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란 말이 있지만, 때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를 더 헤집는 경우도 있다. 규명되지 않은 것들을 두고 ‘잊으라’는 말들은 시간보다 더 날카롭게 상처에 파고들곤 한다. 올해로 38주년을 맞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도 그런 사건이다. 그나마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5.18 기념사를 통해 박관현, 표정두, 조성만, 박래전 열사를 호명하는 등 광주 민주화 운동의 수많은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그려진, 혹은 그려질 광주를 정리했다.


<화려한 휴가>
(2007)
감독 김지훈
출연 김상경, 안성기, 이요원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대기업의 자본으로 제작한 상업영화다. 이 영화 이전의 광주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의 배경인 경우가 대다수였고, <화려한 휴가>의 제작은 그래서 뜨거운 감자였다. 완성된 영화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고증이 미비하다는 비판도 받았으나 7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시 환기시켰다.

화려한 휴가

감독 김지훈

출연 김상경, 안성기, 이요원, 이준기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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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2017)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화려한 휴가>가 흥행에 성공한지 딱 10년 후, <택시운전사>가 개봉했다. 국민배우란 말이 아깝지 않은 송강호가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김사복 역을 맡았고 <고지전>의 장훈 감독이 6년 만에 메가폰을 잡아 기대치를 높였다. 전형적인 드라마와 여전히 감성적인 시각은 비판받았으나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광주의 참담한 현실은 대중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상기시키며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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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
(2007)
감독 김현석
출연 임창정, 엄지원

제목이나 포스터나 스포츠 소재 코미디 영화 같은 <스카우트>는 사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함축적이고 섬세하게 옮긴 영화 중 하나다.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로 향한 호창(임창정)이 7년 전 연인 세영(엄지원)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5월 18일 광주의 상황과 맞닿아 가해자와 피해자, 국가와 개인 간의 폭력을 새롭게 조명한다. 2007년 백상예술대상 영화 시나리오상, 부일영화상 각본상 수상작이다.

스카우트

감독 김현석

출연 임창정, 엄지원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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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1996)
감독 장선우
출연 이정현, 문성근, 이영란

다른 영화들이 5월 18일의 재현을 목표로 했다면, <꽃잎>은 그날 이후 참담한 풍경을 담았다.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어머니를 잃고 미쳐버린 소녀 정연(이정현)을 그린 <꽃잎>은 베를린 영화제가 초청돼 광주 민주화 운동을 국내외로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당시로선 5.18 운동을 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광주 주민들의 협조를 받을 수 있었고, 장선우 감독도 이에 화답하듯 5.18 운동의 여파를 섬세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이정현은 이 작품으로  데뷔하며 최고의 열연을 펼쳐 당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꽃잎

감독 장선우

출연 이정현, 문성근, 이영란, 추상미, 설경구

개봉 199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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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2007)
감독 임상수
출연 염정아, 지진희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산전수전을 겪은 ‘문학계의 포레스트 검프’ 황석영 작가의 소설 <오래된 정원>도 임상수 감독을 통해 영화화된 바 있다. 오현우(지진희)와 한윤희(염정아)의 사랑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상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학생운동으로 세상을 바꾸려다 감옥살이만 17년을 한 오현우가 출옥 후 한윤희를 만난 갈뫼로 돌아오지만, 윤희는 딸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미 지나가 버린 한윤희와의 시간을 일기와 그림으로만 되새겨야 하는 오현우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세대와 세대를 이어간다는 것을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오래된 정원

감독 임상수

출연 염정아, 지진희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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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 <26년>
(1999 / 2012)
감독 이창동 / 조근현
출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 진구, 한혜진, 임슬옹

<박하사탕>
<26년>

너무도 다른 <박하사탕>과 <26년>을 함께 소개하는 이유는, 두 영화가 광주를 기억하는 방식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박하사탕>은 영호(설경구)가 1979년부터 1999년까지, 20년간 겪은 일을 되돌아본다. <26년>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여한 남자와 희생자들의 자식이 ‘그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인다.
     
<박하사탕>은 (명대사 “나 다시 돌아갈래!”가 대변한) 시대에 순응할 수밖에 없던 후회의 정서로, <26년>은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지금’ 단죄해야 한다는 요지의 상상으로 광주를 기억한다. 완성도면에서야 두 영화를 비교하기 민망하지만,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바라보는 사회의 분열적 시선을 두 영화의 태도에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박하사탕

감독 이창동

출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개봉 199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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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감독 조근현

출연 진구, 한혜진, 임슬옹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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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힌츠페터 스토리>
(2018)
감독 장영주
출연 위르겐 힌츠페터, 조성하

<택시운전사>가 김사복(송강호)의 눈을 빌린 극이었다면, <5.18 힌츠페터 스토리>는 (토마스 크레취만이 연기한) 위르겐 힌츠페터의 눈으로 광주에 접근한다. 2003년 국내 언론인 최초로 힌츠페터를 직접 만나 <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를 제작한 바 있는 장영주 감독이 자료를 추가해 완성한 다큐멘터리다. 2016년 1월 25일에 타계한 힌츠페터가 자신이 촬영한 미공개 영상을 제공하고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한다. 단독 영화로도 빼어날 뿐만 아니라, 힌츠페터에 대한 묘사가 전형적이었던 <택시운전사>의 부실함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5.18 힌츠페터 스토리

감독 장영주

출연 위르겐 힌츠페터, 조성하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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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꽃>
(2018)
감독 김재범

박래전 열사의 생전 모습

광주 현장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자신의 한목숨을 바쳐 국가의 폭력에 항거한 이들도 있었다.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라고 외친 박래전 열사도 그렇다. 1963년 경기도 화성군에서 태어나 숭실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그는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들에게 “광주는 살아있다! 청년학도여, 역사가 부른다. 군사파쇼 타도하자!”라고 일갈하며 숭실대학교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했다. 채 서른이 되기도 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른 박래전 열사는 2001년에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5·18 기념사에서 직접 호명해 주목받았다. 박래전 열사의 숭실대학교 4년 후배인 김재범 감독은 다큐멘터리 <겨울꽃>을 제작해 열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렸다. 다큐멘터리 <겨울꽃>은 오는 5월 30일, 6월 4일 두번에 걸쳐 숭실대학교에서 상영되고, 6월 5일 박래전의 옷과 편지, 시를 전시하는 ‘동화 박래전추모관’ 개관식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