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레드메인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설렘에 잠 못 이루게 만드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범>)! 런던 촬영 현장과 주요 배우들의 인터뷰에 이어 이번엔 에디 레드메인이 직접 들려준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2017년 11월, <신동범>의 촬영이 진행 중이던 런던 리브스덴 스튜디오에서 에드 레드메인과 만났다. <신동범>의 제작진, 타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는 위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냥함이 인간이 된다면 이런 모습일까.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에디 레드메인은 각국의 기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넨 후 자리에 앉았다. 인터뷰 내내 에디 레드메인은 온 감정을 실어 대답하며 촬영장의 분위기를 전했고, 팔을 이리저리 휘적이며 촬영장에서의 모션을 재연했다. 때때로 뜸을 들일 땐 신중한 대답을 고르는 티가 역력했다. 그의 표정과 목소리의 높낮이만으로도 <신동범>의 촬영 현장을 눈앞에 생생히 그려볼 수 있었던 시간. 긴 대답을 늘어놓는 동안엔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질문을 건넨 기자와 아이컨택을 나눴다. 한없이 깊던 그 눈빛에 반해 인터뷰 자리에서 단번에 그의 팬이 되었음을 밝힌다. 흠. 사심이 듬뿍 담긴 회상은 여기까지. 다정한 온기로 넘쳐흐르던 그와의 대화를 전한다.

- 다시 돌아온 기분이 어떤가.

= 현재 촬영 막바지에 다다른 상태다. 이 단계에선 늘 짜릿함을 느낀다. <신비한 동물> 시리즈는 단거리 달리기보단 마라톤에 가까운 작품이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한 데 묶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세계관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매번 캐릭터의 색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사랑스럽다.

- 이번이 뉴트를 연기한 두 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 <신비한 동물사전>를 준비하던 과정과 어떤 점이 달랐나.

= 지난 영화에선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촬영 중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다. 덕분에 이번 작품에선 뉴트의 조각조각이 내 안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웃음) 이번 촬영장에선 데이빗 예이츠 감독, 각본을 맡은 J.K. 롤링과 이야기하며 지난 영화에서 몰랐던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더욱 방대해지고, 그중 몇 부분은 <해리 포터>의 세계관과 연결된다. 역시 가장 멋있는 건 J.K. 롤링이다. 스쳐 지나가는 작은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도 두 페이지가량의 뒷이야기를 써 전달해줄 정도였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등장할 뉴 크리처 조우우.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등장할 크리처 아기 니플러.

-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등장할 뉴 크리처에 대한 질문을 안 할 수 없다. 새로운 동물이 많이 등장하나?

=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이번 영화에선 다양한 동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뉴트의 지하실 컨셉 아트에서 동물들을 미리 만나봤는지 모르겠다. 이번 영화에선 지난 영화에 나왔던 동물, 오랜 전설 속의 동물, 새로운 동물이 함께 등장한다.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친구는 중국에서 온 동물 조우우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다.

- 가장 좋아하는 신비한 동물은?

= 니플러가 최고다. 물론 피켓도 빼놓을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사랑스러운 건 아기 니플러들이다. 15개월 정도 된 니플러들인데, 뉴트에게 놀라움과 혼돈의 순간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들이 뉴트를 매우 힘들게 하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중 가장 즐거운 장면 중 하나였다.

아래의 질문의 대답에선 아마도 이 장면을 묘사한 듯하다.

- 신비한 동물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 먼저 지난 영화의 촬영에서 어떤 부분이 효과적이었고 효과적이지 않았는지를 생각했다. 크리처를 다룬 이전의 영화들을 살펴보며 어색했던 부분이나 자연스러운 부분을 참고하고, 실제로 촬영에 적용해보기도 했다. 이번 영화에선 뉴트가 신비한 동물을 타거나, 신비한 동물들이 뉴트를 괴롭히거나 함께 노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장면의 촬영은 이렇게 진행됐다. (두 팔을 들어 촬연현장을 재연한다)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초록색 슈트를 입은 두 스탭이 거대한 형체를 잡고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 형체의 앞쪽엔 인형 머리가 놓여있었고, 나는 그 위에 올라타 촬영을 진행했다. 동물에게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할 땐 그저 떨어지면 됐다. 뒤에 서 있던 투 미터 피터(Two-Meter Peter)란 별명을 지닌 스턴트맨이 나를 끌어내리면 그걸로 끝.(웃음) 수많은 리허설을 통해 탄생한 장면들이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등장하는 크리처 피켓.

