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함께한 11년의 마무리는 뜨겁고 달콤했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가 22편이나 제작되고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스토리는 물론, 함께하는 이야기까지 팬들의 성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관객들에게나 영화계에 있어서나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총 러닝타임이 48시간에 달해 복습도 쉽지 않은 MCU의 지난 21편, 기억에 남는 명대사 11개만 뽑아 봤다.


“I'm iron man”

<아이언맨>

MCU의 개국공신이자,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가장 인상적인 대사다. <아이언맨>의 마지막 장면, 기자들 앞에 선 토니 스타크는 자신이 아이언맨임을 만천하에 공개해 버린다.

이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 대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순수 애드립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애초에 <아이언맨>의 초기 대본 상태가 매우 열악했고,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예정에 없었던 대사 한 마디로 캐릭터는 물론 세계관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이 대사 한 마디로 인해 MCU가 기존 코믹스의 주제의식을 따르면서도 새로운 각색이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게끔 하는 이후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I can do this all day”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슈퍼솔저 혈청 실험의 대상자로 선발돼 우리가 아는 어벤져스의 리더 캡틴이 되었다. 하지만 혈청을 맞기 전 그는 천식은 물론이고 온갖 잔병을 달고 있는 약골이었기에 수 번의 입대 신청을 모두 거부당했다.

하지만 일반 병사 입대조차 거부당하던 그 스티브에서 지금의 캡틴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캡틴은 단 한 순간도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대사였으며 이후 영화에서도 여러 번 등장한다.

캡틴이 왜 슈퍼솔져가 되어야 했는지는 물론, 사랑하는 이들과의 헤어짐과 수많은 전쟁과 싸움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캡틴의 강한 정신력과 의지를 함축하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Bring me Thanos!”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오딘의 잘못된 자식농사의 여파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아스가르드의 왕 토르. 묠니르를 호방하게 휘두르며 싸움꾼으로 살던 <토르: 천둥의 신>에서부터, 천둥의 신으로서 화려한 활약을 보여준 바 있다. 코믹스의 파워에 비해 실사화 버전이 너프('약화되다'라는 게임용어)된 탓인지 눈에 띌 만한 장면이 없었던 게 사실이지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그 힘을 확실히 못박았다.

새로운 무기인 스톰브레이커를 들고 나타나 아웃라이더를 한방에 쓸어버린 후, 온몸에서 천둥번개를 내뿜으며 외친 이 대사는 토르가 어벤져스 전체에서도 탑급의 실력자라는 점을 새롭게 각인시킨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타노스의 핑거 스냅을 막지는 못했지만, 타노스에게 유효한 상처를 입힌 유일한 어벤져라는 점도 이런 부분을 뒷받침할 수 있을듯.


“Kneel!”

<어벤져스>

토르의 동생이지만 아군인 듯 빌런인 듯 미묘한 길을 계속해서 걸어온 로키. <토르: 천둥의 신>에서 패배하고 실종되었는가 싶더니 치타우리 셉터를 들고 지구를 침략해왔다. 오자마자 쉴드의 충실한 요원이었던 호크아이를 현혹시켰고, 뉴욕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빌런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어벤져스>에서 독일의 한 파티장에 잘 차려입은 모습으로 나타나, 광장으로 사람들을 내쫓자마자 외친 말이 바로 이 대사였다. 아스가르드의 왕이 되려는 야욕이 좌절당하자 지구를 지배해 보려 했던 것인데…. 물론 토르를 비롯한 어벤져스에게 제압당하고 끌려가 감옥에 수감되는 신세가 된다.

관객조차 감쪽같이 속이는 속임수부터 장난스런 모습 뒤에 숨겨진 진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은 로키를 인기 캐릭터 반열에 올리기에 충분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형인 토르와의 애증관계 등이 로키라는 캐릭터의 근간에 있었는데, 이 모든 걸 해결한 것이 바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최후를 맞이하기 직전의 대사였다는 점은 안타깝다.


“I'm always angry”

<어벤져스>

MCU의 헐크는 <인크레더블 헐크>의 에드워드 노튼과,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인 마크 러팔로 두 명이지만 아무래도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것은 <어벤져스>부터라고 할 수 있다. 첫 등장은 블랙 위도우가 어벤져스에 헐크를 합류시키기 위해 찾아간 인도에서였는데, 침착하고 젠틀한 학자이면서도 다혈질 기질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초반의 브루스 배너가 ‘헐크로 변하고 나면 자신을 제어할 수 없게 되는 것’에 대해 굉장한 두려움이 있고, 주변에서도 이런 부분을 걱정하고 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후반부의 브루스 배너는 점점 헐크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인정해 간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벤져스>의 뉴욕 사태에서 치타우리 비행선을 막아서며 캡틴에게 던진 이 대사 직후 배너 박사는 헐크로 변해 적에게 핵주먹을 날린다. 헐크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변신과 함께 찢어지는 옷 역시 잊지 않았다. <토르: 라그나로크> 이후로는 좀 개그캐 면모가 커지긴 했지만, 이 장면만큼은 역대급일듯.


