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할리 퀸 등 유독 여성 캐릭터가 사랑받는 DCEU의 라인업에서 ‘배트걸’은 참 소중한 카드입니다. 워너브러더스는 <배트걸>을 조스 웨던 감독에게 맡겼지요. <어벤져스>를 성공시킨 그를 영입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마블과의 경쟁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로 흥행이 간절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조스 웨던이 맡았던 <배트걸> 프로젝트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조스 웨던의 전 부인이, 페미니스트인 척 여러 사회 활동을 하던 그가 얼마나 가식적인 결혼 생활을 했는지 폭로하면서 감독 하차설이 돌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조스 웨던은 공식적으로 <배트걸> 감독직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워너브러더스는 현재 <배트걸>을 여성 감독에게 맡기고 싶다며, 후보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패티 젠킨스의 <원더 우먼>은 블록버스터에서 여성이 어떻게 그려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미투 운동을 포함해 어느 때보다 성 평등에 대한 담론이 활발한 지금, 배트걸이야말로 제대로 표현되어야 할 캐릭터입니다. 

초대 배트걸인 바바라 고든은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이 강한 여성입니다. 그녀는 의협심이 강하고 다재다능했으며, 아버지 제임스 고든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임스 고든은 자신의 딸이 ‘평범하고 조신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를 반대하지만, 그녀는 뜻을 굽히지 않지요. 무술에도 능했던 그녀는 자경단으로 활동하고 실제로 범죄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배트맨과 로빈의 팀에 합류합니다.

그러나 바바라는 조커에게 총격을 당하고 불행히도 하반신이 마비됩니다. 여기서부터가 더 중요한데요. 그녀는 휠체어에 앉아서도 악당과의 전쟁을 멈추지 않습니다. 바바라는 컴퓨터로 전 세계의 정보를 수집하고 영웅들에게 알려주는 전문 해커 ‘오라클(Oracle)’로 활동합니다. ‘뉴 52’ 전후로 설정이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나중에 하반신이 치료되어 배트걸로 복귀하기도 합니다. 바바라는 이렇게 자신의 의지로 영웅이 되고 장애를 가진 뒤에도 뜻을 굽히지 않은 여성입니다. 

또한 바바라는 블랙 카나리, 2대 배트걸 헬레나 베르티넬리 등과 함께 ‘버즈 오브 프레이’(Birds of Prey)라는 여성 히어로 팀을 만들어 활동합니다. 암살자 부모 밑에서 살인 기계로 키워지는 바람에 말과 글을 배우지 못한 카산드라 케인 역시 바바라의 보살핌 속에 배트맨 패밀리에 합류하고 3대 배트걸이 됩니다. 바바라는 이렇게 여성들의 ‘연대’에도 앞장선 배트걸이었습니다. 

어떤 여성 감독이 <배트걸>을 만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멋진 배트걸이 그저 남자 영웅 옆에 비슷한 옷을 입고 서 있는 여자로 그려지진 않을 것입니다. 

이미지 준비중
배트걸

감독 조스 웨던

출연

개봉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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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