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일생을 소재로 한 영화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이 12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기다리는 동안 예술가의 일생과 그들이 남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를 골라봤습니다. 


<프리다>
감독 줄리 테이머  / 출연 셀마 헤이엑, 알프리드 몰리나 / 상영시간 120분 / 제작연도 2003

불의의 사고로 불편한 몸이 된 프리다(셀마 헤이엑)는 병상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완성해나가던 프리다는 당대 최고의 화가이자, 혁명 예술가 디에고 리베라(알프리그 몰리나)와 정열적인 사랑에 빠져 부부가 됩니다. 그러나 곧 디에고의 병적인 외도 때문에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되지요. 

사랑, 혁명, 예술… 어쩌면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것들을 작고 불편한 몸으로 살아낸 프리다는 자신의 인생을 초현실적인 자화상으로 많이 남겼는데요. 직설적이어서 더 환상적인 그녀의 그림은 줄리 테이머 감독의 적극적인 해석과 함께 영화에 등장합니다. 자신의 불행한 사고와 인생을 표현한 ‘부러진 척추’, 아이를 잃은 고통을 묘사한 ‘떠 있는 침대’, 디에고 때문에 화가 나서 머리를 자르고 그린 ‘짧은 머리의 자화상’ 등 프리다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먼 인 골드>
감독 사이먼 커티스  / 출연 헬렌 미렌, 라이언 레이놀즈 / 상영시간 109분 / 제작연도 2015

마리아 알트만(헬렌 미렌) 여사는 오스트리아가 소유하고 있는 클림트의 명작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위대한 화가 클림트가 그녀의 숙모 ‘아델레’를 모델로 그린 이 명작은 숙모가 세상을 떠난 후, 숙부 페르낭드가 소장하고 있었으나 나치에게 빼앗겼던 것이지요. 마리아 알트만 여사는 숙부와 숙모의 추억이 담긴 그림을 되돌려받기 위해 친구의 아들인 변호사 랜디 쇤베르크'(라이언 레이놀즈)의 도움을 받아 국가를 상대로 불가능해 보이는 소송을 시작합니다. 

실제로 8년에 걸친 소송으로 클림트의 명작 5점을 돌려받은 마리아 알트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레이디 인 골드’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경매가가 우리나라 돈으로 1500억 원에 달하는 클림트의 대표작이지요. “작품은 항상 만인에게 공개 되어있어야 한다”는 마리아 알트만 여사의 요청에 따라, 이 작품은 뉴욕의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중섭의 아내>
감독 사카이 아츠코  / 출연 야마모토 마사코, 야마모토 야스나리 / 상영시간 82분 / 제작연도 2016

일본의 미술학교에 다니던 이중섭은 같은 학교의 야마모토 마사코와 사랑에 빠져 결혼합니다. 두 사람은 한국의 원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두 아이를 낳아 기르지만 극심한 가난에 마사코의 몸은 하루하루 허약해져갑니다. 결국 이중섭은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생이별의 아픔 속에 200여 통의 절절한 편지가 오갑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 홀로 남아있던 이중섭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다시 만나지 못하고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대표작 ‘황소’로 우리에게 유명하지만, 생전엔 불우한 삶을 살았던 화가 이중섭과 그의 아내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마사코 할머니 아니, 이남덕 할머니(이중섭이 지어준 한국이름)가 노구를 이끌고 한국에 와서 남편 이중섭, 아니 아고리(턱이 긴 이중섭을 부르는 애칭)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정을 다루었습니다. 할머니가 휠체어에 의지해 남편의 대표작을 ‘드디어’ 마주하는 장면의 여운이 깊습니다. 


<미스터 터너>
감독 마이크 리  / 출연 티모시 스폴 / 상영시간 150분 / 제작연도 2014

19세기 영국, 터너는 15살에 이미 왕립 아카데미에서 인정할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은 화가였습니다. 그러나 터너는 말년에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화풍에 도전하고자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풍경화를 그립니다. 그는 파격적인 풍경화를 선보이지만 평단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터너가 시력을 잃었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그러나 화가 터너의 위대한 도전은 훗날 모네, 마네, 르누아르에게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풍경화가 터너의 말년을 담은 영화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극찬 속에, 주연을 맡은 티모시 스폴이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영화에서는 터너의 명작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비, 증기, 속도’ 등이 탄생하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세라핀>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 출연 욜랭드 모로, 울리히 터커 / 상영시간 125분 / 제작연도 2008

미술 평론가 빌헬름 우데(울리히 투쿠르)는 파리 북동쪽의 조용한 마을 상리스로 긴 휴가를 떠납니다. 빌헬름이 자리를 잡은 아파트에서 우연히 그림 한 점을 발견하고 집주인에게 화가를 묻자, 주인은 그 집에서 하녀로 일하는 중년 여인 ‘세라핀’(욜랭드 모로)이 끄적인 것이라며 비아냥거립니다. 한 번도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 없는 세라핀은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아 그림을 그린다고 믿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미치광이 취급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물감이 없어서 들꽃과 진흙으로 그린 세라핀의 그림을 보면서 빌헬름은 엄청난 재능을 단번에 알아봅니다. 그는 세라핀의 후원자가 되지만, 곧 세계대전이 터지는 바람에 독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여류 화가 세라핀(Séraphine)은 실제로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이후에도 미술 애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잘 알려진 유명 화가는 아니었는데요. 이 영화를 계기로 화제가 되면서 회고전이 열리는 등 재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바스키아>, <취화선> 등 언뜻 생각해봐도 그림과 관련한 영화가 참 많은데요. 사색하기 좋은 계절, 이런 영화들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오욕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