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2편까지 이어진 '너티 독'의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 기반 게임이다. PS3 타이틀로 출시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1편 리메이크를 발매하며 파트 1으로 정정했다)은 2013년 출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메타크리틱에서 100점 만점에 95점, 유저 평점 9.2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0년대 최고의 게임 순위의 2위에 올랐으며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와 <포켓몬 고>, <다크 소울>을 능가하는 평가를 받은 수작이었다.
이 게임의 인기 요인은 소재의 참신함도, 장르적인 새로움도 아니었다. 동충하초에서 기인한 전염병이 전 인류에 전파되면서 괴멸 위기까지 온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전염병이 발병되기 시작한 시점에 딸을 잃게 된 아버지 조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좀비 아포칼립스-좀비에 가까운 전염자들과 생존, 엘리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며 변화하는 조엘의 삶, 그리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가는 휴머니즘. 단어와 단어로 나열했을 때 그리 새로운 느낌은 아니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에게는 절절한 감동을 선사했다.
수준 높은 구성과 시네마틱 영상에 힘입어 개발사 너티 독은 게임의 성공 후 지속적으로 영화화 계획을 진행해 왔으나 구체적인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2020년 3월 제작 계획이 공개되었으며, 원작의 디렉터인 닐 드럭만과 더불어 실제 체르노빌 사건에 기초한 드라마 <체르노빌>의 각본을 맡은 크레이그 메이진이 공동으로 각본 및 제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팬데믹 기간이 지속되던 시기였으므로 이래저래 지연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공개된 티저 영상은 엄청난 관심을 모았고, 티저 영상 역시 원작의 충실한 재현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달인 1월 15일에 드디어 1화를 방영했으며 게임 원작 실사화로서는 처음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는 데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사화 작업이 늘 그렇듯이 여러모로 변화된 부분은 있다. 캐릭터의 인종이 일부 바뀌었으며 동충하초균의 전염 방식 등에 변경이 있었고, 주인공인 조엘 밀러의 과거에 몇 가지 설정이 덧붙여져(걸프전 참전 이력) 생존자로서의 능력을 더해주는 근거를 더했다.
히어로 코믹스를 토대로 만들었던 히어로 무비가 그랬던 것처럼 캐릭터의 외관이나 설정, 스토리라인 등은 콘텐츠의 형태와 구조에 맞게 몇 가지 변경이 더해졌고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3화를 기점으로 평가가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조엘과 엘리의 이야기는 막 시작했을 뿐이고 원작에서의 두 사람의 '관계성'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번 시리즈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지만 다소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다른 콘텐츠라면 우려보다는 기대되는 부분으로 작용해야 맞을 텐데, 바로 원작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의 디렉터이자 개발사 너티 독의 사장으로 재직 중인 닐 드럭만의 참여다.
닐 드럭만은 어쨌거나 능력 있는 사람이다. PS 기반 게임 중 '필수 타이틀'로 꼽히던 <언차티드> 시리즈 2편의 중심 스토리를 담당해 성공시키기도 했던 인물이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너티 독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계속 해가던 중 신규 IP 시리즈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로 전 세계적인 디렉터의 위치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즉 속편의 출시와 맞물렸다.
히어로 무비에서 원작 코믹스의 작화나 스토리 담당 작가들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닐 드럭만처럼 기존의 팬들조차 안티팬으로 돌아설 만큼 파행적인 행위를 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차라리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1편으로 마무리되어 아름다운 걸작으로 남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이야기도 흔히 있는 상황이다.
사건의 발단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의 주인공이었던 조엘 밀러가 속편인 파트 2의 시작과 동시에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시리즈의 플레이 방식은 유저가 직접 캐릭터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조정하며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전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편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했던 캐릭터 조엘이 속편의 시작과 동시에 죽어버린 것이었다.
단순히 죽음이었다면 관계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조엘의 죽음은 조엘과 엘리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며 게임을 켰을 유저들에게 초반부터 절망에 가까운 충격을 주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여기에 이후의 전개 중 조엘을 죽인 장본인이자 새로운 캐릭터인 '애비'를 직접 조작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게임 속 유저 자신의 아바타나 다름없었던 조엘을 죽인 장본인이 되어야만 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고문에 가깝다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불행과 슬픔에 걸맞은 복수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복수는 실패했고 엘리는 살아남았지만 조엘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됐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결국 조엘의 무의미한 죽음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인 애비에게 억지로 주인공 지위를 쥐어 주었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다.
복수의 무의미함과 다양한 인간상에 대한 표현이 디렉터의 요구와 의도였다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어쨌거나 콘텐츠는 만드는 이의 의도가 진하게 묻어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것이 구매자인 유저들에게 흡족하지 못했다는 것도 어쨌든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정확히는 악평과 더불어 강력한 비난에 가까운 평가들이 온 커뮤니티를 짙게 메웠을 정도였다.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플레이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이 문제가 마치 PC함에 대한 부정적 반향의 발로라고 여겨진 적도 있지만(어느 정도 확대해석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실제로는 전작의 주인공이 무의미하게 살해당했으며, 그 과정이 지나치게 참혹했고, 그것이 영화보다 훨씬 더 캐릭터에게 몰입하게 만드는 비디오 게임의 특성상 유저들에게 더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문제를 더 심화시킨 것은 닐 드럭만의 이후 언행이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에 대한 유저들의 악평이 이어지자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가상의 캐릭터에게 몰입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리 치료를 받아 봐라'라거나, 전반적인 스토리의 발단과 전개, 결말 자체가 혹평을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PC함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면 그냥 게임을 하지 마라'라는 뉘앙스의 언급까지 했다.
