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메인 예고편

이변이 일어났다. 2004년 칸 영화제의 수상작들이 하나씩 발표되던 때, 남우주연상에 <아무도 모른다>의 배우 야기라 유야가 호명됐다.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그 자리를 차지할 거라는 파다한 소문이 보기 좋게 비껴간 것이다. 그렇게 야기라 유야는 생애 처음 찍은 영화로, 14살의 나이에 칸 영화제 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됐다.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제 기간) 매일 수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마지막까지 인상에 남은 건 그의 얼굴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무도 모른다>가 12년 만에 재개봉된다. 야기라 유아의 얼굴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왔다.


한 가정이 새 집에 이사 왔다. 엄마(유)와 장남 아키라(야기라 유야)는 이렇게 두 식구뿐이라고 주인집에게 인사를 올린다. 하지만 식구가 다섯인 건 오직 그 가족만 아는 사실. 캐리어에 숨어 있던 셋째 시게루(키무라 히에이)와 막내 유키(시미즈 모모코)가 나타나고,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둘째 교코(키타우라 아유)가 집으로 들어온다. 다섯 식구가 둘러앉아 단란하게 식사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고 말하던 엄마는 쪽지와 돈을 남겨놓고 집을 떠난다. 그렇게 가족은 네 식구가 된다.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도쿄에서 일어난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엄마가 어느 날 집에 들어오지 않고, 네 남매가 가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버려진 채로 살았다. 아버지가 서로 다른 아이들은 취학은커녕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제목처럼,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몰랐다. 다만 영화 속 이야기가 모두 사실은 아니다.

<디스턴스>
<아무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를 '재현 드라마'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카메라가 아주 가까이 인물들에게 다가가 있지만, 영화는 그들의 처지를 '사건'처럼 그리지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 바로 전에 만든 <디스턴스>(2001)가 '옴진리교 도쿄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사건'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작전 모의 과정이나 현장을 담는 것이 아닌, 사건 그 후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해 그 상처를 보듬었다는 걸 떠올린다면 그리 낯선 방향은 아니다.

린코 카와구치가 촬영한 프로필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깝게 다가선 것도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담기 위해서였다. 15년 동안 천천히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실제 사건보다는 고레에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더 많이 떠올렸다. 못살았던 어린 시절, 저녁에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던 기억은 교코가 창밖을 가만히 내려보다가 엄마가 오는 걸 보고 현관을 열어놓고 숨을 고르던 순간이 됐다. 촬영은 가을부터 여름까지 도쿄의 임대 아파트에서 이루어져 네 배우는 근 1년간 서로 부대끼며 남매 관계의 결을 만들 수 있었다. 시게루가 집에서 도망가는 장면을 찍고 난 뒤 야기라 유야와 키무라 히에이는 정말로 서로에게 화가 나 같이 차에 타지도 않으려고 한 적도 있다고. 이렇게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옅은 상황 속에서 사실적인 공기가 형성됐던 것이다.

고레에다에게 중요한 건 '성장'이었다. 성장이라는 단어 특유의 약동하는 활력은 없지만, 세세히 담은 배우들의 표정에서 성장의 징후는 유감없이 발견된다. 가령 엄마의 필체를 베껴 동생들에게 세뱃돈을 줄 때, 동생들을 내팽겨치고 게임에만 열중할 때, 집에 찾아온 친구들이 시게루를 밀쳤는데도 아무 말도 못할 때, 그들에게서 "쟤한테는 쓰레기 냄새 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야기라 유야의 얼굴에서 감정과 성장을 동시에 본다. 그러는 사이 아키라에게 "감기에 걸린 것처럼" 변성기가 찾아온다. 후반부 교코가 중얼거리는 "유키, 키가 자랐구나"는 영화를 맴돌던 슬픔의 폭발임은 물론, 테마를 선언하는 대사다.

<아무도 모른다>가 특별한 점은 아이들이 놓인 비참한 상황을 아주 자연스럽게 성장의 계기로 삼는다는 점이다. 식비가 모두 바닥나자 편의점 직원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얻으면서 낯선 이의 도움을 경험한다. 집에 놀러오던 친구들이 등을 돌렸지만 그 자리에 여중생 사키(칸 하나에)가 찾아와 새로운 가족이 된다. 전기에 이어 수도가 끊기는 극단적인 상황이 되자, 사람들 눈을 피해 집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이 드디어 바깥에 나와 벚꽃 풍경을 가로지를 수 있다는 전개는 언제 봐도 놀랍다. 버려진 아이들은 길가에 아무렇게 피어 있던 꽃들을 집에 옮겨와 함께 자라난다.

감독의 소개에 따르면 <아무도 모른다>는 전작들의 종합판이자 완결편 같은 의미다. 고레에다는 이 다음 작품으로 시간을 훌쩍 거꾸로 돌려 평화로운 시대극 <하나>(2006)를 만들었다. 그리고 <걸어도 걸어도>(200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 가족 관계의 회복을 성찰하는 드라마에 오랫동안 집중했다. 다시 한국에 소개되는 <아무도 모른다>는 어쩌면 2017년의 관객들에게 '낯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키 자리에 사키가 있는 네 식구를 뒷모습을 볼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진면목을 목격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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