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워터스>

<다크 워터스>

현재 진행형 실화이자 사상 최악의 환경 스캔들을 다룬 영화 <다크 워터스>가 개봉했다. 마크 러팔로, 앤 해서웨이와 같은 배우들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다크 워터스>가 흥미로운 건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 토드 헤인즈라는 점이다. <세이프>(1995)에서 환경 문제를 한차례 다룬 적이 있긴 하지만–켈리 레이차트의 <어둠 속에서>를 기획한 것까지 포함한다면 두 번째다- 토드 헤인즈의 필모 전반을 차지하는 이슈는 동성애와 로맨스였다. 낯선 건 주제만이 아니다. 초기에 개성 있었던 연출 스타일에도 두드러진 변화를 감지해볼 수 있다. 스크린을 화폭 삼아 다채로운 작품을 그려나갔던 스타일리스트, 토드 헤인즈의 다섯 작품을 되짚어보자.


<포이즌>

<포이즌>

포이즌 Poison, 1991

출연 에디스 믹스, 밀리 화이트, 벅 스미스

뉴 퀴어 시네마의 장을 연 토드 헤인즈의 장편 데뷔작. <포이즌>은 토드 헤인즈의 야심이 농축되어 있는 작품으로, 그가 미래에 펼쳐 보일 스타일리시한 연출기법과 정체성을 단번에 꿰뚫어볼 수 있기에 빼놓아선 안 될 작품이다. <포이즌>은 총 3개의 에피소드가 병렬로 나열되어 있는데-이는 <아임 낫 데어>를 연상하게 한다-, 아버지를 총으로 살해한 뒤 하늘로 날아가 버린 7살 소년 리치의 자취를 쫓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Hero’, 소년원부터 교도소까지 감옥에서 거의 평생을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퀴어 정체성에 관한 ‘Homo’, 인간 본성인 성욕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었지만 나병에 걸려 버린 닥터 그레이를 다룬 ‘Horror’가 그것이다. 각기 흑백과 컬러, 서로 다른 영화 양식을 취하며 전개되지만, 본질적으로 세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토드 헤인즈의 고찰이다. 1991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벨벳 골드마인>

<벨벳 골드마인>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

출연 이완 맥그리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크리스찬 베일, 토니 콜렛

비틀즈의 시대를 경유한 1970년 초, 영국에는 퇴폐적인 분위기에 성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퍼포먼스를 더한 ‘글램록’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벨벳 골드마인>은 시대를 풍미한 글램록의 대표 아티스트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 팝의 이야기를 다룬 전기 영화라 할 수 있다. 물론 보위는 영화를 부정했지만 말이다. 영화는 10년 전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총기 암살 자작 사건으로 사라져버린 글램록 스타 브라이언 슬레이드(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흔적을 찾아 가는 기자 아서(크리스찬 베일)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아서는 자신의 우상이나 다름없었던 브라이언의 자취를 쫓아가며 그의 전 아내였던 맨디(토니 콜렛)와 스캔들 상대 커트 와일드(이완 맥그리거)를 만난다. 화려했던 과거를 추억하면서 동시에 숨기고자 하는 건 비단 맨디와 커트만이 아님을 아서를 통해 영화는 시사한다. 글램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티렉스’, ‘브라이언 이노’, ‘이기 팝’의 노래들이 사운드 트랙으로 실려 있으며, 토드 헤인즈의 화려하고도 감각적인 연출로 빚어진 ‘글램록을 향한 헌사’와도 같은 영화다.


<파 프롬 헤븐>

<파 프롬 헤븐>

파 프롬 헤븐 Far From Heaven, 2002

출연 줄리안 무어, 데니스 퀘이드, 데니스 헤이스버트

1950년대, 코네디컷에 살고 있는 중산층 부부인 케이시(줄리안 무어)와 프랭크(데니스 퀘이드). 어느 날, 늦게까지 야근하고 있는 프랭크를 위해 도시락을 싸 들고 회사로 찾아간 케이시는 다른 남자와 키스하고 있는 프랭크를 발견한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프랭크를 병에 걸려 아픈 것이라 치부한 케이시는 프랭크에게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한편, 프랭크는 치료를 받지만 우울증을 얻게 되고, 케이시는 자신의 속마음을 새로 온 정원사 레이몬드(데니스 헤이스버트)에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금기에 관한 사랑을 다룬 영화 <파 프롬 헤븐>. 1955년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토드 헤인즈는 프랭크와 레이몬드, 그리고 중산층 여성인 케이시에게 가해지는 억압적 이데올로기를 섬세하고도 유려한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국내에서는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임 낫 데어>

<아임 낫 데어>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

출연 케이트 블란쳇, 크리스찬 베일, 벤 위쇼, 히스 레저, 리차드 기어

<벨벳 골드마인>으로 영국 글램록 아티스트들에 주목했던 토드 헤인즈는 미국으로 시선을 돌려 대중음악 역사상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인 ‘밥 딜런’을 응시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아임 낫 데어>다. 영화는 가수이자 동시에 작가(그는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 화가로 활동하며 문화 예술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밥 딜런의 일생을 6명의 배우, 7개의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이는 자신을 한 분야에 규정하지 않았던 밥 딜런 그 자체와 닮아 있다. 밥 딜런은 음악 스타일의 변신으로 비난을 받는 뮤지션 쥬드(케이트 블란쳇), 포크송 가수인 잭(크리스찬 베일)과 가스펠 가수 존(크리스찬 베일), 잭을 연기하는 배우 로비(히스 레저), 은퇴한 총잡이 빌리(리차드 기어), 시인 아서(벤 위쇼)로 상징화되어 있다. 1인 2역을 소화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도 좋지만, 유일한 여성인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력이 영화 전반을 장악하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케이트 블란쳇은 이 영화로 2008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캐롤>

<캐롤>

캐롤 Carol, 2015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1950년대 뉴욕,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린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그곳에서 점원인 테레즈 벨리벳(루니 마라)를 만나게 된다. 테레즈는 캐롤이 카운터에 놓고 간 장갑을 되돌려주기 위해 연락하고, 테레즈는 고마움을 표하고자 점심을 사줄 것을 약속한다. 점심 식사 후 가까워진 두 사람. 이혼 소송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캐롤은 어느 날 테레즈에게 자신과 여행을 갈 것을 제안한다. 토드 헤인즈의 최고작으로 자주 거론되는 <캐롤>은 두 여자의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다. <캐롤>엔 당대 사회로부터 억압받아온 여성들이 있고, 금기시된 사랑이 있고, 그럼에도 서로에게서 시선을 놓지 못하는 캐롤과 테레즈가 있다. 퀴어 영화 목록에서도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명작이자, 칸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수 영화제와 평단의 찬사를 받은 작품. 간결한 문장들로 이 영화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니 꼭 한번 관람하길 추천한다. 루니 마라는 테레즈 역으로 2015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캐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