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 팬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마블 스튜디오의 복잡한 판권 문제, 지난주 스파이더맨의 판권 협상이 결국 결렬되어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이하 MCU)에서 스파이더맨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소식 이후 다시금 판권 이슈가 재점화되었다.
스파이더맨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합류하면서 주요한 판권은 정리된 것처럼 보였지만, 소니픽쳐스와의 협상이 결국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지 못함에 따라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는 마블의 판권 문제를 정리해 본다.
1) 시작은 마블이 했다
마블이 재정난 탓에 일찍이 자사 캐릭터 판권을 여기저기에 팔아 치웠다는 건 이제 유명한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엑스맨 판권을 20세기 폭스에, 스파이더맨 및 관련 캐릭터는 소니에, 그리고 헐크 관련 캐릭터는 유니버설 픽처스에 팔았다. 이들 중 완전히 해결이 완료된 건 폭스가 보유하고 있었던 엑스맨 판권이 유일하다.
엑스맨은 지난해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해 버리면서 자연스럽게 마블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지만, 이외의 두 회사와는 여전히 협상이 필요한 상태다.
소니가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 판권은 스파이더맨 본인을 포함해 스파이더맨과 관련된 거의 모든 캐릭터인데, 여기에는 스파이더맨을 노리는 빌런 팀인 ‘시니스터 식스’와 베놈, 카니지, 실버 세이블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유니버설은 헐크와 네이머, 베티 로스와 로스 장군, 쉬헐크, 어보미네이션 등 헐크 관련 캐릭터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헐크의 솔로 무비가 나오지 못하고 3페이즈까지 완료되어 버린 데는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
이 캐릭터들을 마블 스튜디오가 영화에서 언급하거나 출연시키기 위해서는 별도의 협의가 필요하다. 판권이 온전히 마블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MCU에 등장했던 캐릭터들로 퀵실버, 스칼렛 위치, 헐크, 스파이더맨 등은 각각의 스튜디오와 별도의 계약을 거친 결과다.
덕분에 MCU와 엑스맨 유니버스에 두 명의 퀵실버가 존재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는 했지만(심지어 본가보다 엑스맨 쪽이 훨씬 인기를 얻기도 했다)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2) 스파이더맨, 소니의 욕심인가 마블의 무리수인가
스파이더맨 이슈로 논란이 된 소니는 정말 복잡한 상태다. 소니의 경우 마블이 직접 판권 계약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마블은 판권 계약을 체결할 당시 모든 스튜디오와의 계약서에 이런 조항을 첨가했다. ‘일정 기간 이상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을 경우 판권이 마블에게로 자동 회수된다’. 하지만 소니의 계약에는 이 조항을 포함시킬 수 없었다.
마블은 당시 캐롤코와 캐논이라는 회사에 스파이더맨 판권을 나누어 판매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도산하게 되었고, 이 중 캐롤코라는 회사를 MGM이 인수하게 된다. 캐롤코에서 보유하고 있었던 스파이더맨 관련 판권은 자연스럽게 MGM으로 들어오는 게 정상이었지만, 마블은 여기서 한 가지 실수를 한다.
캐논과 캐롤코가 도산했고, 일정 기간 이상 콘텐츠가 제작되지 않자 마블은 스파이더맨 판권이 자사로 온전히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판단하에 소니 측에 스파이더맨 판권을 ‘한 번 더’ 판매하게 된다. 실질적으로는 이중계약이었지만, 마블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같은 판권을 동시에 소유한 듯 소유하지 않게 된 MGM과 소니는 스파이더맨을 놓고 싸워야 하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소니가 꽤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바로 당시 초인기 IP(Intellectual Property )였던 <007> 시리즈 판권을 전부 넘길 테니, 스파이더맨 판권을 달라는 내용이었는다. MGM 입장에서는 아직 성공 여부조차 확실히 알 수 없는 스파이더맨 IP보다는 <007> IP에 더 눈길이 갔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트레이드 계약이 성사된다.
이렇게 스파이더맨 판권은 소니로 넘어간다. 하지만 이 계약의 주체는 마블이 아니었고, 덕분에 마블이 항상 판권 계약에 포함시키던 ‘일정 기간 안에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으면 판권이 자동 회수된다’는 조항은 포함시킬 수 없었다. 결국 스파이더맨 판권은 소니에게 귀속되어 버린다.
