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식>

세상 도처에 널리고 널린 게 사랑인데, 왜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는 사랑을 묘사하려 노력하는 걸까. 718일 개봉한 <빅 식>은 그 답처럼 느껴진다. 수많은 사랑 얘기에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우리가 지나친 인생의 교훈을 되새김질해주는 사랑이 있음을 증명해주니까.


<빅 식>의 쿠마일.

파키스탄 이민자 2세인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 택시기사이자 스탠딩 코미디언이다.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만 어머니가 저녁때마다 우연히(?) 찾았다는 파키스탄 여성을 소개해주는 건 불편하다. 파키스탄 문화는 정략결혼이 당연한지라 쿠마일은 싫다는 말도 제대로 못한다.

<빅 식>의 에밀리.

어느 날, 공연 도중 과한 환호를 하는 에밀리(조 카잔)에게 쿠마일은 끌리듯 말을 건다. 금방 서로에게 빠져든 두 사람. “지금 누굴 만날 처지가 안 된다 에밀리에게 쿠마일이 나도 이틀 연속 같은 사람 안 만난다 받아치면서 두 사람은 은근슬쩍 연애를 이어가게 된다.

파키스탄 이민자 2세 남성과 백인 여성 커플
쿠마일은 가족에게 백인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도 못 꺼내고 파키스탄 여성들을 소개받는다. 하필 그 여성들의 사진을 에밀리가 발견한다. 쿠마일은 파키스탄 문화에서 정략결혼이 일반적이라며 설득하려 하지만 에밀리는 수긍하지 못한다. 쿠마일은 가족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두 사람은 이별한다하지만 에밀리가 원인 모를 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쿠마일은 에밀리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다. 에밀리의 부모 베스(홀리 헌터)와 테리(레이 로마노)를 만나면서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돌아본다.


<빅 식>2017년 북미 개봉 당시 입소문이 자자한 영화였다. 그 결과, 제작비 규모가 크지 않은 작품임에도 박스오피스 5위까지 달성했다. 평단과 관객 모두 에게 호평 받으며 18주 장기 상영까지 해냈다. 그리고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각본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이름 값을 높였다.
 
<빅 식>의 매력은 뭘까? 어려운 질문이다. 간단하게 답할 수 없다. 웃기지만 서글프고, 위태롭지만 안정적인 이 기묘한 균형감. <빅 식>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무엇 하나 딱 단정지을 수 없다. 정말 삶을 닮은 영화다. 어떤 부분이 이 영화를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빅 식>의 각본을 쓴 쿠마일 난지아니(왼쪽)과 에밀리 V.고든.

먼저 주연배우부터 만나보자. 극중 쿠마일을 연기한 사람은 쿠마일 난지아니, 본인이다. 그러니까 <빅 식>은 파키스탄인이자 스탠딩 코미디언인 쿠마일의 자전적 영화다. 극 중 에밀리는 그의 아내이자 공동각본가인 에밀리 V. 고든이다.

자신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
한발 물러서서 <빅 식>을 바라보면, 쿠마일의 연기는 진중하거나 능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구석이 있다. 배우이기 전에 그는 모든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매 장면 자신이 겪었던 상황에 몰두하고 연기가 아닌 재현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 ‘연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빅 식>

다음은 각본. 로맨틱 코미디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커플이 되는 과정이 기본 틀이다. <빅 식>은 그 과정을 영화 초반에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혼수상태에 빠진 에밀리와 혼자 된 쿠마일이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족을 포기할 수 없었던 쿠마일은 타인의 가족(에밀리의 부모)을 만나면서 자신의 진심을 깨닫고 변해간다. <빅 식>은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쟁취, 진정한 나를 위한 성장, 두 가지가 결합된 전개로 관객들에게 사랑과 삶이 무엇인지 전한다.
 
자신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와 로맨틱 코미디 공식에 벗어난 각본. <빅 식>만의 이 두 가지 차별점이 이 영화를 진솔한 작품으로 만든다. <빅 식>은 전 여자친구의 불치병, 가족과의 위태로운 관계라는 문제를 두고 조급해 하거나 어떤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는다. 이런 영화의 태도는 관객들을 몰아세우지 않는다. 극의 중심인 쿠마일의 태도도 비슷하다. 그저 그가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조용히 노력할 뿐이다.

<빅 식>

할 수 있는 것을 묵묵히 하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빅 식> 쿠마일을 닮았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눈물이 흐를 만큼 먹먹하다. 그가 에밀리의 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과정. 그것은 우리 삶에서 극적인 변화만이 대단한 게 아니라 걸 보여준다. 그저 내가 있고 싶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대단하다고 관객들에게 말한다.

에밀리의 부모 베스(홀리 헌터), 테리(레이 로마노).
쿠마일의 부모 아즈맛(아누팜 커), 샤민(제노비아 샤로프).

배우들의 힘
<빅 식>의 담담한 태도 못지 않게 이 영화가 전하는 벅찬 감동의 공로는 출연진에게 나눠줘야 마땅하다. 홀리 헌터와 레이 로마노는 성격이 전혀 상반된 에밀리의 부모, 베스와 테리 부부로 출연해 압도적인 호흡을 보여준다. 이들은 혼수상태의 딸을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을 잊지 않으면서 쿠마일의 보호자가 되기도 친구가 되기도 한다. 아누팜 커, 제노비아 샤로프, 아딜 악타르는 화목하지만 은근히 강압적인 분위기의 쿠마일의 가족을 위화감 없이 보여준다.
 
에밀리를 연기한 조 카잔은 결코 <빅 식>이라는 영화를 잊지 못할 것이다. 생각보다 적은 그의 분량에 당황하는 관객도 있겠으나 그는 <빅 식>을 작동시키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의 사랑스러움을 보노라면 에밀리를 그리워하는 쿠마일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빅 식> 스틸컷
빅 식

감독 마이클 쇼월터

출연 쿠마일 난지아니, 조 카잔, 홀리 헌터, 레이 로마노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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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