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의 오프닝 크레딧은 시리즈 전체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매 에피소드마다 같은 내용이 반복되지만, 그 때마다 끝내 다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오프닝도 많다. 살인 장면과 아침 식사 장면을 절묘하게 연결한 <덱스터>의 오프닝이나, 모던하고 세련된 감성이 가득한 <매드맨> 오프닝은 미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기묘한 이야기

그저 레트로한 감성의 타이틀을 천천히 보여줄 뿐이지만, <기묘한 이야기>의 오프닝 크레딧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개구장이 소년 그룹, 기밀 연구시설, 초능력 소녀,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괴물 등 80년대 스필버그와 스티븐 킹의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한 작품답게 시그널 음악에도 동시대의 느낌이 살아있다. <전격 Z 작전>이나 <에어울프> 같은 80년대 미드가 생각나는 이 시그널 음악에는 빈티지 신서사이저(Prophet-5, Roland SH-2)가 사용되었다. 그 독특한 질감을 듣는것만으로 많은 추억을 소환할 수 있겠다.


나르코스

<나르코스> 시즌 1의 주인공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 보스 ‘파블로 에스코바르’다. 그는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자신의 행보에 걸림돌인 인물을 없애기 위해 여객기를 폭파해버린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체포되었을 때, 파블로는 직접 디자인한 감옥에서 부하들과 함께 초호화 생활을 즐겼다. 놀랍게도 이 말도 안되는 인물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모두 실화다. 이를 증명하듯 <나르코스>의 오프닝은 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 실제 DEA(미 마약단속국)의 수사과정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된다. 나른한 비장미를 더하는 음악은 로그리고 아마란테의 ‘Tuyo’이다.


굿 파이트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주연으로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던 <굿 와이프>의 스핀오프 드라마다. 상류사회의 품격있는 문화를 상징하는 와인병, 명품백 등이 산산히 부서지는 장면을 클래식 음악과 함께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우아한 오브제들이 수 많은 파편으로 바뀌는 장면에 아득한 쾌감이 있다.


디 어페어

이렇다할 성공작이 없는 소설가가 가족과 함께 찾은 휴양지에서 한 식당의 종업원과 바람이 난다. 줄거리만 놓고보면 닳고 닳은 통속극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게다가 이후의 전개는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품상을 포함해 3개의 골든 글로브를 탔고 에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뜯어보면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진중한 문학적 수사가 가득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고급막장극의 범상치 않음은 싱어송 라이터 ‘피요나 애플’이 부른 주제곡 ‘Container’에서 이미 보증된다.


심슨 가족

30번째 시즌이 방영중인 이 위대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오프닝 크레딧 자체가 하나의 장르다. 매회 다른 컨셉의 오프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심슨 가족이 왁자지껄한 하루를 보내고 소파에 모이면서 끝나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카우치 개그(Couch Gag)라고 불리고 있다. 바트가 칠판에 반성문을 쓰고 리사가 색소폰을 불고 매기가 바코드를 찍는 등 몇 개의 고정된 상황이 있지만, 이 역시 그때마다 약간의 변주가 있다. 대중문화의 다양한 작품들이 자주 패러디되는데. 드라마 <매드맨>, <왕좌의 게임>의 오프닝 컨셉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할로윈 같이 특별한 날을 위해 별도 제작되는 식이다. 최근 시즌의 12번째 에피소드 오프닝에선 마블의 타노스가 등장해서 매기의 공갈 젖꼭지를 인피니티 건틀렛에 끼우고 등장 인물을 사라지게 했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