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감독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그레타 거윅의 신작 <작은 아씨들>이 1월 31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감독 데뷔작인 <레이디 버드>에 이어 <작은 아씨들>까지 연속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는 점,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티모시 샬라메 등의 배우들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언론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본 영화의 감상을 남긴다. 약간의 감상 스포일러를 해보자면,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취향 저격 당해버렸다는 것.
네 명의 19세기 '레이디 버드' 자매들
그레타 거윅은 소녀들을 너무 잘 안다. <작은 아씨들>까지 보고 나니 확신했다. 그레타 거윅은 이번에도 단단했던 여성이 자신도 모르게 내면이 한없이 어그러질 때와 결국엔 그 감정들을 모아 성장하는 순간을 포착해 섬세하게 그려냈다. <레이디 버드>에서 그레타 거윅의 페르소나 역할을 했던 시얼샤 로넌이 이번에도 그 역할을 한다. 루이자 메이 올커트가 자신의 페르소나로 조를 만들었다면, 그레타 거윅이 시얼샤 로넌을 통해 21세기 조로 재창조했다. 영화를 이끄는 화자 조(시얼샤 로넌) 뿐만 아니라 언니 멕(엠마 왓슨), 동생들 베스(엘리자 스캔런)와 에이미(플로렌스 퓨) 역시 각각 하나의 완성된 서사를 부여해 19세기 판 네 명의 레이디 버드를 그려냈다. 영화를 관람하는 여성들이라면 조인 것 같았다가도 어느 순간 멕, 베스, 에이미가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섬세한 대사와 위트 있는 장면으로 빚어낸 캐릭터
영화는 아픈 베스 때문에 뉴욕에서 집으로 돌아온 조가 과거 자매들과 함께 했던 때를 회상하는 구성으로 그려진다. 조가 글을 쓰고 언니 맥과 동생들이 연기하고 놀며 언제나 함께하던 자매들이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각자만의 기준으로 선택한,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 선택은 옳고 그름이 없다. 그들에게 그 순간 용기 낸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속박이라고 생각해 오로지 자신의 글에 몰두하던 조가 뒤늦게 감정을 깨닫는 순간, 철없던 막내지만 알고 보면 가장 현실적인 결정을 내리던 모습 등 캐릭터가 반전되는 때 나오는 대사들이 유독 마음에 박힌다. 특히 스토리상 이해가 어려운 막내 에이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플로렌스 퓨는 철없이 해맑은 막내미를 뽐내다가도 어느 때는 굳게 닫은 입매를 한 채 언니들보다 강인한 면모를 보여준다. 아, 지금까지의 설명이 꽤 진지해버려 잔잔한 영화라고 생각할 것 같아 밝혀 둔다. <작은 아씨들>은 생각보다 발랄하다. 영화는 시대극 분위기를 살리는 문어체를 걷어내고 통통 튀는 현대적인 대사들로 채워져 귀여운 분위기를 더한다. 특히 티모시 샬라메 등장 신은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처럼 객석의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19세기 시대적 배경 속 여성과 남성을 그리는 방식
1868년 출간된 원작 소설 <작은 아씨들>은 총 여덟 번에 걸쳐 영화화됐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조금씩 다르게 그려지는 캐릭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속 여성들은 돈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으며, 합당한 대우를 당당히 협상한다. 감정에도 솔직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무게를 책임진다. 영화 속 로리(티모시 샬라메)와 네 자매의 구도도 흥미롭다. 로리는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조의 예측 불가한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절친이 되면서 조의 자매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관찰자 역할을 한다. 그는 첫째 멕이 허영심을 들켰을 때, 막내 에이미가 언제나 언니의 그늘에 가려져 살았다며 감정을 표출할 때도 묵묵히 지켜본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독신 여성인 고모 캐릭터도 적은 분량이지만 사이다 같은 대사로 짙은 인상을 남긴다. 여성의 희생과 남성의 폭력성이 없는 그야말로 무해한 시대극이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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