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서 어벤져스 원년 멤버의 위치는 여전히 공고하고 단단하다. 그만큼 원년 멤버들이 쌓아올려 온 업적이 있기 때문이고, 스토리라인 내부에서도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 이르기까지의 사건들에 대한 공헌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로운 후속 캐릭터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물려주고 있는데….
원년 멤버 캐릭터 중 안타까운 사례를 꼽는다면 판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마크 러팔로 버전 솔로무비가 나오지 못했던 헐크(마크 러팔로), 그리고 하차 후에야 솔로무비를 공개하게 되었으나 펜데믹 사태로 인해 연기를 거듭해야 했던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가 있겠다. 그리고 솔로무비는 결국 나오지 못했지만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TV 시리즈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갈 호크아이(제레미 레너)가 마지막 주자일 것이다.
가장 약한 어벤져스?
호크아이/클린트 바튼은 어벤져스 원년 멤버가 꾸려진 2012년의 <어벤져스> 개봉 당시부터 가장 약한 어벤져스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는데 능력 면에서 보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처럼 슈퍼솔져 혈청을 투여받지도 않았고 헐크처럼 감마선에 노출되지도 않았으며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처럼 엄청난 부와 뛰어난 두뇌(혹은 그걸 물려줄 아버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론 블랙 위도우와 함께 쉴드 최고의 요원으로서 투 톱 위치에 있던 것은 사실이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토르: 천둥의 신>에서 쉴드의 요원으로 등장했지만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워낙 강력했던 데다 스토리에서 부각될 만한 역할을 하지도 못했던 탓인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어벤져스>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치타우리 무리들이 공격해 오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비행능력이 없는 히어로들(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헐크는 점프력 때문에 제외)이 큰 힘을 쓰지 못했다. 물론 로키(톰 히들스턴)에게 날린 화살이 폭발하는 장면은 꽤 멋지긴 했지만, 호크아이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쉴드의 테크놀로지가 더 부각되었(사실은 로키가 당하는 게 더 인상적이었고)다.
부다페스트와 관련된 짧은 대화들을 비롯해, 블랙 위도우가 쉴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통화 중에 호크아이가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상황을 정리하는 등,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와 깊은 관계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속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자식도 셋이나 있는 유부남이란 게 밝혀지면서 러브라인조차 사라져 버린 상황.
말하자면 슈퍼히어로 무비에 등장하는 히어로 캐릭터로서는 뭔가 깊게 감정을 이입하고 몰입하기가 어려웠다고 할 수 있겠다. 블랙 위도우처럼 타 캐릭터의 솔로무비에 등장해 관계성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궁금증을 유발할 만한 서사적 힌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도 전투에서 강력한 능력을 보여줌으로서 진한 인상을 남긴 적도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덕분에 호크아이는 오래 전부터 가장 약한 어벤져스 따위의 놀림을 받기도 했는데 엄밀히 말해 호크아이의 능력이 어벤져스 멤버로 인정받기 어려울 정도로 약한 수준은 아니다. 각종 화기에 능숙한 데다 블랙 위도우만큼은 아니어도 첩보에도 강한 면이 있으며 오랜 시간 동안 요원으로 근무하며 길러온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거기에 스칼렛 위치/완다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가 히어로로서 각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멘토 역할도 해낸 바 있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후 단신으로 범죄조직을 박살내고 다녔을 만큼 충분히 강력하니 이미지만큼 약하기만 한 히어로는 아니다. 하지만 MCU의 11년 히스토리에서 호크아이의 매력이 어필될 만한 포인트는 딱히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솔로 TV시리즈 <호크아이>
다른 히어로들의 경우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될 TV 시리즈에서 풀어낼 이야기가 후일담이라면, 호크아이의 경우에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한 번도 제대로 묘사되지 못했던 호크아이 혹은 클린트 바튼의 좀 더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매력을 어필할 기회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호크아이가 계속해서 MCU에 등장할지는 미지수이며 원년 멤버들이 대부분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호크아이가 다시금 메인 캐릭터로 부각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는 하다(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호크아이에겐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 원작에서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거쳐 서커스단에서 지냈던 호크아이였던 만큼, 한번도 구체적으로 풀린 적 없는 어린 시절과 클린트 바튼이 호크아이로 거듭나는 히어로의 기원 서사가 조금이라도 풀릴지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적인 아버지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일면들이 강조되었던 호크아이지만,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하나뿐인 형과도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아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다. 이후 고아원을 탈출해 서커스단 카슨 카니발에 들어가 일하게 되면서, 타고난 신체능력을 인정받아 소드맨/자크 듀케인으로부터 궁술을 배워 뛰어난 궁수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이 코믹스에서 드러난 바 있다.