이후 소니는 스파이더맨 판권을 토대로 영화를 제작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샘 레이미 감독의 명작, <스파이더맨> 시리즈다. 토비 맥과이어의 찌질한 듯 순수한 듯한 피터 파커를 훌륭히 소화해 낸 연기력과 더불어 스파이더맨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스토리를 멋지게 연출해 냄으로써 감독과 배우 본인은 물론이고 소니에게도 큰 성공을 거두게 해 주었다.
스파이더맨 IP의 가능성을 지갑 두께로 체험한(…) 소니는 이제 판권 보유 캐릭터를 이용해 스핀오프 시리즈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이 중에는 <시니스터 식스> 등의 매력적인 라인업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시리즈가 리부트와 속편을 거듭하면서 생각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자 관련 제작은 잠시 중단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MCU가 성공을 거두었고, 스파이더맨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마블 스튜디오는 ‘영화는 마블에서 만들고 배급은 소니가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추가 계약을 하게 된다. 제작비는 소니에서 전부 대는 대신 스파이더맨이 MCU의 일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으며 다른 영화(<어벤져스> 시리즈 등)에도 출연하게 하고, 대신 첫날 수익의 5%와 캐릭터 산업 수익 외에는 전부 소니가 가져가는 것이 이 계약의 세부 내용이었다.
결국 마블이 손해 보는 장사임에는 틀림없는 계약인데, 마블로서는 마블의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이자 상징이다시피한 스파이더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기에 판권 회수가 아닌 일시적 협의에도 동의했던 것이다.
한 외신 보도에 의하면 2015년에 진행된 이 협약에는 MCU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박스오피스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 모든 협약이 종료되고 소니에게로 판권이 회수되어 전과 같은 상태가 된다는 비밀 조항이 있다고 한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무사히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이 조항에서 거리가 멀어지기는 했지만… 만약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면 시빌 워와 솔로 무비 한 편으로 MCU 라인업이 정리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
어쨌든 이 협상 결렬 소식이 최초로 보도된 이후 일주일 이상 지났지만 결국 소니와 마블 스튜디오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케빈 파이기에 의하면 “더 이상 마블에서 제작하는 스파이더맨 영화는 없을 것”이라고 하고, 톰 홀랜드의 거취 역시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스파이더맨 솔로 무비 전작의 감독인 존 와츠와 향후 2편을 더 계획하고 있었고, 후속편에 대한 궁금증은 쿠키 영상의 충격적인 장면으로 인해 더욱 부추겨진 상태였지만 이제 MCU 내에서의 스파이더맨은 다시 만나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가능성 높은 부분은 2편 제작을 확정한 <베놈>이나 여타 소니가 새로 구축하게 될 ‘스파이더 유니버스’와의 연계점인데, 이제까지 영화에 등장할 수 없었던 다양한 스파이더맨 관련 캐릭터들과의 접점을 볼 수 있을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이 MCU를 떠난다는 소식(Spiderman: homeless)에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 닷컴’에는 스파이더맨을 MCU에 잔류시키라는 청원 서명에 무려 12만 명 이상의 팬이 참여한 상황. 자기 문제로도 모자라 이른바 ‘어른의 사정’에 시달리고 있는 스파이더맨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3) 솔로 시리즈가 없는 유일한 원년 멤버, 헐크
헐크는 마블의 수많은 히어로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었던 캐릭터다. 실제로 MCU의 아이언맨이 성공적인 글로벌 흥행 성적을 거두며 널리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마블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였고, 슈퍼히어로 팬층 이외의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았다.
하지만 유니버설에서 자체 제작한 영화 <헐크>(2003)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후 <인크레더블 헐크>(2008) 역시 <아이언맨>이나 다른 MCU 영화에 비하면 그리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어벤져스> 1편에서 로키를 사정없이 던지고 때려눕히던 그 헐크의 이미지나 토르의 동료 겸 라이벌로 등장한 <토르: 라그나로크>가 관객에게는 더 깊게 남았을 것이다.
헐크의 경우 초반부터 꾸준히 MCU에 등장해 왔던 캐릭터라서 판권 이슈가 있는 캐릭터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헐크 역시 마블 스튜디오가 아닌 유니버설에서 판권을 보유한 상태.
