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이 11월 25일 저녁 8시40분에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김혜수가 사회자로 설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역시 작년처럼 예측 기사를 준비했다. 이번엔 문동명 에디터가 수상자를 점쳐봤다. 객관적으로 뽑았다고는 하나 믿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니, 영화제를 기다리며 가볍게 즐기시길.


최우수 작품상
    
<남한산성> 황동혁
<더 킹> 한재림
<박열> 이준익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변성현
<택시운전사> 장훈

청룡의 선택 예측 /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언론 시사 반응이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다. 망조가 퍼져나가는 나라의 차가운 공기, 치열하고 딱딱한 대사를 주고받는 배우들의 굳건한 연기의 앙상블이 139분 동안 '일관된' 호흡으로 이어졌다. 연휴를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에겐 싫은 소리를 듣기 십상인지라 개봉 이후 반응이 갈라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잘 만든 역사 영화'는 영화제 작품상을 받기에 적절한 조건이다.

에디터의 선택 / <남한산성>

솔직히 후보 가운데 속시원히 올해의 영화로 꼽고 싶은 게 없다. <택시운전사>에 대한 기대가 아주 컸지만 장훈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재능을 찾아볼 수 없었다. 흥행을 위한 타협이었기를 바란다. 여러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아이 캔 스피크>이 정작 작품상 후보에선 쏙 빠졌기 때문에, 그나마 <남한산성>을 선택했다.




감독상
    
김현석 <아이 캔 스피크>
변성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준익 <박열>
장훈 <택시운전사>
황동혁 <남한산성>

청룡의 선택 예측 / 변성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은 변성현 감독의 SNS 논란으로 노골적인 보이콧과 맞닥뜨려야 했다. 청룡은 보란 듯 주요 부문에 <불한당>에 올려놓았다. 큰 상을 하나라도 줄 법도 한데, 대종상이 설경구에게 남우주연상을 줬으니 같은 결정을 하진 않을 것 같다. 한편 "욕 먹어 마땅하다", "부당하게 마녀사냥 당했다"는 평가가 뒤엉킨 변성현에게 감독상을 안긴다면 상당한 화제가 될 것이다. 동성애 코드와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을 밀어붙여 독특한 누아르를 만든 점 역시 '감독상'의 자격으론 충분하다.

에디터의 선택 / 김현석

"김현석의 재능은 재평가돼야 한다." <아이 캔 스피크> 개봉 즈음에 나온 호평 가운데 자주 눈에 띄는 코멘트였다. 동의한다. 서로 정붙이며 사는 사람들을 과하지 않은 감동과 함께 보여주는 연출은 김현석 영화의 장점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그 정점이라 할 만하다. 시나리오 잘 쓰기로 소문난 감독이지만, 오히려 공모전에 당선된 각본을 토대로 만든 <아이 캔 스피크>에서 그의 연출력이 더 잘 드러났다. 지나친 감정 호소에 기대지 않은 채 역사가 할퀸 개인의 삶을 위로하는 힘이 대단했다. 곳곳에 만화처럼 배치된 포근한 순간들도 정말 예뻤다.



남우주연상

김윤석 <남한산성>
설경구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송강호 <택시운전사>
이병헌 <남한산성>
조인성 <더 킹>

택시운전사

청룡의 선택 예측 / 송강호

송강호는 이미 <우아한 세계>와 <변호인>으로 청룡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가 맡은 역할들 가운데 소시민적인 면모가 유독 두드러지는 캐릭터였다. 만인의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시작했다가 어떤 사건을 경험하면서 각성하게 된다는 점도 유사하다. <택시운전사>의 만섭 역시 마찬가지. 유일한 식솔인 딸을 위해서 이기적으로 살아왔지만 학살 현장을 목격하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거듭난다. <변호인> 이후 3년이 지났으니 다시 한번 받을 때도 됐다.

