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는 분들은 화면만 봐도 감독을 알 때가 있죠? 그처럼 액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액션만 봐도 어떤 무술감독이 지휘했는지 확 느껴지기도 합니다. 명칭만 들으면 화려한 액션과 고난도의 스턴트가 생각나는 무술감독!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폭넓은 작업을 담당하기도 하는데요, 무술감독은 영화의 어떤 일을 담당할까요?그리고 유명한 무술감독은 누가 있을까요?
무술감독은 액션만 하나요?
영화 제작이 더욱 전문화된 지금, 무술감독은 그 명칭에 다 담지 못하는 많은 영역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합을 맞추는 액션신, 위험한 스턴트신처럼 액션 장르 영화에 어울리는 장면은 물론, 길거리 추격신이나 따귀를 때리는 신처럼 일상적인 장면도 무술감독이 지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과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일상적인 행동도 카메라에 잘 보이게 움직임을 지도하는 거죠.
쉽게 예를 들자면, 영화 <아빠는 딸>은 코믹 드라마 장르지만 류현상 무술감독이 스턴트로 참여했습니다. <어느날> 역시 드라마 장르이지만 사고 장면 등을 연출하기 위해 무술감독과 스턴트 팀이 투입됐죠.
2016년 최고 흥행작 <부산행>의 좀비들도 허명행 무술감독 지도 아래 움직였습니다.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거침없이 진격하는 좀비떼의 움직임을 무술감독과 스턴트 배우들이 만들어냈죠. 덕분에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좀비 영화로 거듭났고요.
국내에선 무술감독이 스턴트와 액션을 통틀어 전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에서는 '스턴트'와 '파이트'로 분야를 나눠 세분화합니다. 또 장면을 구상하는 '코레오그래퍼'(Choreographer)와 장면에 적합한 스턴트 배우 섭외, 배분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가 있습니다. 이렇게 세분화돼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내 무술감독처럼 이름이 친숙한 사람은 드문 편이죠.
한국의 무술감독 개념은 할리우드의 'Fight Choreographer'에 가까운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와호장룡>, <일대종사>의 원화평 등이 있습니다. 합을 주고받는 액션 장면을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실제 무술 유단자들이 많은 편이죠. 배우이면서 실제 무술 유단자로 영화 액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성룡, 견자단, 이연걸 등을 '파이트 코레오그래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무술감독들은?
국내 무술감독들은 대부분 서울액션스쿨 출신입니다. 배우를 대신하는 스턴트 대역, 대규모 액션 장면과 각종 액션을 소화할 스턴트 배우 등을 배출하며 유능한 인재들을 무술감독으로 양성하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얼굴을 봤을 정두홍 무술감독이 설립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저씨>와 <신세계>를 기점으로 많은 무술감독들이 서로 다른 스타일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정두홍
대표작: <비트>, <무사>, <아라한-장풍 대작전>, <짝패>, <베테랑>
언급했다시피 한국 무술감독의 전설이자 시작이죠. 정두홍 감독은 <장군의 아들> 스턴트맨을 시작으로 무술감독 자리에 오르고, 1998년 서울액션스쿨을 개설해 스턴트맨을 양성하고 여러 방송이나 인터뷰를 통해 액션계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에 자주 출연해서 얼굴도 잘 알려진 무술감독입니다. 2015년엔 안성기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제7기사단>에 참여해 할리우드 진출도 했습니다.
바로 그 장면: <짝패>의 모든 액션
정두홍 무술감독의 한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면 역시 <짝패>가 아닐까 싶네요. 영화 자체가 1980년대 홍콩 '쇼브라더스' 영화의 오마주인데다 직접 주연까지 맡았으니까요. 그중에서도 후반부의 별장 전투 장면이 일품입니다. 마지막에 맞붙는 4인방도 정두홍의 서울액션스쿨 출신들입니다. 그야말로 액션의 엑기스를 맛보고 싶다면 필람이죠!
허명행
대표작: <신세계>, <부산행>, <아수라>, <마스터>, <불한당>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무술감독입니다.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다가 2006년 <중천>에서 무술 연출로 데뷔합니다. 이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악마를 보았다>로 김지운 감독과, <황해>로 나홍진 감독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 장준환 감독과 호흡을 맞췄죠. 그러다 <검사외전>과 <부산행>, <아수라>로 2016년을 장식하고 2017년엔 <불한당: 나쁜놈들 전성시대>, <남한산성>, <범죄도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바로 그 장면: <신세계>의 엘리베이터신
허명행 무술감독 본인은 <우는 남자>를 ‘매너리즘에서 초심으로 돌아온 작품’이라고 언급했지만, 대중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은 역시 <신세계>의 ‘드루와’겠죠? 엘리베이터에서 살고자 아등바등 싸우는 이 장면의 비밀은? 허명행 무술감독 왈, “뭔가 특징이 있었으면 해서 고민하다가, 국회의원들이 싸울 때를 떠올렸다”고 농담 섞인 발언을 했다네요.