물론 흥분한 팬들이 캐릭터 담당 성우에게 도 넘은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디렉터로서 이에 대한 부정을 할 필요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전작의 스토리라인과 그 안의 캐릭터들에게 몰입해 자신이 총괄한 콘텐츠를 가히 명작 반열에 드는 작품이라 지칭했던 팬들에게는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와중에서도 판매 성과가 발매 3일 만에 400만 장을 기록하고 관련 시상식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에서 최다 수상까지 하며 성공한 것처럼 보이자, 대부분의 유저들은 집계 방식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르무비의 오랜 팬이자 장기간 게임을 해 온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 게임이라는 다소 협소했던 플랫폼이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실사화 프로젝트로 제작되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는 것은 참 기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자이자 게임의 시리즈화에 있어 큰 축을 담당한 장본인이 하지 않아도 될 말(그가 입을 열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을 했고, 전작의 팬이자 고객을 조롱하다시피 했고, 심지어는 최근까지도 그랬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없나 싶을 정도였는데, 결국 닐 드럭만과 그의 언행은 그 자체로 그냥 리스크가 됐다. 이런 악재 속에서, 그가 실사화 콘텐츠에도 참여한다는 사실은 글쎄 그렇게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콘텐츠는 콘텐츠고, 유저의 반응은 반응이고, 제작자는 제작자니 다른 선상에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결국 완전히 별개일 수 없다.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IP의 주축에 서 있는 사람이 소비자들의 의견을 계속해서 안 좋은 방식으로 부정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다행인 점은 닐 드럭만이 프로젝트 전반의 연출 담당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에피소드 2(Infected)에 한정하여 연출에 직접 참여했다는 사실이며, 공개된 시리즈는 호평 일색이었던 최초의 작품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트 2의 내용이 가미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여러 가지로 걱정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에피소드는 원작(파트 1)의 재미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실사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솔직히 말해 파트 1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만 성공해도, 드라마로서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그 자체로 볼만한 좀비 아포칼립스 계열 수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척박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아포칼립스' 상황의 인류에게 있어 일견 별 것 아닐 수 있는 인류애와 인간다움은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이고, 게임의 스토리라인에는 그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너티 독 사내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게임 개발 분야의 1인자 자리에 올라 사장 직함을 갖게 된 이 인물 닐 드럭만의 존재가 상당히 거슬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어떤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그것이 PC함에 대한 설명이든, 캐릭터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이든, 쉽사리 인정하기 어려운 어떤 정의감에 대한 것이든 콘텐츠는 창작자가 만들어낸 작품이니 그의 의도대로 짜일 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유저들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을 여지는 늘 존재하고, 그 평가도 받아들이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지 영화로 치면 '관객'들에 대한 조롱으로 번지는 것은 창작자의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조롱의 발단이었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가 개입되거나 이야기에 섞이는 건 솔직히 말해 보고 싶지가 않다. 참 좋은 이야기였고,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데가 있는 감동도 있었다. 그래서 TV 시리즈 역시 그럴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콘텐츠를 사랑했던 유저들을 조롱이나 하고 있는 이 디렉터의 존재는 정말 지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마도 그럴 수는 없겠지만.
영화와 게임은 상당히 다른 구조의 콘텐츠다. 영상의 구성요소들인 시/청각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영화와 달리(물론 4D의 도입 이후 좀 더 다양한 요소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전면적이지는 않다) 게임은 좀 더 상호작용에 집중해야 하고, 그 외의 요소들이 많이 개입하게 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유저의 조작에 따라 경험이 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영화 같은' 영상미를 갖추고 있고, 기막힌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최종 콘텐츠의 형태가 게임이라면 거기엔 뭔가 더 있어야 한다. 유저가 캐릭터를 움직이기 시작할 때의 조작감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움직이며 물건을 건드리거나 몬스터 혹은 NPC와 상호작용을 할 때 전체적인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움직임으로 형상화되어야 한다. 그걸 게임 업계에서는 유저 경험이라고 통칭하며, 그 경험이 얼마나 흥미로운지에 따라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그래서인지 '좋은 유저 경험'을 갖고 있는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영상물로 자리를 옮긴 순간 '그 맛이 안 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주인공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며 조작하는 게임의 경우, 일률적인 스토리를 따라간다고 하더라도 별개의 시점에서 지켜보는 영상물 콘텐츠와는 달리 직접 그 캐릭터가 되는 이입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스토리텔링이나 세계관적인 요소가 IP로 발전하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으로, 또는 새로운 콘텐츠로 재생산되는 것은 이제 그리 새로운 일도 아니지만 여전히 이런 플랫폼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렇기에 게임을 그대로 영상물로 옮길 때 아마도 가장 집중해야 할 요소는, 인터랙션이 빠진 자리를 채워 낼 스토리의 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닐 드럭만의 존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 시리즈의 성패에 대한 우려감도 계속 커지는 걸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희재 프리랜서 에디터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