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메인 예고편

그리 멀지 않은 미래, 노르웨이의 한 연구소에서 인구과잉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안된 인간축소프로젝트 ‘다운사이징’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 거의 모든 동식물의 무게를 2744분의 1, 부피를 0.0364% 비율로 줄이는 데에 성공한 것. 다운사이징 개발자 요르겐 박사는 뜻 맞는 이들과 함께 스스로 몸을 줄이고 나타나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세상을 놀래킨다. 어머니 병간호로 늘 빠듯하게 살아온 작업치료사 폴 사프라넥(맷 데이먼)은 재산의 120배에 달하는 경제력까지 누릴 수 있다는 장점에 관심을 보이고, 고민 끝에 아내 오드리(크리스틴 위그)와 함께 다운사이징을 선택한다. 하지만 함께 수술실에 들어간 아내가 도중에 뛰쳐나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소인들의 세계 ‘레저랜드’에서 홀로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적적한 시간을 보내던 그는 허구한 날 시끌벅적하게 파티를 여는 이웃 두샨(크리스토프 왈츠)의 집에 청소하러 온 베트남 반체제 인사 녹 란(홍 차우)을 만난다.

크거나 작아진 신체를 소재로 한 영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제작돼 왔다. 크기가 달라진 사람들이 보통의 세상과 부딪히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들은 독특한 비주얼을 무기 삼아 코미디, 액션,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쾌감을 선사했다. 알렉산더 페인과 그의 시나리오 콤비 짐 테일러가 13년 만에 다시 뭉친 <다운사이징> 역시 장르적인 흥미거리를 준비했다. 서로 다른 크기의 사람들이 한 프레임에 놓여 있는 진풍경은 물론, 시술 기념으로 증정되는 거대 크래커나 소인세계에서 비싼 값에 유통된다는 ‘진짜 꽃’ 같은 귀여운 아이템,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이혼 서류에 서명해야 하는 '알렉산더 페인스러운' 블랙코미디가 곳곳에 배치됐다. 급격히 작아져서 머리가 터질 수 있기에 치아 보철을 제거해야 한다는 신통한 설정도 적절히 녹아 있다.

다만 이는 눈요깃거리 선에서 그친다. 크기의 격차에서 오는 생경함은 어느새 <다운사이징>에서 특별하지 않게 된다. 그 세계가 익숙해져서가 아니다. <다운사이징>의 신체 축소는 ‘인류과잉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회적인 합의 하에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홍보되기 때문에, 소인 세계와 일반 세계가 뚜렷하게 나눠져 있고, 서로를 향한 트러블 같은 건 벌어지지 않는다. 일단 주인공 폴이 작아지고 난 후에는 영화는 거의 대부분 소인세계 속 폴을 따라간다. 소인만이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건 결국 '실제'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어느새 SF적인 터치는 흐려지고, 그 자리에 자연히 알렉산더 페인 특유의 '현실'이 피어난다.

영화 속에서 다운사이징되는 이들은 크게 두 부류다. 태어나 처음 이사를 꿈꾸지만 대출이 막혀 포기할 수밖에 없는 폴처럼 애매한 규모의 자산을 가진 계층이다. 인류 생존이라는 대의를 명목 삼아 시작된 프로젝트는, 현재 가진 경제규모를 120배 불려 호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이목을 끈다. 곱셈이 가능한 세상.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삶을 리셋하면서까지 이걸 '선택'하는 이들은, 지금 가진 가치를 곱하면 부유한 삶을 누리는 게 비로소 가능해지는 이들이다. 애초에 부유한 이들은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가난한 이들은 변화를 선택하지 못한다. 엇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소인세계는 얼핏 평등한 것 같다. 다만 조금 눈을 돌리면 다른 이들이 보인다. 약소국에 대한 정치적인 탄압으로 인해 다운사이징 '당한' 사람들. 인류의 평화를 위해 벌인 일로 인해 누군가는 실존을 송두리째 잃는 지옥에 동원된다. '여가의 세상(leisureland)' 에서 격리돼 살아가는 그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곱셈은 오로지 '고통'이다.

흥미로운 건 이 두 부류가 만나는 과정이다. 졸지에 아내와 헤어지게 된 폴은 호화로운 삶을 만끽하지도, 후줄근한 차림새를 벗어나지도 못한다. 예전의 삶보다 못하면 못했지, 더 나아지진 않았다. 그런 그가 일반세계와 소인세계 사이의 사업으로 한탕 하기 위해 소인이 된 부르주아 두샨의 집에 처음 간 날 운명처럼 몇년 전 뉴스에서 봤던 베트남 반체제 인사 녹 란을 만난다. 어머니 병간호로 의사의 꿈을 포기한 작업치료사인 폴은  녹 란의 의족이 불편한 걸 보고 그녀를 도우면서 다운사이징 당한 사람들의 처절한 세상을 목격한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 늘상 TV에서만 보던 고난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에게 보탬이 되는 것이 일반세계에서도 부자였던 이를 통해 가능하다는 도식이야말로 다운사이징이 필요했던 이유처럼 보인다. 초현실을 통해서만 세 계층의 세계가 만날 수 있다는 탄식 혹은 가느다란 소망이 있다. 그리고 영화는 더더욱 거대한 이야기로 뻗어간다.

<어바웃 슈미트>(2002), <사이드웨이>(2004), <디센던트>(2011) 등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는 대개 곤경에 처한 인물이 낯선 곳에서 (아주 미약하게나마) 새로운 삶을 찾는 이야기를 그려왔다. 개인의 소소한 사연에서 지구의 운명이 왔다갔다 하는 서사로 몸집이 훅 불어났지만, <다운사이징> 역시 페인의 오랜 관심과 그리 멀지 않다. 소인세계에 들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잃은 폴이 그걸 서서히 되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시 얻은 '폴의 것'은 예전보다 한결 더 단단해져 있다. 135분 러닝타임 내내 폴 사프라넥이라는 어려운 이름을 영어에 서툰 녹 란만이 유일하게 "폴 사프라넥" 하고 언제나 정확히 불러준다는 점은 곱씹을수록 감동적이다. 폴 사프라넥은 그렇게 다시 폴 사프라넥으로 살아갈 것이다.

다운사이징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맷 데이먼, 크리스토프 왈츠, 홍 차우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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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