“We are groot”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던 MCU가 처음으로 우주 진출에 성공한 바로 그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명장면이다. 웰메이드 블록버스터 노선을 타고 있던 MCU의 영화들을 제치고 B급 코미디 무비로 당당히 매력 어필에 성공했다. ‘스타로드’ 피터 퀼이 원래 지구인이었고, 어머니에게 선물받은 녹음테이프를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유명 올드팝 넘버들이 여러 곡 삽입되기도 했다.

전과 없는 놈이 한 명도 없는 화려한 팀이 우주의 수호자가 되기까지의 좌충우돌 모험담이 영화의 주요한 내용인데, 파워 스톤이 들어 있는 오브를 두고 서로 싸우다가 공통된 목표가 생기고 팀이 되어가는 과정의 클라이막스가 바로 이 대사가 나오는 지점이다. 로난의 공격을 받고 몰살 위기에 처한 동료들을 그루트가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지켜낸 것.

‘I am groot’만 다양한 버전으로 묵직하게 치던 그루트가 관객의 기대(?)를 깨고 날린 이 대사는 1대 그루트의 장엄한 최후이자, 이들이 진정한 팀으로 거듭나는 계기이기도 하다.


“Who the hell is bucky”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캡틴 아메리카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제임스 뷰캐넌 '버키' 반즈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윈터 솔져라는 이름으로 적이 되어 등장한다.

하이드라의 생체실험에 사용되어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암살자로 조종되어 왔던 버키. 캡틴은 그를 알아보고 놀라 버키라고 불렀지만, 뇌조작을 당한 버키는 캡틴을 알아보지 못했다.

버키가 기억을 잃은 상태라는 것, 그리고 하이드라에 오랜 시간 조종당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캡틴의 하나 남은 친구라는 점은 결국 시빌 워의 촉매제가 되기까지 했다. 캡틴이 버키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그 모습 그대로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인 이 장면은 MCU 전체에서 봐도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고 할 수 있을 듯.


“Sun's getting real low”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20년을 목표로 제작 중이라는 <블랙 위도우> 솔로무비. 좀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제껏 10년 넘는 시간 동안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캡틴 아메리카, 헐크에 이르기까지 여럿 뒷바라지 하느라 너무나 수고했던 나타샤 로마노프. 블랙 위도우 하면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바로 이 부분일 것 같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전투가 종료되고도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헐크를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내민 나타샤가 한 말이 바로 이 대사였다. 헐크를 잠재우고 브루스 배너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여자였던 블랙 위도우, 이 두 사람의 로맨스는 이어질 듯 하면서도 영 성사되지 않는 듯.


“If you're nothing without the suit, you shouldn't have it”

<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15살로 역대 스파이더맨 캐릭터 중에 가장 어린데다가, 어떻게든 활약하고 싶어하지만 서툴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어리고 서툴기 때문에 차차 더욱 성장해 나갈 피터 파커의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했는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첫 등장했을 때부터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던 피터는 이번에도 토니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엄청나게 노력했지만 결국 사람들을 구해내지 못할 위기에 처했을 때쯤, 아이언맨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해 준 다음 수트를 도로 가져가며 바로 이 대사를 한다.

결국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피터 파커는 토니 스타크의 최첨단 수트를 입지 않고도 영웅으로서의 힘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고 자신을 죽이려 했던 벌처의 생명도 구해주는 등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런 성장의 기폭제이자 매개가 된 대사가 바로 토니가 피터에게 했던 이 말.


“Wakanda Forever”

<블랙 팬서>

<블랙 팬서>에는 재기발랄한 대사도 많고 인상적인 장면도 꽤 있었지만, 이 대사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대사는 없었던 것 같다. <블랙 팬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임팩트 있는 액션신을 선보였던 와칸다의 국왕 티찰라가 정식 왕위 계승을 위해 와칸다로 돌아가면서 생기는 사건들을 다루었는데, MCU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인 ‘아버지의 과업을 해결하는 아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와칸다를 위협하는 자들로부터 왕국을 지켜내고, 왕위를 계승한 후 좀 더 큰 대의를 위해 밖으로 나서기까지의 ‘블랙 팬서’ 트찰라의 일대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친 것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역시 이 대사일듯. 와칸다에서 펼쳐진 인피니티 워의 격전에서도 이 ‘와칸다 포에버!’는 강렬했다.


“It's Endgame now”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여러 가지로 관객들의, 특히 한국 관객들의 기억에 깊이 박혀버린 바로 그 대사다. 그래서 그렇게나 바랐었는데…. 부제가 엔드게임만은 아니기를. 뭐 어쨌든, 절망에 빠진 히어로들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그가 미리 확인했던 단 한가지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대사였다.

이전의 어떤 영화들보다 후속편을 기다리게 했던(애초에 2부작이었다고도 하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결말 즈음에 나온 대사였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또 소서러 슈프림으로서 미리 미래를 보았던 닥터 스트레인지의 말이기에 신뢰도는 더욱 높았다.

인피니티 워뿐만이 아니라, MCU의 지난 11년인 ‘인피니티 사가’ 전체의 엔드게임이기도 한 이 화려한 피날레를 일년 내내 기다리게 했던 바로 그 영화의 제목이기에 마지막 대사로 추가했다.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