소니의 계약은 북한의 소니 해킹(김정은을 희화한 영화 <디 인터뷰>로 인해 촉발된 사태)으로 인해 세부적인 내용이 알려졌지만, 유니버설과 마블이 어떤 식의 계약을 통해 헐크를 MCU에 등장시켰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스파이더맨의 경우와 같은 골자로, 배급은 유니버설에서 담당한다(즉 유니버설이 영화 수익을 가져가는 형태)는 내용일 것으로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MCU의 헐크, 브루스 배너 역을 맡은 배우 마크 러팔로에게도 인터뷰 중 질문이 많이 갔던 부분이기도 한데 배우 본인은 헐크 솔로 무비를 굉장히 원하고 있긴 하지만 판권 문제로 인해 제작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헐크 관련 캐릭터들은 이제 MCU에서 볼 수 없지 않을까 (헐크 본인은 조연으로 나오더라도) 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디즈니 엑스포(D23)에서 4페이즈 라인업 중 <쉬헐크>가 포함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기나긴 판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볼 수 있겠다.
쉬헐크와 헐크는 사촌지간이고, 쉬헐크의 기원이 사촌오빠인 브루스 배너의 감마선에 쬐인 피를 수혈받으면서 비슷한 능력을 얻게 된 것이기 때문에 <쉬헐크>에 헐크가 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알려진 공식 정보가 전무한 상황이므로 장담할 수는 없다.
4) 아쿠아맨에게 아틀란티스를 선점당한 그 사내, 네이머
유니버설에서 판권을 보유한 캐릭터 중 더 오리무중 상태인 캐릭터가 바로 네이머다. 서브마리너라고도 많이 불리는(최초 등장 당시 이슈 제목과 히어로 네임이 서브마리너였기 때문) 네이머는 아틀란티스 왕국의 정통 후계자이자 바다의 힘을 사용하는 캐릭터로 1939년 첫 등장했다.
아틀란티스의 왕이라는 것과 더불어 바다의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DC 코믹스의 아쿠아맨과 비견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부분이 닮아 있지만 네이머는 아쿠아맨이 선한 히어로인데 반해 안티 히어로로서의 성향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아쿠아맨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는 캐릭터다.
마블에서는 최초의 뮤턴트이자 최초의 안티 히어로 캐릭터로서 나름의 확고한 위치에 있는 유서 깊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아쿠아맨의 실사화 이야기가 나오던 <저스티스 리그> 개봉 전부터 네이머의 실사화는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말이 많았지만, 결국 아쿠아맨 솔로 무비가 성공을 거둔 지금까지도 네이머의 실사화 이야기는 아직 먼 것처럼 보인다.
이 네이머 역시 유니버설에서 판권을 보유한 캐릭터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등장한다는 루머도 있었고 4페이즈에 드디어 등장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던 데다, 케빈 파이기가 언급한 정도 있는 캐릭터지만 관련된 이야기 자체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유니버설과 마블이 네이머와 관련해서는 아직 이야기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아쿠아맨>이 훌륭한 글로벌 흥행 성적을 거둔 이후 아틀란티스 히어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터라, 이 시점에 네이머의 실사화는 아직 시기 상조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에서 헐크와의 친분이나 블랙 팬서와의 악연 등 기존 MCU 캐릭터와의 접점도 꽤 많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다음 페이즈에서라도, 혹은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라인업으로 등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유니버설과의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대충 마무리되었겠거니 생각했던 판권 이슈가 터져 나와 슈퍼히어로 팬덤은 물론이고 영화계 전체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그것도 마블의 대표 캐릭터이자, 오랫동안 판권 문제로 등장하지 못하다가 겨우 해결된 듯했던 스파이더맨이 이슈의 주인공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MCU 초반에 비하면 정말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 현재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캐릭터들이 다수인 데다 그것도 그 캐릭터들이 주역급을 맡을 만하다는 게 가장 비극적인 부분이다.
이대로라면 ‘소니 마블 유니버스’의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이고, 최근 소니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나 <베놈>의 흥행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인터넷 청원으로 12만 명 이상의 청원자를 모은 스파이더맨 잔류 성명의 내용처럼 두 회사의 분쟁은 팬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결국 관객들이나 슈퍼히어로 팬덤이나 마찬가지로, 새로운 영화에 바라는 것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화이겠지만, 이미 구축이 완료되어 있는 MCU의 세계관을 떠나 과연 얼마만큼이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글쎄…. 아직 그리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희재 / PNN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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