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결혼 이야기>는 달달한 제목과는 반대로 한 부부의 이혼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랑이 멈추고 헤어지는 순간부터 부부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공감의 글들이 많았는데요. 저는 이들이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우리나라 법 기준으로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여주인공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LA 출신 영화배우입니다. 그런 그녀는 뉴욕 출신의 연극 연출가 찰리(아담 드라이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 LA를 떠나 뉴욕에서 살게 됩니다. 이들 사이에는 아들 헨리(아지 로버트슨)가 있죠. 그들의 현재는 조금 서먹합니다. 두 사람은 1년 넘게 각 방을 쓰고 있고 추측건대 마지막 부부관계도 오래전 일이겠지요. 각 방 별거단계에서 니콜과 찰리는 이혼은 하되, 변호사의 개입없이 두 사람이 진행하자 결정 하는데, 이른바 ‘협의이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 민법은 협의이혼을 정하고 있는데, 협의이혼은 부부가 서로 합의를 해서 이혼하는 것으로 부부만 합의를 하면 이혼사유에 전혀 제한이 없고, 다만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친권•양육 등에 관한 합의도 같이 해야 하는 제한이 있을 뿐입니다. 협의이혼이라고 해서 이혼에 관한 합의만으로 이혼이 되는 것은 아니고, 협의이혼의사확인을 법원에 신청하고 미성년 자녀가 있을 때는 3개월, 성년 자녀나 자녀가 없을 때는 1개월의 각 이혼숙려기간이 지난 후에 법원에서 이혼의사확인을 받고 확인서 등본을 첨부해서 3개월 이내에 관할 시청 등에 신고하면 드디어 이혼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 우리 법에서는 재판상 이혼 전에 꼭 조정을 거쳐야 하는데, 조정이 되면 이혼숙려기간을 거칠 필요가 없어서 빠른 이혼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니콜과 찰리의 이혼의사는 처음엔 절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니콜의 이혼의사가 강해지는 계기는, TV드라마 주연 제의를 받아 헨리를 데리고 친정 LA로 가게 되면서 입니다. 니콜이 우연히 변호사 노라(로라 던)를 소개받고 상담을 받게 되면서 찰리와의 협의이혼 약속(?)은 일방적으로 깨지고 협의이혼은 재판상 이혼으로 변하며, 니콜은 찰리에게 이혼소장을 직접 전달합니다. 우리 법에서는 소장을 당사자가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을 통한 소송서류의 전달은 법원에서 송달하는데, 그런 서비스를 받으려고 소를 제기할 때 송달료 비용을 선납하는 것이죠. 니콜이 LA에 있는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찰리는 뉴욕이 거주지임에도 불구하고 LA에 와서 소송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이는 관할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우리 법에서 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 관할의 대표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① 부부가 같이 살면서(예: 서울 서초구) 이혼의 소를 제기하면 그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서초구 관할), ② 부부가 같이 살다가(서초구) 한 명은 이사가고(경기도 용인시) 나머지 한 명이 계속 그 관할구역(서초구) 내에 산다면(집을 이사해도 관할구역이 같은 경우 포함) 그 관할 가정법원(서초구 관할), ③ 부부가 마지막으로 같이 살았던 주소지(서초구)에서 둘 다 이사를 해서 관할구역이 달라진 경우(경기도 용인시, 인천 서구)에는 이혼의 소를 제기당한 사람의 주소지 관할이 기준(용인시 거주자가 인천 서구 거주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 인천 서구 거주자의 관할)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법에 의한다면, 니콜은 LA가 아니라 뉴욕에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이죠. 특히 우리 법이 ③에서 이혼의 소를 제기당한 상대방 주소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소를 제기당한 사람의 불이익을 막기 위한 것이에요. 소를 제기당한 사람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소송을 당하는데, 관할마저 소제기자의 주소지까지 가서 재판을 받으라고 하면 억울하겠지요.
영화에서 또 특이한 것은, 니콜과 이혼을 상담한 변호사는 찰리가 선임을 할 수 없는데, 우리 법에서는 한쪽 당사자와 상담만 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니콜이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선임까지 했다면 당연히 니콜 사건의 상대방인 찰리는 그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다만 찰리의 다른 사건에서는 니콜이 동의하면 그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가능해요.
드디어 법원에서 네 명(니콜, 니콜의 변호사 노라, 찰리, 찰리의 변호사 제이(레이 리오타))이 만나고 공방(공격과 방어)이 시작되었는데, 니콜과 찰리는 무심코 자신의 변호사에게 말했던 상대방의 일상 같은 평범한 습관을 자신의 변호사가 악의적으로 포장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듣게 됩니다. 변호사 노라는 LA가 속한 캘리포니아주는 무귀책 이혼이 가능하지만, 사실을 밝혀야 한다면서 찰리가 극단의 무대감독과 혼외정사를 했다고 폭로합니다. 이것을 듣고 찰리는 발끈하면서 딱 1회라고 대답하는데요, 1회의 혼외정사는 우리 법에서 이혼사유가 될까요? 우리 법은 민법 제840조에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이혼사유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부정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판례는 지금은 폐지된 간통죄의 간통보다 넓게 보는데, 한마디로 성관계가 없어도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죠. 1회의 혼외정사는 부정행위에 해당하고 니콜은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지만, 우리 법에서는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려면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부정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2년 이내에만 가능해요. 영화에서 찰리의 1회성 외도 시기가 언제인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니콜이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났으면 혼외정사를 이유로 이혼청구를 할 수는 없고, 위자료 청구만 할 수 있어요.
노라와 제이는 상대방의 재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치열하게 다투는데, 노라는 찰리의 맥아더상 상금 65만 달러를 반으로 나누자고 하고, 제이는 니콜의 TV드라마 출연료의 절반을 달라고 주장합니다. 우리 법에서 재산분할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서 모은 재산으로 부부 중 누구 소유인지 불분명한 공동재산을 말하는데요. 상금과 장래 출연료는 공동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일방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분할대상이 안되는지 사안마다 따져봐야 합니다. 판례 중에, 운동선수의 상금소득에 대해 약혼녀의 기여분을 인정해서 상금의 일부를 재산분할금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특히, 이 사례는 혼인 전 약혼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약혼녀가 8개월 정도 동거하면서 운전, 빨래, 식사 등의 뒷바라지를 한 것에 대해 기여도를 인정한 것인데 영화에서 찰리의 상금은 니콜과의 혼인기간에 연출한 작품에 대한 상과 상금으로 보이기 때문에 니콜의 기여도를 인정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결국 상금과 출연료는 나누지 않고, 가장 치열하게 다투었던 헨리에 대한 양육권도 니콜과 찰리가 55대 45로 합의하죠. 니콜이 2주마다 하루씩 헨리를 더 만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법적으로 진행되는 <결혼 이야기>의 이혼 과정을 지켜보면서, 변호사의 개입없이 애초 약속(?)대로 협의이혼을 했다면 과연 두 사람은 이혼의사확인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면서, 뜬금없지만 좋은 변호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글 | 고봉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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