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라인>은 1월 2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100명의 테러리스트에 맞선 8명의 군인들

1995년, 남동부 유럽 발칸반도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러시아 정보기관 장교 베크(유리 쿠첸코)와 샤탈로프(안톤 팜부쉬니), 그 팀원들은 내전 중 적군을 생포하란 미션을 받는다. 나토(NATO)의 명령보다 적군에 목숨을 잃은 동료와의 의리를 택한 팀원들은 ‘명령 불복종’의 이유로 불명예 전역 처리되고, 유고슬라비아 전역에 흩어져 살아간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8년. 발칸반도의 코소보에서 새로운 전쟁이 발발하고, 베크는 러시아군으로부터 새로운 일급 기밀 임무를 부여받는다. 코소보를 접수한 알바니아 과격분자들에 맞서, 러시아 평화 유지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적군 기지인 슬라티나 공항을 확보할 것. 비밀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영웅 대접을 받으며 러시아로 복귀할 수 있다”는 말에 베크는 다시 팀원들을 소집한다. 100명의 테러리스트에 맞서야 하는 8명의 최정예 군인들. 이들은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전쟁 영화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액션이 총동원된 블록버스터

<발칸라인>은 VOD 가성비 갑, 150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2시간 30분 러닝타임 중 버릴 부분 하나 없다는 게 이 영화의 장점. <발칸라인>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발칸반도 국가들, 세르비아, 코소보, 알바니아의 첨예한 갈등을 다룬다. 그로부터 지구 반대편에 사는 누군가에겐 낯설고 멀게 느껴질 이야기. 그러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먹을 법한 <발칸라인>의 스펙터클 전쟁 액션 신은 관객에게 늘어질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적군 기지 슬라티나 공항을 접수하는 과정이 담긴 중후반부부턴 전쟁 장르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액션 신이 쏟아지니 주목할 것. ‘전쟁 액션 필수 신 종합 세트’, 장르 영화 팬들을 만족시킬만한 대규모 액션 신이 총동원된 영화다. 군 기지에서 장갑차로 <포드 V 페라리> 급의 레이싱 경주를 벌이는 등,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기상천외한 액션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체크해두자.


모든 인물을 아우르는 리듬감 있는 연출

포격 소리로 귓가를 빵빵 때리거나, 치솟는 화염으로 눈을 사로잡는 1차원적인 재미로 만족하지 않는다는점 역시 <발칸라인>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발칸라인>은 전쟁터에 놓인 어떤 인물의 사연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전쟁이란 소용돌이에 갇혀 폭력 앞에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는 민간인부터, 하루에도 수십 번 생사의 갈림길에 서며 트라우마에 빠지는 의사, 신념에 따라 때론 아군, 때론 적군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경찰, 군인들의 상황까지. <발칸라인>은 각 인물들이 지닌 사연을 나열하고 설명하기보다, 리듬감 있는 편집을 통해 각 인물이 놓인 상황을 한 시퀀스 안에 몰아넣는 방식을 택한다. 관객이 알아야 할 정보만 딱딱 골라 전달하는, 센스 있는 각본과 연출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역사 반 픽션 반! 알고 보면 좋을 ‘발칸 상식’

세르비아와 코소보, 알바니아의 첨예한 갈등 관계를 알고 나면 이를 바탕으로 한 픽션, <발칸라인>을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영화 관람 전 도움이 될만한 역사적 사실을 덧붙인다. <발칸라인>의 주요 소재는 1999년 발칸반도를 피로 적셨던 코소보 전쟁이다. 알바니아계의 코소보 해방군, 그리고 세르비아를 중심으로 한 신유고 연방 정부가 날을 세웠던 전쟁. 격화된 그들의 갈등을 잠재우고자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의 평화 유지군이 투입되며, 전 세계에 국제적인 긴장을 더하기도 했다.

세르비아, 그리고 세르비아의 자치주로 인정받았던 코소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코소보 전쟁으로부터 10년을 거슬러 올라간 1989년부터다. 이 시기 세르비아 공화국은 코소보 자치권 제한 헌법을 가결시켰다. 중세 시대부터 몇 번의 전쟁을 거쳐 세르비아와 타국의 경계를 오고 갔던 코소보엔 세르비아계 민족보다 알바니아계 민족들이 더 많았던 상황.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대규모의 반 세르비아 폭동을 일으켰고, 세르비아 정부는 무력으로 폭동을 진압했다. 1995년엔 코소보 해방군이 조직됐고, 세르비아인들이 해방군 무력 소탕 작전을 펼치며 이 지역의 유혈 사태가 격화됐다. 이에 기름을 부은 건 세르비아 전 대통령이자 끔찍한 독재자로 유명한 밀로셰비치. 그가 ‘인종청소’의 목적으로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학살하며 발칸반도는 거대한 혼란에 빠졌다.

결국 전쟁으로 번지며 국제문제로 확대된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갈등은 1999년 6월 유엔의 통제 하에 종료되었다. 이후 국제법적으로 UN 통치를 받게 된 코소보는 2008년 2월 독립을 선언했다. 현재까지 193개의 UN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99개 회원국이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한 상황이다.


이 모든 민족의 비극이 된 전쟁

역사는 경험한 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기록되곤 한다. 전쟁에 관련한 내용, 그에 상상력이 더해진 창작물의 경우라면 더 확고한 시선을 지닐 수밖에 없을 터. <발칸라인>은 세르비아와 러시아의 시선으로 코소보 전쟁을 담아낸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 아군의 국적이 세르비아인이거나 러시아인으로 편중되어 있진 않다.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맞서는 최정예 군은 다국적인으로 이뤄져 있다. 타타르인, 인구시인, 벨라루스인, 세르비아인, 우즈베키스탄인, 알바니아인, 러시아인까지. 단순히 국적을 기준으로 아군과 적군을 나눈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민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쟁이 모든 민족에게 깊은 상처로 남은 비극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이 영화만의 사려 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