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리타이어(하차)한 히어로들 중, 관객이 가장 그리워하는 건 아이언맨이 확실해 보이지만 빌런도 히어로도 아닌 애매한 구역까지 경계를 넓힌다면 아이언맨을 능가할 수 있을지도 모를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 바로 로키다.
연기력을 기반으로 한 다채롭고 탄탄한 필모그래피의 소유자이자, 무려 캡틴 아메리카보다 큰 키와 체구에 영국식 발음까지 갖춘 톰 히들스턴이 연기하는 그 '로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많다. 이 때문인지 마블 스튜디오는 디즈니 플러스의 공개와 더불어 '엔드게임 이후의 로키'의 이야기를 다룬 6화 분량의 TV 시리즈인 <LOKI>의 제작 확정을 발표했다.
전세계적 팬데믹 사태로 인해 당초 2021년 5월 1일에 공개 예정이었던 일정은 이제 불확실해졌지만, 속속 촬영 재개에 접어든 것으로 보아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지난 12월 톰 히들스턴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본격적 시작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MCU의 시리즈에서 그가 연기하는 로키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다릴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로키, 톰 히들스턴, 혹은 '히들이'
톰 히들스턴이 원래 토르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는 건 이젠 상당히 유명해진 사실이다. 최종적으로 토르를 맡은 크리스 헴스워스만큼은 아니지만, 히들스턴도 캡틴 아메리카 역 크리스 에반스보다 큰 키(에반스 183cm, 히들스턴 188cm, 헴스워스 190cm)에 배역을 위한 벌크업을 해 피지컬로는 밀리지 않았고 연기력도 출중한 터 처음에는 자기가 왜 토르가 아닌지 불만을 품기도 했다고. 물론 그 불만은 크리스 헴스워스를 본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한다. 본인 왈 거기 웬 북유럽 신이 앉아 있더라고...
사실 감독은 처음부터 히들스턴을 로키로 내정했다고 하는데, 토르 역의 오디션은 알고 보면 톰 히들스턴과 케미스트리가 좋은 토르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실제로 토르와 로키의 애증 섞인 관계는 수많은 팬들에게 유쾌하면서도 절절한 서사를 선사하는 데 성공했고, 영화보다는 드라마나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했던 톰 히들스턴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주었다.
배우 본인 역시 배역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수준. 2013년 샌디에이고 코믹콘 무대에서 로키 분장을 하고 나타나 관객으로부터 엄청난 환호성을 받았다. 여기에 흥분한 관객들을 진정시키며 로키 연기를 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팬들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편으로 내한했을 때는 레드카펫 행사에서 댄스실력을 뽐내기도...
어쨌든, 각설하고 톰 히들스턴은 마블과 총 6편의 영화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순서대로 <토르: 천둥의 신>, <어벤져스>, <토르: 다크 월드>, <토르: 라그나로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그리고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당초 계약은 끝난 셈이었다. 이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LOKI> TV 시리즈의 제작이 확정된 다음에도 계약조건을 이유로 시리즈의 주역이 톰 히들스턴이 아닐 수도 있다는 루머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LOKI>의 주인공은 톰 히들스턴이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팬들은 이제 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톰 히들스턴의 로키를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로키와 우리 앞에 남은 장벽은.... 코로나 말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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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인가 히어로인가 그는 누구인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로키는 토르의 솔로무비 <토르: 천둥의 신>에서 토르의 동생이자 그에게 깊은 자격지심을 가진 입양아 동생으로 출발해 <어벤져스> 1편의 확고한 빌런으로 등장, 뉴욕 사태를 일으켜 어벤져스 멤버들(특히 헐크에게...)에게 크게 한 방 얻어맞고 아스가르드로 송환된다. 이후 <토르: 다크 월드>에서 말레키스에 맞서기 위해 토르와 함께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토르와 애증 섞인 형제관계-그들에겐 심각할지 모르지만 보는 사람은 즐거운-를 유쾌하게 풀어간 건 <토르: 라그나로크>였다.
드디어 정신차린 이 동생 녀석을 어떻게 잘 구슬렸나 했더니,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에서 타노스가 등장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황천길로 떠나고 말았던 것인데... 때문에 <어벤져스: 엔드게임> 촬영장에서 톰 히들스턴이 과거의 로키 복장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유출되었을 때는 실로 즐거운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의 로키의 분량은 별로 크지는 않았다. 타노스에 대항할 인피니티 건틀릿을 만들기 위해 어벤져스 멤버들이 각각의 타임라인으로 시간여행을 떠났을 때, 뉴욕 사태가 종결된 후 토르에 의해 아스가르드로 압송되는 로키가 잠시 등장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MCU 팬들에게는 새로운 기대감을 걸게 했는데,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는 대신 혼란을 틈타 로키가 태서랙트를 이용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시리즈들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이 <LOKI>였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리타이어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로키가 다시 돌아온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빌런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유쾌함과 강력한 매력, 거기에 삐뚤어진 자아와 그에 걸맞은 이유(가정사...)까지 겸비한 캐릭터인 로키의 인기 요인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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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사적인 로키의 이야기?