더 킹

에디터의 선택 / 조인성

조인성을 저평가된 배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미성숙한 남자'를 연기하는 조인성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그도 이제 30대 중반을 훌쩍 넘겼고, <쌍화점> 이후 8년 만에 작업한 영화라 <더 킹>의 박태수 역이 잘 맞을까 살짝 의심했지만, 기우였다. 얼결에 공부하는 법을 깨닫고 서울대에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남자가 권력의 맛과 그 이면을 알아가는 과정이, 기괴하고 더러운 한국의 정치를 마주하는 조인성의 얼뜬 얼굴을 만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ps. 후보에 <불한당>의 임시완이 있었다면 그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여우주연상
    
공효진 <미씽: 사라진 여자>
김옥빈 <악녀>
나문희 <아이 캔 스피크>
문소리 <여배우는 오늘도>
염정아 <장산범>

아이 캔 스피크

청룡의 선택 예측 / 나문희

나문희의 존재만으로 <아이 캔 스피크>를 향한 믿음이 보장된다. 우리 어머니/할머니를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그의 모습이 역사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인물에게 보편성을 부여했다. 손주 같은 구청직원에게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쾌활함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몸에 새겨진 상처를 내보이며 역사를 고발하는 단호함이 한 배우의 육체에서 나왔다. 이옥분 여사가 산소 곁에서 참고 참아왔던 감정을 쏟아내는 순간, 그 배우의 존재가 완전히 잊혀지는 경지를 목격할 수 있었다. 많은 영화제에서 줄곧 조연상만 받아왔던 나문희가 주연상을 품에 안는 모습을 보고 싶다.

미씽: 사라진 여자

에디터의 선택 / 공효진

'러블리'라는 당연한 수식 때문일까. 그간 여러 캐릭터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공효진과 '건조함'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 조합이었다. <미씽: 사라진 여자>의 홍매는 처음 보는 공효진의 얼굴로 가득하다. 연기 변신을 보는 낯섦도 잠시, 홍매의 처연한 삶에 대한 동정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범인일지 모른다는 가정 하에 그려지는 홍매와 지난 시절의 홍매를 보여주는 공효진의 표정은 전혀 딴판이지만, 그 격차를 온전히 한 사람의 것이라고 완전하게 설득했다. 공효진의 진일보에 마땅한 평가가 따랐으면 한다.


남우조연상
    
김대명 <해빙>
김희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배성우 <더 킹>
유해진 <택시운전사>
진선규 <범죄도시>

청룡의 선택 예측 / 김희원

<불한당>의 고병갑은 올해 한국영화에서 만난 가장 불쌍한 남자다. 물론 병갑은 밉상이다. 어릴 적부터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사람 특유의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행동들은 무척이나 볼썽사납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는 한재호(설경구) 앞에서는 한없이 온순해지며 자기 모든 걸 다 갖다바칠 수 있는 순애보가 퇴색하는 건 아니다. 여러 자리를 통해 재호를 향한 병갑의 마음이 '사랑'이라고 밝힌 것처럼, 김희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결국 사랑받지 못하는 이의 지질함을 정확히 표현했다. 대종상은 <더 킹>의 배성우가 받았으니, 청룡은 김희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에디터의 선택 / 김대명

김대명 하면 특유의 엷은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 독특한 음성은 선보단 악의 캐릭터에 훨씬 잘 어울린다. <해빙>의 성근은 그 목소리가 더없이 적합한 인물이다. 신경쇠약을 앓는 의사 승훈(조진웅)에게 호의를 베풂과 동시에 살인자의 뉘앙스를 풍겨야 하는 복잡한 역할을, 도통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목소리가 제대로 떠받친다. 김대명이 발산하는 기분 나쁜 공기가 <해빙>의 삐그덕대는 서사를 어느 정도 무마시켰다. 그나저나 왜 성근 아버지 역의 신구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걸까? 섬뜩하기로는 이쪽이 훨씬 더 강력한데.




