 영향이 매우 크다고 했는데 가톨릭 사회에서 식사란 즐거움, 친밀감, 풍요로움 등을 필수로 하는 터라 종교가 식문화의 발달에 기여를 했다는 거죠. 반면 프로테스탄트는 청빈함, 영양학적 중요성 등을 강조한 터라 비교적 발달이 더뎠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이탈리아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것을 감안해보면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 영화에는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손님들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리소토입니다. 손님은 리소토가 늦게 나온다며 이탈리아에 갔다 왔냐며 투덜대죠. 리소토는 ‘시간’이 필요한 요리입니다. 리소토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쌀과 재료들을 볶다가 뜨겁게 준비한 육수를 한 국자씩 부어 가며 만듭니다. 한 번에 넉넉한 물을 붓고 끓였다가는 죽이 되기 십상이죠. 육수를 한 국자 붓고 그 육수가 쌀에 스며들 때까지 젓고, 다시 한 국자를 붓고 저어가기를 반복해야 리소토의 질감이 나옵니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요리죠. 이 때문에 영화에서 동생 세콘도는 리소토를 레스토랑 메뉴에서 빼자고 제안합니다. 재료비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인력도 필요한 메뉴라 너무 비싸다는 거죠. 물론 형 프리모는 그럴 바엔 ‘핫도그’나 만들자며 맞받아치지만요.
형제가 재즈 음악가를 위해 준비한 만찬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팀파노’라는 요리입니다. 팀파노는 팀파니 북에서 따온 이름으로 커다란 그릇에 반죽을 깔고 그 안에 달걀, 토마토소스, 숏 파스타, 올리브 등등 온갖 재료를 넣어 오븐에 구워 만드는 파스타 요리입니다. 온갖 재료를 넣어 만들 수 있으니 가정에서 남은 재료들을 처리하기에도 좋은 메뉴일 것 같습니다. 사이즈도 커서 여럿이 둘러앉아서 나눠 먹기에도 더없이 좋을 테고요. 팀파노를 자르는 장면에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데, 먹음직스러운 단면이 드러나는 순간 환호성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요리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시각적 쾌락일 거예요. 화려하고 다채로운 음식이 가득한 식탁을 보면서 군침이 도는 것은 물론이고 이 풍요로운 식탁에 마음까지 편안해지니까요. 영화 <빅 나이트>는 우리에게 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 빅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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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캠벨 스코트, 스탠리 투치
출연 이안 홈, 이사벨라 로셀리니, 토니 샬호브
개봉 1996 미국
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이탈리아인처럼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또 있을까요? 그들은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엘레나 코스튜코비치 작가의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를 읽어 보면 이탈리아인이 누군가에게 음식 이야기를 하는 게 그 사람을 온전히 환영하는 의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 치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 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 리소토를 만들어 봤습니다. 리소토는 우리나라의 죽과 볶음밥의 중간쯤 되는 식감의 메뉴로,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몸에 좋은 버섯을 듬뿍 넣어 맛있는 리소토를 만들어보세요.
모둠 버섯 리소토
▶ 재료
각종 버섯(새송이버섯, 느타리버섯 등) 200g, 말린 표고버섯 3-4개, 쌀 3/4컵, 마늘 1개, 양파 1/2개, 올리브오일 1 큰 술, 화이트 와인 1/2컵, 닭 육수 4컵, 무염버터 1 큰 술, 레몬 1개, 소금 후춧가루 다진 파슬리 약간, 파마산 치즈 20g
▶ 만들기
1. 말린 표고버섯은 깨끗하게 씻은 뒤 따뜻한 물 1컵을 부어 불린 다음 물기를 짜서 도톰하게 썬다. 버섯 불린 물을 따로 둔다.
2. 양파와 마늘은 굵게 다지고, 레몬은 깨끗이 씻어 노란 껍질 부분만 긁어둔다.
3. 쌀은 흐르는 물에 씻은 뒤 불리지 않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느타리버섯은 밑동을 잘라내 갈래대로 찢고, 새송이버섯은 한입 크기로 썬다.
5.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팬이 달궈지면 다진 양파와 마늘을 넣어 볶는다. 향이 나면 4의 버섯을 모두 넣고 볶아 볼에 덜어둔다.
6. 재료를 볶은 팬에 쌀을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화이트 와인을 부어 센 불로 더 볶는다.
7. 알코올 향이 날아가면 6에 버섯 불린 물을 넣고 조금 더 볶다가 뜨거운 닭 육수를 한 국자 넣는다. 수분이 증발할 때까지 뒤섞는다.
8. 닭 육수를 한 국자 더 부어가며 섞는다. 이런 과정을 20분 정도 반복한다.
9. 쌀알이 거의 익으면 5의 볶은 재료와 파슬리를 넣어 한 번 더 볶고 마지막에 레몬 껍질과 버터를 넣어 섞는다.
10.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리소토를 완성한 뒤 그릇에 담아 파마산 치즈를 간 것을 얹는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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