원작 코믹스의 로키는 장난의 신이자 이야기의 신, 악의 신이기도 한 토르의 숙적이다. 기본적으로는 MCU의 설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서리거인 라우페이의 아들로서 오딘에게 양자로 키워졌다는 점이 그렇다. 단 MCU에서 누나로 등장한 헬라는 신화에서 로키의 딸이라는 사실. 더불어 뛰어난 마법사이자 아스가르드인이며 서리거인인 만큼 신체능력은 물론이고 마법사로서의 실력도 뛰어나다.
로키는 거짓말의 신도 겸하고 있기에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로키를 믿지 않는데 사실은 고향이나 다름없는 아스가르드에 대한 애정도 있고 형인 토르에 대한 애정도 있는 이면적이고도 인간적인 캐릭터라는 점은 영화와 동일하다. 잠깐이기는 했지만 코믹스 <로키: 아스가르드의 요원>에서는 거짓말을 못 하게 되는 바람에 형인 토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로키는 어린 로키, 우리에게 익숙한 청년 버전의 로키, 늙은 로키, 동물(...)이 된 모습, 거기에 심지어 성전환된 여성 버전 로키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거기에 마블 코믹스 작가들은 로키가 양성애자이며 본인의 성별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런 설정이 디즈니 플러스의 TV 시리즈 <LOKI>에도 반영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어벤져스 전체 혹은 토르의 서사에 조력자나 빌런으로 등장했던 로키였으니, 로키 단독 서사를 다룰 이 시리즈에서는 로키의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에 대해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런 성애적 성향과 더불어 다양한 스토리를 펼쳐줄지도 모른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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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듯 새로운 그가 보여줄 이야기
<LOKI>는 총 6화 분량의 TV 시리즈로,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같은 디즈니 플러스 독점 콘텐츠이자 MCU 4페이즈에 포함되는 <팔콘 앤 윈터 솔져>가 무려 6시간 분량의 마블 영화와도 같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는 만큼, <LOKI> 역시 그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가장 재미있는 건 <LOKI>의 로키는 이른바 '철든' 시점의 로키가 아니라는 점. 테서렉트로 도망친 시점이 <어벤져스> 직후기 때문에 토르와 부딪치며 겪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로키가 과연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벌어진 갑론을박은, 로키가 돌아오는 것으로 결정됐다. 우리가 원했던 그 '철든 로키'는 아니지만, '철 안 든 제멋대로인 마법사 로키'로서. 어쩌면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지구 정복의 야욕을 아직 버리지 못했을 '그' 로키인 만큼 이 천둥벌거숭이나 다름없는 로키가 대체 무슨 짓을 해서 우리를 즐겁게 해 줄지, 그리고 기존 어벤져스 멤버들 혹은 별도의 타임라인에 존재하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리즈에 등장할 로키는, 뉴욕 사태가 실패로 돌아간 직후이므로 지구에 대해 집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또한 헐크와 어벤져스에게 볼품없이 당한 이후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의 계획을 원상복구시켜 실행하려 할 야망을 갖고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개된 이미지 중 로키 뒤에 있는 거리에는 1975년 영화인 <죠스(JAWS)>의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LOKI>의 시간적 배경은 1970년대일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는 MCU 내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적 없는 시대인 데다, 현재 시점보다 무려 50년 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히어로가 아주 어리거나 태어나지 않았거나 빙하 속에 잠들어 있는(...) 상태이므로 상상력을 펼칠 가능성은 보다 크고 광대하다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이후에 등장할 많은 히어로들과의 연계점들도 흥미롭게 풀어갈 수 있을 만한 이야기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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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로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현재 시점)에 등장하지 못한 캐릭터들 중에서도 유독 아쉬운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 능력도 출중한 편이고 나름 철도 들었던 데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토르를 놀려먹는 까랑까랑한 매력, 그리고 기존 어벤져스 멤버들의 깊은 불신도 한몫했을 테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뉴욕 사태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괴로워했던 아이언맨과 한팀이 되어 치고받으면서도 같은 목표를 위해 협조하는 적과의 동침과도 같은 장면을 기대한 바 있으나... 이제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볼 수는 없을 듯.
허나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MCU의 지난 11년을 채운 무수한 장면들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와 트리비아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되는바 <LOKI> 역시 안타까운 그의 죽음은 뒤로하고 더 새롭고 흥미로운 화두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예정이었던 2021년 5월보다는 늦어질 것 같아 보이지만, 곧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로키를 기다리며.
PNN 에디터 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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