여우조연상
    
김소진 <더 킹>
김해숙 <재심>
염혜란 <아이 캔 스피크>
이정현 <군함도>
전혜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청룡의 선택 예측 / 김소진

"김소진만 보이더라." <더 킹>을 본 수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럴 수밖에. 부패한 인간들에게 또박또박 옳은 말을 내뱉는 안희연 검사는 <더 킹> 속 난장판에서 유일한 양심이었으니까. 김소진의 들뜨지 않는 연기는 감정보다 태도가 먼저 보여야 하는 인물을 뒷받침했다. 후보에 오른 배우들 면면이 쟁쟁하지만(특히 <아이 캔 스피크>의 염혜란!) 김소진의 수상 가능성을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다.

에디터의 선택 / 김소진

배우 이름을 확인하려고 엔딩 크레딧을 열심히 본 건 또 오랜만.


신인남우상
    
구교환 <꿈의 제인>
김준한 <박열>
남연우 <분장>
도경수 <형>
류준열 <택시운전사>

꿈의 제인

청룡의 선택 예측 / 구교환

주연상과 달리 조연상, 신인상은 배우 쏠림 현상이 심한 편이다. 올해의 주인공은 <꿈의 제인>의 구교환이 될 것 같다. 트랜스젠더를 연기했지만 성소수자로서의 문제의식에 눈돌리지 않고, 떠난 사랑을 그리워하며 말라가는 여자의 텅빈 마음에 집중하는 방향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 부일영화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이 호명된 바 있다. 

분장

에디터의 선택 / 남연우

여성을 분장한 남자배우라는 점에서 구교환과 겹쳐 보인다. 캐릭터 양상은 전혀 다르다. <분장>의 주인공 송준은 트랜스젠더 연기를 위해 분장을 하다가 자기도 미처 몰랐던 호모포비아를 깨닫고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한 인물에 여러 면모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그릇인 셈이다. 연출, 편집까지 도맡은 남연우는 송준의 딜레마까지 신중하게 구현해냈다. <꿈의 제인>의 구교환도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남연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신인여우상
    
이민지 <꿈의 제인>
이상희 <연애담>
이수경 <용순>
윤아 <공조>
최희서 <박열>

박열

청룡의 선택 예측 / 최희서

이제훈의 연기 변신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박열>이 공개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는 후미코 역의 최희서에게 쏟아졌다. 일본 제국주의에 주눅들지 않는 악다구니와 그 뒤에 감춰진 순수한 얼굴이 최희서의 씩씩한 에너지와 모두 어울렸다. 대종상이 올해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 모두를 최희서에게 수여한 건 분명 파격이었지만, 그 결정에 많은 이들이 짜릿함을 먼저 느낀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이성적으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최희서가 받을 것이다. 

꿈의 제인

에디터의 선택 / 이민지

<꿈의 제인>은 얼핏 트랜스젠더 제인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이끄는 건 '제인과 함께했던 날들을 여전히 꿈꾸는' 소현이다. 영화는 제인이 없는 세상을 견뎌야 하는 소현의 지옥 같은 시간들을 오랫동안 보여준다. 소현을 연기하는 이민지의 표정은 대부분 비어 있다. 눈물도 마른 듯 그냥 멍해 있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긍정의 가능성을 느낄 때마다 희망이 슬며시 떠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드러낸다.


신인감독상
    
강윤성 <범죄도시>
문소리 <여배우는 오늘도>
이주영 <싱글라이더>
이현주 <연애담>
조현훈 <꿈의 제인>

청룡의 선택 예측 / 문소리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도 유력해 보이지만, 신인감독상 부문에선 '작품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다섯 후보 가운데 작품성에 대한 칭찬이 가장 크게 퍼진 영화였다. 배우가 연출작으로 신인감독상을 받는다는 것, 그 영화가 당대의 화두라 할 만한 여성 문제를 딱 집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제를 위한 구색으로도 그만이다.

에디터의 선택 / 문소리

<여배우는 오늘도>는 '신인감독'이라는 기준 없이도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여성배우가 감당해야 하는 수많은 조건들을 현실적으로 재현한 것도 유의미하지만, 무엇보다 유머를 구사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작정하고 코미디를 만들어도 진짜 웃기고 지독한 걸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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