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뮤직에 있는 <고양이를 부탁해> 사운드트랙 댓글을 본다. 자신들의 스무 살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고양이를 부탁해>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친구들도 스무 살이었다. 비록 개봉 당시에는 많은 상영관을 잡지 못해 흥행에 실패했지만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오래도록 얘기되며 이른바 N세대를 대변하는 영화로 자리잡았다.
 

다섯 명의 친구가 함께 사진을 찍는 걸로 영화는 시작한다. 배경은 동인천의 부두다.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칠 것 같은 평범한 캐릭터들이 집에서 운영하는 찜질방 관리인으로, 증권사 말단 여직원으로, 액세서리 노점상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여기에 큰 사건은 없다. 서로 다른 성격과 상황과 환경에서 오는 친구 사이의 갈등이 있고 스무 살 무렵에 겪게 되는 성장통과 막연한 불안이 있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건 이 때문이다. 커다란 사건이나 반전이 없고 기존 영화들에서 흔히 보여주던 남성 서사 중심의 이야기도 없다. 그저 자그마한 이야기와 감정의 흐름에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했다. 휴대전화 문자로 대화하고 최신 벨소리로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이 모든 것이 16년 전의 첨단이었다. 비록 이 소재들은 이제 모두 낡은 것이 돼버렸지만 이를 표현하는 연출은 결코 촌스럽지 않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천이라는 배경이다. 인천이 별다른 특색 없는 도시라 생각해온 이들에게 영화는 동인천을 중심으로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듯한 묘한 도시의 매력을 보여준다. 콘크리트 부두와 좁고 오래된 골목, 덜컹거리는 국철, 스산한 월미도까지, 어쩌면 촌스럽고 황량하게 생각되는 도시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매력적으로 바꾸어놓는다. 인천의 풍경은 스무 살의 불안정한 청춘과 꼭 닮아 있었다.

인천의 풍경 사이로, 일상 사이로 음악은 스며들어있다.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는 건 음악 창작집단 '모임 별(byul)'의 '진정한 후렌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와 '2'다. 의미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노랫말, 하지만 귀에 잘 들어오는 선율과 신비로운 전자음은 영화의 전체적인 음악 스타일을 주도한다. 이 두 노래는 사운드트랙에서도 1, 2번 트랙으로 자리해 새로운 음악을 찾던 이들에게 신선한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다.

함께 밟고 걷던 높이 쌓인 눈과
달빛 아래 잠긴 상어의 속삭임
너의 우주선을 뒤쫓던 경찰차
술병 위에 어린 너만의 보조개
난 밤새 춤을 췄어
영혼을 팔았어
노래를 불렀어
모두를 죽였어
우주를 날았어
사랑을 버렸어
비단뱀을 샀어
눈물을 감췄어

이렇게 노래하는 '2'의 노랫말은 모호하지만 영화 속 청춘들과 그 영화를 보는 청춘들의 정서를 대변해줬다.

<고양이를 부탁해> OST 커버

파격적으로 '모임 별'의 음악을 영화에 삽입한 건 조성우를 중심으로 모인 영화음악 전문 프로덕션 M&F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더불어 조성우와 M&F 역시 새로운 음악을 만들며 한 장의 훌륭한 한국영화 사운드트랙을 완성해냈다. 가령 고양이 티티의 주제가인 '티티'는 '진정한 후렌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와 '2'의 흐름을 그대로 이으면서도 자신들의 음악 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준다. '모임 별'의 노래들 못지않게 신비롭고 몽환적인 소리들이 가득하다.

조성우 음악감독 / <봄날은 간다> OST

조성우는 같은 해인 2001년 <고양이를 부탁해>와 <봄날은 간다>의 영화음악을 훌륭하게 작업하며 자신의 가치를 가장 높였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음악들이었다. 영화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 줄도 알았고, 필요한 음악을 고를 줄도 알았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그 증거물이다. 16년이 지난 지금도 '진정한 후렌치후라이의 시대는 갔는가'와 '티티'를 들을 때면 동인천의 회색 이미지가 자연스레 함께 떠오른다.


김학선 /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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