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포스터

<좀비 아포칼립스>는 12월 31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어느 공장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선다. 차의 문이 열리고 여성과 소녀, 세 명의 남성이 내린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는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하지만, 안쪽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 소란에 주변의 좀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고, 일행이 싸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는 순간 문이 열린다. 하지만 열린 문 뒤에 기다리는 건 총과 경찰봉으로 무장한 남자들. 일행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며 이곳은 어디고, 누가 그들을 맞이한 걸까.

<좀비 아포칼립스>


살기 위해 낮은 곳으로 도망치기

<좀비 아포칼립스>는 앞서 서술한 오프닝을 보여준 후 플래시백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간다. 짧은 머리의 어수룩해 보이는 운전기사 거우성은 고용인 푸구이에게 매번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성실하게 그를 모신다. 푸구이는 학교 이전을 논의하려고 호텔에서 우 청장, 교장, 앵커 청후이신, 기자 둥쯔 등을 모아 성대한 식사를 대접한다. 그러나 갑자기 시체를 뜯어먹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6명의 사람들은 호텔에 고립된다. 그나마 희망은 우 청장이 출입할 수 있다는 군사기지. 호텔 옥상에서 군사 기지까지, 어떻게든 살아서 도망쳐야 한다.

푸구이(왼쪽)와 그의 운전기사 거우성

청후이신(왼쪽)과 우 청장

동명의 웹툰을 영화로 옮긴 <좀비 아포칼립스>는 호텔 최상층에 고립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여느 재난 영화처럼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뭉쳤지만, 이들은 이익을 위해 만난 사람들이란 점이 다르다. 보통 가족이나 동료처럼 유대 관계가 있거나, 어쨌든 공통점이 있는 인물들이 협력하는 것과 달리 <좀비 아포칼립스>의 주인공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필요하면 상대의 약점을 무기로 삼는 이기적인 면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좀비 영화에서 누누이 강조되는 '좀비보다 인간이 무섭다'는 게 <좀비 아포칼립스>에도 여전히 통용된다.

물론 세상에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점점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인간미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여전히 생존에만 목숨 거는 인물도 등장한다. <좀비 아포칼립스>는 캐릭터들이 여러 상황을 대면하면서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으로 인간성과 야만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좀비 영화의 전개와 메시지를 동시에 잡는다. 매운맛과 재난 영화 특유의 휴머니즘적 '단짠'을 획득한다.


최근 좀비 영화에서 풍기는 그 향기

호텔에 고립된 <좀비 아포칼립스> 주인공들

<좀비 아포칼립스>는 이런 매운맛 스토리를 다양한 공간에서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이 사건이 처음 시작되는 공간은 호텔 스카이라운지. 즉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지상에 도달해야 한다. 동시에 이들은 우 청장의 컴퓨터에 저장된 군사 기지 위치를 얻기 위해 그의 방에 들려야 한다. 멤버들 모두 비범한 과거나 능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이동 경로는 오직 비상계단뿐이다. 숨죽여 이동하지 않으면 수많은 좀비를 무조건 감당해야 하는, 생존과는 거리가 먼 길일지라도 뚫을 수밖에 없다.

조금 멀리서 보면 이들의 이동 경로가 하나의 여정으로 보인다. 스카이라운지에서 비상계단을 지나 지하주차장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군사 기지를 향하는 주인공 일행의 행로는 요즘 좀비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수직적 이미지와 수평적 이미지를 모두 결합한 셈. 특히 2020년 극장에서 활약한 좀비 영화 <#살아있다>와 <반도>가 떠오른다. <좀비 아포칼립스> 또한 좀비 영화 장르에서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포착하려는 움직임에 합류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좀비 아포칼립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론 사회의 민낯을 풍자하는 매운맛도 강한 편. 툭하면 자신의 기사 거우성을 (속된 말로) 갈구는 푸구이를 필두로 청후이신을 성희롱하는 남성 캐릭터, 겉보기에 추레한 거우성을 대놓고 무시하는 호텔 지배인 등 <좀비 아포칼립스>는 작정이라도 한 듯 인간, 특히 기득권 사람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그 매운맛이 후반으로 가면서 몇몇 인물들의 인간미에 희석되는 감도 있지만, 영화 초반엔 이 구제불능의 인간들이 어떻게 힘을 합칠지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좀비 아포칼립스>

사방에서 좀비가 튀어나오는 세상에서, 이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생존이 앞서는 세상에서 좀비와 인간은 과연 다를 수 있을까. <좀비 아포칼립스>는 제 나름대로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까. 14억 뷰를 기록한 웹툰을 옮긴 <좀비 아포칼립스>로 새로운 맛 좀비 영화를 경험해보자.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