그 후 카니발의 스타로 활약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아이언맨을 접하고 자경단 히어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오해를 사 범죄자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경찰에게 쫓기던 중 블랙 위도우를 만나고 반하고 만다. 하지만 블랙 위도우는 호크아이를 이용할 목적이었고 이 때문에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첩보 활동 중이었던 블랙 위도우에게 놀아나 결국 아이언맨과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본래의 목적인 히어로 활동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러면서 어벤져스 초기 멤버에 합류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MCU의 세계관과는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다수 있고, 아이언맨과 블랙 위도우와의 관계 역시 영화에서 보여준 바와는 다르기 때문에 MCU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TV 시리즈에서는 그대로 묘사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호크아이의 기원에 대해 다루게 된다면 기본적인 설정은 따오되 별도의 서사를 그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MCU가 잘 해온 방식이니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기대해 볼 만하다.
케이트 비숍에게 호크아이를 계승하는 진짜 은퇴?
거기에 원작 코믹스에서도 호크아이의 이름을 물려받은 바 있으며 영 어벤져스에서도 활약했던 캐릭터인 케이트 비숍의 <호크아이>출연이 확정된 바, 아무래도 호크아이/클린트 바튼은 케이트에게 이름을 물려주고 은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트 비숍은 2005년에 첫 등장한 비교적 신생 히어로 캐릭터인데, 코믹스에서 클린트 바튼이 죽었을 때 클린트가 쓰던 활과 모킹버드의 무기 등을 받아 무장하고 영 어벤져스와 함께 전투를 치렀으며 각종 무술을 익혀 체술에는 능통하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별다른 특수능력은 없다는 점은 클린트와 동일하다.
하지만 호크아이의 이름을 이어받은 캐릭터답게 궁술에는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세계관 내에서는 클린트와 견줄 만큼 걸출한 능력을 자랑한다. 아마도 이런 점을 통해 클린트에게 인정받고, 호크아이라는 이름을 이어받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 보인다.
새롭게 등장하게 될 캐릭터인 케이트 비숍은 근래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활기차고 자의식이 강하며 톡톡 튀는 매력(이라고 말하고 성질이 좀 더러운 편이라고 읽는 성격)을 보여준다. 하여간 말 한 마디 지지 않는 이 성격 강한 캐릭터와 클린트와의 조합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퀵실버/피에트로 막시모프(애런 존슨)와 벌였던 만담 같던 말싸움과 혼잣말을 멘토와 멘티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을지도.
개인적으로 호크아이는 참 안타까운 캐릭터다. 유일하게 활을 쓰는 원거리 전투요원인데다 첩보, 화기, 무술에도 능함에도 불구하고 부각될 만한 기회가 없었다는 점, 더불어 어벤져스 초반 블랙 위도우와의 접점이 기대감을 갖게 했던 반면 이미 처자식을 거느린 유부남이라는 점 때문에 매력어필도 좀 힘들지 않았던가.
초반부터 다른 캐릭터들처럼 천천히 서사를 쌓고 빌딩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그저 약한 어벤져스라는 이미지보다는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TV시리즈를 통해 보여줄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고,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PNN 에디터 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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