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레피센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 동화는 마녀의 저주에 걸린 공주가 이 난관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라면 영화 <말레피센트>는 마녀 말레피센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런데 정말 마녀 말레피센트는 악당이었을까요. 영화는 천사 같은 외모의 소녀 말레피센트부터 보여줍니다. 소녀 말레피센트는 요정들과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사는 ‘무어스’에 몰래 들어온 인간 소년 스테판을 만나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끌림을 느낄 정도로 순수했던 말레피센트는 스테판 때문에 변하게 되는데요. 권력욕이 강한 스테판은 공주와 결혼하고 왕위를 물려받을 욕심으로 말레피센트에게 몰래 약을 먹이곤 칼로 찔러 죽이려 했으나,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대신 말레피센트의 양어깨에 돋아나 있는 날개를 잘라냅니다. 명백하게 고의를 가진 스테판의 행동은 무슨 죄가 되는지 알아볼까요.


스테판이 말레피센트를 죽이려고 칼을 높이 쳐들었을 때 이미 살인죄 실행의 착수는 있었고 이는 이미 살인미수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 날개를 잘라낸 것은 상해죄가 명백합니다. 상해란 사람의 생리적 기능을 훼손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말합니다. (형법 제257조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런데 형법에는 중상해가 있습니다. 중상해죄는 상해로 중한 결과가 발생하면 가중처벌하는 범죄인데요. 법에서 규정한 중한 결과란 ‘생명에 대한 위험, 불구, 불치나 난치의 질병’을 의미합니다. 말레피센트는 하늘을 날 수 있었는데 날개를 잃으면서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되었으니 불구라고 볼 수 있고 중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겠습니다. 중상해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형법 제258조 제1항, 제2항) 상해죄보다 무겁게 처벌됩니다. 판례는 폭력으로 실명케 하면 중상해라고 보았지만 1~2개월 정도 입원이 필요한 골절 등의 상해는 중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예가 있습니다. 가중처벌되는 중상해죄는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양 날개를 잃은 불쌍한 말레피센트는 복수심에 불탑니다. 그는 스테판의 딸 오로라 공주의 첫 번째 생일에 찾아가, 공주를 향해 ‘16세 생일 전에 물레 바늘에 손가락을 찔려 영원히 깊은 잠을 자게 될 것이고, 오직 진실한 사랑의 키스만 공주를 잠에서 깨울 수 있다’는 주문을 겁니다. 주문의 내용은 일종의 저주라고 볼 수 있는데 혹시 협박일까요?

협박은 상대방한테 해악을 고지해서 공포심을 일으켜야 하는데, 주문을 들은 스테판 왕의 표정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주문을 건 행위가 협박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협박죄는 행위자가 해악의 발생을 좌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공주가 물레 바늘에 손가락이 찔려야 깊은 잠에 빠지는데 말레피센트가 그걸 마음대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재미있는 판례가 있습니다. ‘무속인이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가족한테 흉한 일이 생긴다고 겁을 줘 조상천도제 비용을 받은 사건’입니다. 판례는 무속인의 행위에 대해 천재지변이나 길흉화복의 발생은 무속인이 지배할 수 없기 때문에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어 무죄를 인정했습니다. (형법 제283조 제1항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영화의 중요 사건 당사자인 스테판과 말레피센트의 행위가 형법상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았는데요. 지금까지 글을 잘 읽으셨다면 말레피센트가 마냥 악당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