박정률
대표작: <사생결단>, <아저씨>, <은밀하게 위대하게>, <내부자들>
2010년, 한국 액션에 대파란을 일으킨 그 영화의 무술감독입니다. 박정률 무술감독은 정두홍과 함께 무술감독 1세대인 신재명 무술감독의 팀으로 활동하다가 <태풍>으로 무술감독을 시작했다죠. <사생결단>, <사랑>, <마린 보이> 등에 이어 <아저씨>에 동남아시아 무술을 도입해 흥행작을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도 <광해, 왕이 된 남자>, <은밀하게 위대하게>, <관상>, <내부자들>을 작업했고요. 최근에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후 한중 합작 <치명도수: RESET>이 대기 중입니다.
바로 그 장면: <아저씨> 차태식 vs. 람로완
역시 <아저씨>죠. 박정률 감독의 대표작인 <아저씨>는 눈에 보이는 ‘합’이 중요했던 기존의 액션 대신 주고받는 에너지와 상황을 중시하는 액션을 사용했습니다. 단초에 상대를 제압하는 실전 무술을 주고받는 액션으로 만들기 위해 전 세계 무술을 재해석했다는 발언이 결코 의심되지 않는 결과물이죠.
권귀덕
대표작: <내가 살인범이다>, <감시자들>, <악녀>
권귀덕 무술감독은 필모그래피 중 <조용한 세상>, <우아한 세계>, <마더>, <황해> 등 유독 카 스턴트가 많습니다. <아수라>에서는 운전수로 출연하면서 스턴트를 소화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의 최신작이 <살인자의 기억법>이라고 하면, 바로 생각나는 장면이 있지 않나요? 설경구 머리 위로 날아가는 승합차. 그리고 만만찮은 카 스턴트가 들어간 다른 작품은 <악녀>입니다. 액션스쿨 동기이자 <내가 살인범이다> 정병길 감독과 서로의 시너지를 최고로 끌어낸 영화죠.
바로 그 장면: <악녀> 바이크 액션 장면
<악녀>의 모든 액션 시퀀스가 경악할 만하지만, 그중 바이크 액션 시퀀스는 여타 영화에서 만나기 힘든 속도감이나 사실적인 타격감이 압도적이죠. “저러다 (촬영감독이) 도로에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로와 근접한 촬영”으로 포착한 결과물입니다. 오토바이를 뒤쫓던 카메라가 바퀴 중간을 지난 후 오토바이를 앞서는 연출도 박정훈 촬영감독이 자체 제작한 장비로 실제로 찍은 거라 하니 배우-촬영-무술팀의 '트로이카' 그 자체인 장면입니다.
오세영
대표작: <왕의 남자>, <퀵>, <최종병기 활>, <용의자>, <공조>
오세영 무술감독은 심형래가 출연한 영화부터 특촬물의 액션 배우로 한국 액션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무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건 <유아독존>이지만 유명해진 작품은 <왕의 남자>죠. <왕의 남자> 이후 <가족의 탄생>, <복면달호>, <궁녀>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거북이 달린다>, <시크릿>,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작업합니다. 그러다 2010년 <퀵>과 2011년 <최종병기 활>을 시작으로 <용의자>, <끝까지 간다>, <표적>의 액션을 연출합니다. 최근에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현지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참여하고, <공조>와 <택시운전사>의 무술을 담당해 흥행에도 성공했죠.
바로 그장면: <용의자> 지하철 격투씬
‘한국의 제이슨 본’이란 적나라한 별명처럼, <용의자>는 ‘제이슨 본’ 시리즈 속 액션의 향기가 짙은 영화이긴 합니다. 소개하는 지하철 격투신도 <본 슈프리머시>의 열차 역 추격전을 연상케 하고요. 하지만 이 장면의 진짜 묘미는 타격이 아닌, 힘으로 ‘밀당’하는 장소가 고작 계단 한 칸이란 점입니다. 서로 합을 주고받다가 그 좁은 계단 한 칸에서 벽을 타고 착지하는 순간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영리함과 압도적인 신체능력을 강조하면서 인물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죠.
<도둑들>, <밀정>, <군함도>를 담당했던 정윤헌 무술감독과 <올드보이>, <괴물>, <써니>에 참여하고 현재 중국·대만·일본을 넘나들며 활약 중인 양길영 무술감독 등 미처 소개하지 못한 무술감독들도 많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영화의 액션이 기억에 남으시나요?에디터가 미처 챙기지 못한 정보를 댓글로 함께 공유해보면 어떨까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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