-CG로 만들어지는 신비한 동물과 촬영할 땐 어떤 방법이 가장 편하던가. 인형? 테니스 공?

= 어떤 종의 동물인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피켓과 촬영할 땐 아무도 없는 게 편하다. 혼자 연습할 수 있고, 피켓과 이야기하고 노는 걸 상상해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촬영에 들어서면 더 자유롭다. 누군가 인형 역할을 한다면 약간 산만하다. 마음속 이야기를 다 털어놓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웃음). 덩치가 큰 생명체는 모션 캡쳐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게 편했다.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구애의 춤을 추는 뉴트

- 지난 영화에선 신비한 동물과 구애의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 이번 영화엔 신비한 동물들과의 추격전이 많이 등장한다. 동물들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뉴트는 냄새나 소리 등 감각적인 것에 의존한다. 이 신엔 매우 인상적인 안무가 등장한다. 뉴트가 제이콥(댄 포글러)과 함께 뭔가를 드러내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정말… 이 장면에 사용된 안무가 꽤 어려웠다.

(왼쪽부터) 뉴트를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과 테세우스를 연기한 칼럼 터너.

- 이번 영화엔 뉴트의 형 테세우스 스캐맨더가 등장한다. 그와의 관계는 어떤가.

= (숨을 크게 들이쉬며) 흠. 우리의 관계는 매우 흥미롭다. 처음엔 테세우스(칼럼 터너)가 뉴트와 정 반대에 놓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위대한 전쟁 영웅에, 마법부의 훌륭한 인재인 그는 사회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이다. 그에 비해 뉴트는 집안의 말썽꾸러기다.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놓여있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두 사람은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 인물들이 아니다. 레타 레스트랭(조 크라비츠)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면…(기자들의 뒤에 선 워너브러더스 관계자가 저지하자) 미안하다. 우린 복잡한 관계다.

* 레타 레스트랭은 뉴트의 첫사랑이자 테세우스의 약혼녀로 등장한다.

- 테세우스를 연기한 칼럼 터너와의 호흡은 어땠나.

= 아내와 함께 칼럼 터너가 출연한 드라마 <전쟁과 평화> 속 그를 보며 “우와, 저 배우는 좀 크고 어두운 버전의 나 같아”라고 생각한 적 있다.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스크린 테스트에 칼럼 터너를 데려왔을 때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연기하는 건 멋진 일이다.

덤블도어를 연기한 주드 로

그린델왈드를 연기한 조니 뎁

- 덤블도어 역의 주드 로, 그린델왈드 역의 조니 뎁과의 촬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 놀라움의 연속. (이미 촬영이 많이 진행된 상태지만) 오늘은 조니 뎁과의 첫 촬영이 있던 날이었다. 지난 영화에서 우리는 마지막 부분의 짧은 장면을 함께 촬영한 바 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매우 흥미로웠다. 주드 로와는 친구로서도 오래 알고 지내온 사이다. 촬영장에서 호흡 역시 훌륭했다. 주드 로는 실제로 덤블도어의 성향을 지녔다. 반짝이지만 다소 변덕스러운, 속을 알 수 없는 덤블도어의 눈동자를 지닌 배우다.

- 당신의 필모그래피는 놀라운 영화들로 채워져있다. <신비한 동물> 시리즈가 당신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나.

= 상상력의 규모가 대단하다. 처음 받아본 각본에서 멈추지 않고, J.K. 롤링은 촬영을 진행하며 대본에 세세한 설정을 추가하고 이야기를 다듬어나갔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밀한 부분까지 창조해내는 그녀의 상상력에 놀랄 수밖에 없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이 영화는 모든 단계에서 엄청난 상상력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한다. J.K. 롤링의 각본을 세트로 재현해낸 미술 감독 스튜어트 크레이그의 디자인, 그를 바탕으로 신비한 동물들의 생김새를 창조해내는 시각 효과 부서 스탭들. 이곳에선 매일 새로운 일이 우리를 기다린다. 전력을 다하는 이들의 거대한 상상력에 놀랄 수밖에 없는 현장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