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의 죽음과 부활' (사진을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아이디어 미팅에서 나온 농담,
현실이 되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1993년, ‘슈퍼맨’은 첫 등장한 지 거의 5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잘 팔리는 책이었다. 1980년대 중반에 작가 존 번이 <맨 오브 스틸> 미니 시리즈로 인기가 급락하고 있던 슈퍼맨을 성공적으로 리부트시키고 난 이후 슈퍼맨의 인기는 꾸준히 유지되었고, ‘무한 지구의 위기’ 등 DC코믹스 캐릭터들이 총 출동하는 크로스오버 스토리라인에서도 주축을 담당했다. 슈퍼맨은 같은 회사의 배트맨과 함께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지적 재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관심을 계속 잡아두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벤트가 필요했다.

당시 작가인 제리 올드웨이가 이끌던 슈퍼맨 편집부에서 낸 아이디어는 <맨 오브 스틸> 시리즈에서부터 부각되던 클락 켄트와 로이스 레인의 로맨스에 방점을 찍는 것, 즉 둘의 결혼이었다. 슈퍼히어로간의 결혼은 항상 큰 이벤트로 다루어져서, 스파이더맨과 메리 제인, 엑스맨의 사이클롭스와 진 그레이 등의 결혼을 다루었던 호들은 항상 판매부수가 높았다. 편집팀은 독자들의 관심을 최대한 길게 잡아두고 판매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 웨딩 이벤트를 6개월에서 1년간 연재 분량으로 기획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영화, TV 등의 다양한 매체로 사업을 다방면화해가던 워너 브라더스/DC코믹스가 1992년 첫 회 방영을 목표로 TV 시리즈 <로이스 앤 클락 : 어드벤쳐스 오브 슈퍼맨>를 기획한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로맨스 부분이 매우 부각된 기획이었고, 가능한 결말 중 하나가 로이스와 클락의 결혼이었다. DC코믹스 슈퍼맨 편집부가 기획한 내용과 완전히 겹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TV 시리즈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워너/DC코믹스는 편집부에 충격적인 내용을 통보한다. 내년 일정으로 잡혀 있던 클락과 로이스의 웨딩 기획을 무기한 연기하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편집부는 대혼란 상태가 되었고, 웨딩 이벤트에 비견할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트레스 넘치는 회의 때마다 편집장 제리 올드웨이는 농담으로 “그럼 그냥 죽여버리자”고 말을 하곤 했는데, 얼마 후 이는 현실이 되었다. 결국 1993년, DC코믹스 편집부는 슈퍼맨에게 달콤한 웨딩 마치 대신에 죽음을 선사한다.

슈퍼맨도 죽을 수 있다

지구상 최강의 능력을 지닌 외계인 슈퍼맨을 죽일 만한 초강력 적수는 역시 외계에서 온 생명체여야만 했다. 슈퍼맨이 ‘둠스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 최강의 적수는 편집부의 급작스런 계획 변경 덕분에 <맨 오브 스틸> 18호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하는데, 저스티스 리그 전원이 함께 덤벼도 이기지 못하는 초강적이었다. 결국 등장한 지 한 달 만인 <슈퍼맨> 75호에서 슈퍼맨과 데일리 플래닛 사옥에서 육탄전을 벌이고, 슈퍼맨은 로이스의 품에 안겨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죽음도 잠시, 슈퍼맨은 채 1년도 못가서 다시 부활하고, 그가 없는 공백 기간 동안 난립했던 슈퍼맨의 후계자를 자칭하는 스틸, 메트로폴리스 키드 등의 캐릭터들을 밀어내고 다시 유일무이한 슈퍼맨이 된다.

원작 속 '둠스데이'는 영화에서 묘사됐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독자들의 반응

슈퍼히어로의 죽음이 너무 흔한 것이 되어 충격효과를 완전 상실한 지금과 달리 (예를 들어 <엑스맨>의 프로페서 엑스만 해도 1990년 이후 두 차례나 사망했다.) 1993년 당시만 해도 슈퍼히어로의 죽음은 매우 생소한 것이어서, 만화책을 꾸준히 사서 읽는 독자들에게도 주요 히어로가 사망했던 사건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본질적으로는 결국 마케팅 전략이었던 슈퍼맨의 죽음 기획은 대성공이어서, 300만부가 팔린 <슈퍼맨> 75호를 포함해 관련 서적들이 전부 불티나게 팔렸다. 다른 대규모 기획인 배트맨 ‘나이트폴’도 동시에 진행했던  DC코믹스는 1992~1993년도의 만화 시장을 완전 정복할 수 있었다.

‘슈퍼맨의 죽음’ 기획은 만화 역사상으로도 나름 큰 의미를 지니는데, DC코믹스는 수집가들을 겨냥해 ‘한정판’ 형식으로 많은 판형들을 찍어냈던 것이다. 수집가들은 미래에 가치가 오를 것이라 생각해서 같은 책을 10부 이상씩 구입하는 일이 많았고, 출판사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한정판’ 책들을 백만부 단위로 인쇄하여 소매상들에게 떠넘겼다. 결국 만화출판업계는 과도로 과열되게 되고 90년대 말의 시장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슈퍼맨의 죽음’은 그 시장 과열의 초석을 심은 사건 중 하나였던 것이다.

원래 이벤트에서 20년도 더 지난 지금, 많은 팬들의 기억에서 이제는 추억으로 기억되는 이 스토리는 영상 매체로 두 번 다루어진 적이 있다. 2007년 <슈퍼맨: 둠스데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출시되었고, 올해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도 비슷한 과정으로 슈퍼맨이 죽는다. 또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도 슈퍼맨의 죽음을 암시하는, 검은 티셔츠와 완장을 파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래픽노블 번역가 최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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